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 시간대의 저는 전신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고 있었어요.
대략 2시간 정도 이루어진 그 수술 도중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단지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지기 직전에 수술실 천장에 있던 기자재의 제조사 상표 2가지만은 기억나네요. 드레거(Dräger) 및 슈토르츠(Storz)가 보였고, "다시 눈을 뜨게 되면 저 회사를 알아보자" 라고 다짐하자마자 마취에 그대로 잠들어버렸어요.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침대에 누운 채로 수술실 밖을 나오는 중이었어요. 그리고 오빠가 눈물이 맺힌 채로 저를 보면서 말을 걸어서 겨우 대답했어요. 병실에 도착해서야 제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팔과 고간에 이상한 감각이 있었어요. 팔에는 온갖 수액이 주입되는 관이 꽂혀 있었고, 고간을 손으로 더듬어 보니, 거기에도 흔히 소변줄이라고 불리는 카테터(Cateter)가 꽂혀 있었어요. 그 밖에도 많은 것이 달랐어요. 병실내의 기온이 높다 보니 춥지는 않았지만 환자복의 그 낯선 질감이나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 꽤 큰 위화감을 느낀 것이 여러모로 문화충격이었죠. 수일간 완전금식 상태였고 소변은 의지와 무관히 배출되는 그런 날이 대략 12월이 시작해서까지 이어졌던 게 기억나네요.
그 삭제된 2시간에의 기억을 돌아볼 기회가 이렇게 온 게 그래도 천만다행이 아닐까 싶네요.
또 입원할 상황이 있긴 해요. 내일 진단결과에 따라 결정날 것이다 보니 유동적이고 그래서 긴장을 놓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의기소침하지도 않을 거예요. 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요. 1년 전 수술 전에 했던 결심도 지킨 만큼 이번에도.
수술을 받았던 2시간은 제 기억에서 삭제되었지만, 제 삶에서는 계속 기억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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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4-12-01 08:09:14
저도 병치레가 심해서 병원을 자주 드나드는 것은 지금도 그렇고, 한 번은 자잘한 수술 때문에 짧게 입원한 적이 있었더랬죠. 노트북파가 아니었고 혼자 2인실을 써서 1인실이었다 보니, 할 게 없어서 시간이 정말 안 가기도 했지만 기묘하게도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괴리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던 기억으로 삼고 있네요.
어쨌든 병원을 하도 드나들어서 이제는 소독약 냄새가 반갑고 주사는 어디에 맞아도 크게 통증이 없는 수준까지 갔습니다만, 그래도 몸 어딘가가 고장났다는 뜻이기에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특히나 중병의 경우 말씀하신 것처럼 나중에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도 분명 다행입니다. 그리고 오너님의 30일자 글에 예비검사(?)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적혀 있기에 더욱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경험상 예비검사에서 이상징후가 없으면 정밀검사도 관리만 잘 해주면 자연치유되는 경증 정도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에 정밀검사 결과도 좋을 것입니다. 그래도 결과가 명확하게 나와야 확실하고 또 비로소 안심할 수 있겠지요. 계속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마드리갈
2024-12-01 20:58:20
일단 입원생활을 해야 할 상황은 지금 당장 닥쳐온 건 아니지만, 이번주에 또 검사가 있다 보니 판단이 유예되어 있는 상황이예요. 그래서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입원생활을 전제하고 싸 놓은 최소한의 짐 또한 풀지 않은 채로 매일의 통상적인 소독과 치료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좋은 말씀에 깊이 감사드려요. 게다가 다행히도 상황도 매우 호전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