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얘들아, 저기 좀 봐!”
“응, 왜요?”
윤진이 창밖을 내다보다가 뒤를 돌아보며 말하자, 민과 유뿐만 아니라, 다른 만화부원 몇 명 역시 더 창가 쪽으로 달려온다. 그러자, 윤진이 창밖을 가리킨다.
“저 애들, 이제는 무슨 브레이킹 댄스까지 추고 있어!”
“아니, 그게 무슨 말이죠.”
민은 심드렁하게 말한다. 그런데, 과연 윤진의 말대로, 신주와 하비는 자신들의 한계치 이상으로 몸을 꺾어 가며 춤을 추고 있다. 분명히 둘의 의지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몸을 꺾는 자세가 정말, 못 봐줄만큼 부자연스럽다.
“정말 뭐라도 해 보라니까!”
그런데, 민이 윤진의 그 말대로 나무에 붙어 있을 거미 모양의 무언가를 찾으려는데, 별안간 그 거미 모양의 무언가가, 창문 바로 앞에 기어 다니는 게 보인다. 그것도, 민과 유, 윤진을 바로 쳐다보는 게 아니겠는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윤진은 판단한다.
“위험해...!”
하지만 다행히도, 뒤에서 보던 유가 그 거미 비슷한 무언가를 보자마자, 곧바로 전기충격을 가해서 나무에서 떨어뜨린다. 다행히 윤진과 민 모두 원치 않게 춤을 추는 사태는 면했다.
“휴... 무슨 녀석의 거미가 춤을 다 추게 하고. 잡히기만 해봐.”
윤진은 만화부실에 아예 커튼까지 쳐 버린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암막처럼 되어서 애니메이션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오히려 잘 된 것 같은데? 그럼 이제 상영회를 시작해 보자고.”
윤진의 말에, 만화부원들은 다들 스크린 앞에 모여앉는다.

어느덧 만화부 시간도 다 끝나고, 민은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아까 그 애니메이션 덕분인지, 1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만화부실에서 나와서 돌아가는 길에 마시모가 혼자 어디론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또 민준이 씩씩대며 주위를 맴도는 것을 본 것 같지만, 신경 쓰지 않고서 계속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러다가, 문득 안톤이 보인다. 안톤은 어느새 뒤에 3학년이나 4학년으로 보이는 동생 2명도 끌고 다니는 모양이다.
“뭐야, 안톤? 너 설마 후배들도 끌고 다니는 거냐?”
“헤, 이 정도로 뭐! 그저, 릴라송이 좋을 뿐인 애들이라니까? 너는 뭐,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역시 안톤 아니랄까 봐, 스트리머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여는 건 여전하다.
“오늘 릴라송이 완전히 새로운 코너를 가지고 방송한댔어. 그러면, 너도 틀림없이 ‘라린이’가 될 수 있을걸?”
“너나 해라.”
민은 그렇게 말하고서 안톤을 지나쳐 가지만, 여전히 안톤은 그 인터넷 방송에 대한 말을 멈추지 않는다.
“너 후회할걸! 릴라송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에이, 얼굴에 뭐라도 먹여줄까 봐.”
민은 그렇게 말하지만, 무언가 하려 하지는 않고, 곧바로 발걸음을 돌려 안톤과는 다른 방향으로 집으로 간다.

집에 갔다가, 예담은 물건을 사러 동네 마트에 가려던 길이다. 시간은 아직 6시를 조금 넘었다. 한나는 사라졌지만, 마치 거대한 지진이 지나가면 그 여진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처럼, 예감의 불안감 역시 쉬이 없어지지 않고서 남아 있다.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던 예담은, 곧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그쪽을 돌아본다. 보니, 2학년 후배 나디아가 운동을 하다가 예담을 본 모양이다.
“어, 선배님이잖아요?”
“맞아, 보다시피 이렇게 잠깐 밖에 나왔지.”
나디아는 예담을 이리저리 보더니, 곧 준비해 온 것 같은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선배님! 혹시 이거 아세요?”
그렇게 말하며 나디아가 자기 폰의 영상을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괴물이 나와 있다. 그런데, 그 위치는 예담도 모르는 곳이 아니다. ‘히라나’구 동부 해변인데, 도심에서 멀지 않음에도 백사장도 있고 리조트도 있어 일명 ‘도심 속 휴양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게 왜? 이거 그냥 합성 영상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선배님은 요즘 트렌드도 모르나 봐.”
나디아의 은근히 놀리는 듯한 그 말에 반응해서는, 예담은 거기에 적혀 있는 키워드 몇 개를 가져다가 자기 폰에 입력해 본다. 과연, 그 해변가에서 2명의 프로게이머 유니폼 같은 걸 입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고, 그 옆 해변에서 용으로 보이는 형상, 뱀으로 보이는 형상이 서로 맞붙는 장면이다. 그 두 사람은 ‘이 영상은 조작된 것이 아니다’라고 끊임없이 강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 나는 별로 관심은 없는데, 재미있는 영상 고마워.”
“선배님도 곧 관심이 있게 될걸요?”
그렇게 말하고는 나디아는 계속 제 갈 길을 간다. 예담은 그 영상을 계속 유심히 보며, 계속 마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때, 마트 앞에 누군가가 서성이며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고 있다. 키가 좀 큰, 20대 정도 남자다. 예담의 눈치를 스윽 보고는, 그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가루가 든 봉지를 꺼내, 오른손에 들고는, 마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후 8시쯤, 안톤의 집.
아까 말했던 대로, 안톤은 아까의 그 동생들을 대화방에 초대해 놓고서는, 릴라송의 방송을 시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벨? 페로즈? 잘 듣고 있지?”
“네, 형!”
“그럼, 라린이가 뭘 해야 할지는 알지? 버블 준비됐어?”
“그럼요!”
물론, 아벨과 페로즈가 쓴다는 그 ‘버블’은 부모님 용돈을 가져다 쓴 것이다.
곧이어 릴라송의 방송 시작을 알리는, 안톤에게는 그렇게 듣고 싶어하던 목소리가 안톤의 방 안에 울려퍼진다.
“‘라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핫한 이슈는 릴라송과 함께! 시작합니다. 꽤 신기한 제보가 들어온 게 있어요! 그럼 주목, 주목해 주세요!”
릴라송의 방송이 시작한다는 그 신호를 확인하자마자, 안톤은 잔뜩 신이 나서는, 헤드폰을 끼고 방안에 방음 설정까지 다 해 두고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물론, 클라라가 또 방해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도 해 놨다.
“클라라, 전에처럼 당하지는 않을 거야. 어디 내가 두 번이나 당할 줄 알고?”
하지만 그건 안톤의 오산이었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메시지창 하나가 화면 왼쪽 아래에 나타난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서부터 스마일리들이 수없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당연히 그 스마일리들은 방송 화면을 덮어 버리기 시작한다. 거기에다가 스마일리들이 소리까지 내는 터라, 방송 내용이 뭔지조차 알기 힘들다.
“야! 클라라! 너 또 시작이냐!”
안톤은 그렇게 한번 소리를 지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만 할 뿐, 다시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클라라의 반응을 살핀다. 클라라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 클라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안톤은 불안한지, 주위를 자꾸 살핀다.
“클라라... 에휴, 그냥 방송이나 봐야지.”
간혹 스마일과 이모티콘이 화면을 타고 올라오는 게 영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절대 클라라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생각만 한다. 방문을 더 굳게 잠그고, 메시지는 차단 기능을 켠다. 그리고 방음장치를 최대로 켜서, 노이즈까지 다 없앤다.
“좋았어, 이제 다시...”

그 시간,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
그날의 저녁 집회가 다 끝나고, 지역장 옥타비우스는 자기 거처로 돌아가지 않고, 회당의 자기 집무실에 앉아서 문서들, 그리고 회의록 같은 것들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있다. 옥타비우스의 앞에 서 있는 강사들은 피곤하다는 듯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대놓고 말은 못 한다. 했다가는 자신들이 어떻게 될지는, 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십여 분간 지역장이 이전 문서들을 들여보던 중,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곧 옆에 있는 강사를 부른다.
“캄부스 강사!”
“예, 지역장님. 말씀하십시오.”
“에발트, 요하네스, 도로테아는 어디 있나? 그 초능력자 병기들 말이야.”
“그들은 현재 임무가 주어지지 않아, 필요할 때를 위해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요한 자들을 왜 그런 데다 낭비하고 있나!”
“개별적으로 활동해야 효과를 발휘해야 하는 자들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아직 그들을 활용할 만한 대책을 수립하기도 전이었습니다. 그 방안의 수립에 대한 예정사항은...”
거기에서 강사는 말을 더 해 보려고 하지만, 지역장은 바로 말을 끊는다.
“처단조에 합류시켜라.”
“그런 자들을, 처단조에요? 분명히, 총회장님은 그자들을 통해 낙원을 실현할 것이라고...”
“내가 말했지! 캄부스, 한 번만 더 그 말을 꺼내면 배교자로 간주할 테니 그렇게 알아!”
“알겠습니다... 즉시 그들을 처단조에 합류시키겠습니다.”
강사가 그렇게 대답하자, 지역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그 강사를 다시 부른다.
“이번 토요일, 교구 내의 전도자와 후보전도자를 모두 불러라. 그리고 강습대회를 개최할 것이다. 지역장의 지시사항이니 속히 준비해라.”
“하지만 준비 기간이 3일밖에 없습니다.”
“하라면 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리암은 이제 강의실을 나와, 저녁을 하러 가려던 길이다. 오늘은 늦게까지 수업이 있어서 저녁 8시가 넘어서 학교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나마도 저녁을 먹지 않은 탓인지, 배가 고프다. 아까 학생식당도 가지 않았던 터라, 밖에 나가서 먹어야 할 것 같다. 나가는 길에 타마라와 연락을 해 보니, 타마라는 이미 집에 들어갔다고 했다. 나데르도 오늘은 일찍 들어갔다. 하는 수 없이, 리암은 혼자 먹기로 한다.
“오늘, 목요일이라 그런가. 꽤 빠르게 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네...”
하지만 리암에게도 그런 평온함은 익숙하지 않다. 그러다가 눈에 띈 식당이 하나 있다. 캠퍼스 후문에서 조금 떨어진 국수집이다. 거기에 들어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려다가, 가까이 앉은 누군가에게 시선이 간다. 리암은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응? 뭐야, 저 사람, 그 때 학생식당 앞에서 봤던 사람 아닌가?”
리암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느새 자신의 식탁에 놓인 국수를 먹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 것도 잊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그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밥에다가 뭘 타기라도 했는지, 그는 가만히 웃더니 자신 앞에 있는 그 국수을 맛있다는 듯 먹는다. 리암은 계속 국수를 먹는 척하다가, 이윽고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하고는, 일부러 과장된 동작을 하며 그의 옆으로 가서 앉으며 말한다.
“저를 아시겠나요?”
“아, 당연히 알고말고요! 며칠 전에 학생식당 앞에서 봤죠?”
그 남자의 태도가 우호적인 게, 리암에게는 오히려 더 수상하게 다가온 모양이다. 리암은 계속 말을 걸어 본다.
“설마 당신, 이 식당에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0 댓글

목록

Page 134 / 13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채색이야기] 면채색을 배워보자

| 공지사항 6
  • file
연못도마뱀 2014-11-11 9492
공지

오리지널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안내

| 공지사항
SiteOwner 2013-09-02 2616
공지

아트홀 최소준수사항

| 공지사항
  • file
마드리갈 2013-02-25 5230
5

[오리지널] 미쿠미쿠?

| 스틸이미지 4
  • file
프리아롤레타냐 2013-03-01 761
4

[전재] 러브라이브! 2nd PV-Snow halation

| 영상 4
옐로우걸 2013-02-28 574
3

[전재] 동방으로 건방진☆딸기우유 [손발오글 주의]

| 영상 3
대왕고래 2013-02-28 822
2

[전재] 가사 뒤에 「커넥트」를 붙히면 이렇게 된다 - by 니코동

| 영상 3
대왕고래 2013-02-27 436
1

[전재] 요즘 고래가 사용하는 바탕화면

| 스틸이미지 12
  • file
대왕고래 2013-02-26 2068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