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한 마리가 땅에 떨어져서 족제비에게 잡혀 이제 막 목숨을 잃고 먹힐 참이었습니다. 박쥐는 놓아달라고 애걸했지요. 그러나 족제비는 모든 새들이 적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에 놓아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 저는 전혀 새가 아닙니다. 전 쥐거든요."
박쥐가 말했습니다.
"그렇군. 자세히 보니 그래."
족제비는 박쥐를 놓아주었습니다. 얼마 후 그 박쥐는 다른 족제비에게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잡혔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전처럼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안 돼.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쥐는 놔주지 않아."
"하지만 전 쥐가 아닙니다. 전 새입니다."
박쥐가 말했습니다.
"아, 그렇군. 넌 새지."
그 족제비 역시 박쥐를 풀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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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박쥐에 관해 가장 유명한 우화인 '새들과 짐승들과 박쥐'에선 짐승의 특징과 새의 특징을 모두 지닌 걸 이용해 이곳저곳에 붙었다가 외톨이가 되었단 내용이었는데 이 이야기에선 역으로 그 점을 이용해서 목숨을 지켜냈지요.
그 이야기처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식으로 줏대없이 구는 게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닙니다만 때때론 융통성이 있어야 손해보지 않을 수 있죠. 즉,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전에 주변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을 먼저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것입니다.
일단 박쥐는 쥐에 가까우니까(실상 박쥐는 설치목이 아니라 익수목이지만 말이죠, 어쨌건.) 다음 족제비에게 잡혔을때 순순히 쥐라는 걸 인정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잡아먹혔을지도 모릅니다.
동화 판본에선 이 이야기가 삭제된 것이 아마 앞서 언급한 '새들과 짐승들과 박쥐'에서 언급한 지조있어야 한다는 내용과 상반되어 어린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닐까 조용히 추측해 봅니다. 사실 완역본은 한 편의 동화책으로 내기에 내용이 너무 많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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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대왕고래
2013-09-23 22:50:41
박쥐녀석... 천재군요!!
그 두 족제비가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ㅇㅅㅇ
HNRY
2013-09-23 22:59:06
살면서 때때론 이런 요령도 필요한 법이지요.
그나저나 확실히 두 족제비가 속았다는 걸 깨닫는다면 엄청 창피하겠군요.;;;;;
마드리갈
2013-09-25 19:20:39
이 이야기는 뭐랄까, 처세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떤 기지로 그 상황을 모면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할 점이 충분히 있기도 하구요.
박쥐 이야기 하니 생각난 게 있어요.
과일을 좋아하는 여우박쥐 같은 것들이 멸종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안타까와요. 어릴 때 보던 그림책에 나왔는데, 지금도 가끔 펼쳐보면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그림책에 나온 동물들은 더 이상 멸종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