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학진학을 한 저는 방학중에 지방의 집에 있다가 정체불명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 중, 많은 것들이 운동권 단체들의 회유 및 협박전화.
나이에 비해서는 목소리가 낮고 굵은 편이라서, 당시 20대가 갓 된 저의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에서는 40대 이상으로 들렸나 봅니다. 비슷한 사례로서 "에가오데스" 라는 대사로 유명한 일본의 남자성우 타케우치 슌스케(武?駿輔, 1997년생)를 연상하셔도 좋은 레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애니 영상 참고).
아무튼 듣고 있다 보니 가관입니다.
"아버님, 부디 통일의 횃불이 될 ○○○군을 민족의 이름으로 조국에 바쳐 주십시오." 같은 소리가. 이게 방학 때에는 굉장히 자주 왔습니다.
저는 답했습니다.
"이보세요, 저는 누구의 아버님이 된 적도 없는 사람이고, 통일의 횃불 어쩌고 하는 ○○○ 본인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이런 전화 사양합니다."
전화너머의 목소리가 돌변합니다.
"뭐라고, 이 괴뢰 반동분자 따위가, 죽창으로 찔러 죽이겠다!!"
전화 너머라도 욕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았지만, 최대한 화를 참고 이렇게 대꾸해 주었습니다.
"통일의 횃불에서 괴뢰 반동분자로 전락하기는 참 쉽구려. 그런데 기억하쇼. 당신네들도 지금은 뭐 완장차고 그래도, 용도폐기되면 숙청대상 되는 거 금방이라고."
그 뒤로도 한동안은 욕설전화가 오는가 하면, 동생이 받으면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는 등의 음란전화도 왔다고 합니다.
한번은 이렇게 대처해 본 적도 있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통일의 횃불 어쩌고 하는 것을 듣자마자 옆에 있는 동생에게 대답하게 했습니다. 전화 너머에서 어린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리니까 금방 음란전화로 돌변하더군요. 그걸 제가 받고, 굵은 목소리로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지르니까 황급히 전화를 끊습니다.
역시 그들의 태세전환 속도만큼이나 지쳐 나가떨어지는 속도도 빨랐습니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런 전화는 오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