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성분 자료가 평양시내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안북도 구성에 있었네요? 이건 또 의외네요.

아무튼 그 문제의 비밀갱도가 조선시대의 노비문서 보관소인 장예원(掌隷院)의 역할을 했는데 그 시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북한의 신분제사회의 근간이 뿌리뽑힌다는 것이네요. 혹시 모르니 북한의 그 시설 복구를 위해 모금하자는 사람들이 없는지를 봐야겠어요. 그런 사람들은 자기 신념을 관철하는 데에 절대 자기 돈을 안 쓰고 꼭 남의 것을 쓰려 하니까요. 내놓게 하거나, 강탈하거나.

귀주대첩의 전장도 출신성분 기초자료의 보관소도 평안북도 구성이라는 것은 정말 기이하기 짝이 없어요.

장예원이라는 비유는 정말 정확히 들어맞는 게,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노예화하고 그 기초 자료들을 관리해 오던 곳이니 말이죠. 정말 체제를 떠받드는 데 핵심인 시설인 셈이죠.

역시 김정은이 수해현장에 나타나는 데에는 그런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군요. 겉으로는 애민 지도자, 실상은 차별과 탄압을 위한 기초자료인 출신성분 원장이 소실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추악한 폭군. 그것들이 훼손되는 것은 공표도 할 수 없고 숨길 수도 없으니 김정은과 그의 추종자들이 전전긍긍할 것이 보입니다. 그때가 되면 여러모로 볼만할 것입니다.

평안북도 구성의 그 달라진 위상에서 생각나는 또 안타까운 곳이 있습니다. 김소월(金素月, 1902-1934) 시인의 고향인 평안북도 영변은 그 유명한 시 진달래꽃에서 언급된 아름다운 고장이었으나 지금은 북한의 핵개발 거점으로서 악명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생각난 게 있으니 잠시 후에 써 보겠습니다.

저기서 김정은이 갔다는 곳도 결국 여건이 되는 곳뿐이었고, 그 외의 지역은 방치되다시피 하고, 주민들을 평양으로 옮겨놓기까지 했죠. 선전은 애민정신이라고 했지만 사실 탈북할까 우려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