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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104화 - 풀리지 않은 일은 여전히(3)

시어하트어택 2025.06.27 07:03:06
안톤은 이번이야말로 릴라송의 방송에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는, 온 정신을 집중하려고 시도한다. 한편으로는, 클라라가 언제 또 방해하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에이, 클라라, 또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야?”
안톤은 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주변의 상황을 살핀다. 방송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간다. 이윽고, 화면 안의 릴라송은 또 무언가 준비한 게 있는지, 미리 양옆에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을 불러모은다. 그리고서 춤을 추려는 자세를 취하고 말한다.
“이제 또 시작해야겠죠? 댄스파티하고, 이제 새로운 코너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더 신나게 흔들어야 할 거예요. 라린이 여러분 준비되셨죠?”
안톤 역시 크게 ‘네-’하며 목청을 높인다. 그리고 화면의 릴라송이 하라는 대로 신나게 온몸을 움직인다. 물론, 틈틈이 댓글을 달아서 응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버블을 몇 번 쏘면, 완벽하다.
그런데, 안톤이 동작을 반복할수록, 동작이 점점 부자연스럽게 변한다.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가 안톤의 손발을 묶기 시작하고 있다. 거미줄이나 끈끈이가 먹잇감을 단단히 묶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진짜 그런 끈끈한 무언가가 안톤의 팔다리를 조이고 있다. 아마도, 안톤의 방에 미리 설치해 놓은 것 같다. 안톤은 곧바로 그게 누가 그러는 건지 알아챈다.
“설마, 클라라, 너 또냐! 어서 안 풀어!”
그리고 안톤의 그 말대로다. 안톤의 방문을 살짝 열고 웃는 건, 아무리 봐도 클라라가 맞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안톤에게 ‘또 당했다’며 재미있어하는 게 확실하다. 그 얼굴을 봤다면 안톤은 아마도 돌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빨리 풀라니까!”
안톤이 그렇게 말하며, 막 몸부림을 치는데...
“어, 뭐야?”
어느새, 안톤을 옥죄고 있던 그 끈끈이가 풀려 버렸다.
“뭐, 어떻게 된 거야? 설마 클라라 얘가...”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던 클라라는, 이 상황을 예상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두 눈을 파르르 떨며, 얼굴을 애써 돌리려 하는 게 그렇다.
안톤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벨의 메시지가 화면 아래에 뜬다.

[안톤 형, 내가 내 초능력 좀 썼는데, 잘했지?]

“뭐야... 이게 초능력이라고? 이거 대단하잖아...”
안톤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곧 다시 자리에 앉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옳지... 클라라 너... 내가 이제 반격수단이 생겼으니 봐...”
안톤은 이가 갈리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도,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에 도로 앉으며 말한다. 그러면서 문틈을 통해 혹시 클라라가 들어오거나 하지 않았는지 살핀다. 클라라가 보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올 용기는 내지 못하는지, 문틈이 열어졌다 닫혀졌다 하다가 ‘쾅’ 하는 소리를 낸다.
“그럼 그렇지... 클라라, 너 두고 봐.”

“솔직히 말해 봐요.”
그 시간, 미린대 근처의 국수집. 리암은 자신과 마주 앉은 남자에게 말한다.
“당신 설마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에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냐고요.”
“에이, 봐봐요! 이런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요. 리암 매키트릭 씨였죠? 정치외교학과에.”
그가 리암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게 조금 거슬리지만, 어쨌든 같은 학교이니, 리암은 대답한다.
“네, 맞아요. 그려면 그쪽도 이름을 밝혀야죠?”
“아, 저는 ‘굴리엘모 안젤로니’라고 합니다. 경영대학이죠.”
리암은 그 굴리엘모라는 남자의 이름을 듣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이 식당은 자주 오는 건가요?”
“그럼요. 그리고 이것도 아세요?”
그렇게 말하며 그 남자는 리암의 귀에 자신의 입을 바짝 붙이고 소곤거린다.
“이 가게도, 제가 살려주고 있는 거라고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지금 안젤로니 씨가 무언가 큰 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리암의 그 말에, 굴리엘모는 오히려 리암을 보고 ‘뭘 모른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앞에 있는 그 국수를 한 젓가락 떠서 리암의 앞에 놓는다. 리암은 잠시 당황한 듯 보이더니, 이윽고 그 국수를 입에 가져간다.
“으음...”
리암이 그걸 한 입 먹어 보더니, 곧장 표정이 바뀐다. 그건 단순한 맛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좀처럼 느껴 볼 수 없는 맛’을 묘사한다면 이럴 것이다.
“이게 뭐죠? 이거, 무슨 장난을 친 건가요?”
굴리엘모는 손가락을 자기 입에 가져다 대며, 주위 사람들을 한 번씩 살피고, ‘조용히 하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리암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다시 설명을 요구하려 하지만, 이미 굴리엘모는 리암에게서 조금 떨어져 자기 식사를 마저 하고 있다. 이윽고 자기 식사를 다 하자, 그는 일어나며 리암의 귀에 소곤거린다.
“이건 못 본 걸로 해 줘요.”
그렇게 말하고서는, 그는 식당을 나가 자기 갈 길을 가려 한다. 리암이 붙잡으려 하자, 굴리엘모는 마치 오래된 친구라도 되는 듯 말한다.
“또 봅시다.”
굴리엘모가 떠나고, 리암은 못 경험해 보던 그 맛에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있지만, 곧 아까 자신이 먹었던 국수를 다시 먹어 본다.
“글쎄... 이 맛은 아니었지... 아마?”
식사를 다 하고서도, 리암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식당을 떠난다. 그 의문의 맛에 대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을 품고서 말이다.

한편 그 시간, 메이링은 집에 돌아가는 길인데, 마침 길거리에서 앨런과 마주친다. 앨런은 어딘가에서 식사를 하고, 역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던 참이다. 메이링은 차를 멈추고, 앨런을 불러세우고 말한다.
“앨런, 오늘 출장 다녀왔지?”
“네, 변호사님. 잠입작전인 줄 알았는데, 빈집털이였어요.”
“어? 그건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요... 거기가 표면상으로의 폐업 전까지만 해도 그냥 커피 잘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던 곳이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폐업한 게 VP재단 쪽에 수상한 움직임으로 포착되었던 모양이에요. 아니나다를까, 살만 요원의 예감이 맞았어요.”
“그게... 무슨 말이지, 앨런?”
메이링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앨런은 사진을 몇 장 보여준다. 앨런이 직접 찍은 사진들인데, 하나는 카운터 쪽에 숨겨진 공간으로 보인다.
“자기네들 딴에는 잘 숨겨 보려고 이중 삼중으로 잠금장치를 해 놨어요. 나름 최신 기술까지 썼는데, 그래봤자 전문가가 오면 뚫려 버리죠.”
미처 파기하지 못한 자료들 중에는, 꽤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도 있는데, 신도 교육 자료가 단편적으로 보이고, 거기에 신도 명단도 있다.
“꽤 급하게 여기를 떠난 것 같더군요. 이럴 때는 보통 시간차를 두고, 파기할 수 있는 자료는 전부 파기하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그러게. 정말 자기네들도 급했던 건가,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그러다가 메이링은, 사진 중에 무언가 자신이 아는 게 있는 걸 보고 말한다.
“잠깐, 앨런, 그 사진 하나 나한테 좀 줘 볼래?”
“아, 네. 드리죠.”
앨런에게서 바로 전송받은 그 사진을 보자, 메이링은 곧바로 사진 한쪽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걸 앨런에게 보여준다.
“왜요, 변호사님?”
“내가 아는 사람 이름이 있는 것 같아.”
“에이, 설마. 동명이인 아닐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다가, 앨런 역시 거기서 또다른 이름 하나를 발견한 모양이다.
“잠깐만요... 저도 여기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누군데?”
앨런은 바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 이름을 다시 몇 번이고 보더니 말한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네요. 제가 진리성회를 파헤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어요.”
그러면서 앨런은 한숨을 내쉰다.“설마 제 친구도 거기 있었을 줄 은 몰랐는데 말이죠.”
“아니, 그게 누군데?”
“말하자면 좀 길어요. 시간이 나면 말씀드리죠.”
앨런의 그 뜻밖의 말에, 메이링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는지, 머리를 마구 흔든다.

예담은 집에 와서도, 나디아가 보여준 그 영상의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알고리즘 때문인지 그 영상 하나를 찾아봤다고 다른 관련 영상이 마치 물이라도 만난 물고기처럼 순식간에 나타나는 건 별로 좋지는 않지만, 이럴 때는 꽤 도움이 된다.
“어디... 이건가...”
예담이 찾은 건 아까 그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나온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다. 장소는 다르다. 예담이 아는 게 맞다면 남항구에 있는 컨테이너 하역장일 것이다. 거기에서 그런 걸 하는 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영상 역시도 흥미롭다.
“한쪽은 용의 형태에... 다른 한쪽은 거대 로봇이라... 이거 다 초능력자들 같은데? 아닌가?”
예담은 확신이 잘 안 서는 모양인지, 좀 더 찾아보기로 한다. 이런 종류의 대회는 본 적이 많이 없기도 하고, 또 잘못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새게 될까봐 두려운 것도 있다. 조금 더 찾아보니, 별의별 형태의 것들을 가지고 싸우는 모양이다.
“하긴, 옛날에 사라졌다던 투견을 아직도 어딘가에서 하고 있다는 말도 있고, 또 이상하게 개조한 로봇을 가지고 그런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야.”
그러다가 보니, 어느새 시간이 11시 50분이다. 자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아, 내일 학교 가야 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예담은 급히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눕는다.

다음 날 아침.
민은 막 집에서 학교로 가던 길이다. 오늘은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집을 나섰다. 도중에 인영의 메시지를 받은 게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 정도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하루를 시작한 편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건 머지않아 민의 희망 사항이었음이 드러난다.
가는 길에 유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민은 어딘가 많이 수상해 보이는 자기 또래들을 보게 된다. 민이 잘 모르는 얼굴들로 봐서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같다. 민은 시선을 피하려고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은 모양이다. 마침 유 역시 불쾌한지, 민을 돌아보며 말한다.
“저 애들, 왜 우리를 저렇게 쳐다보냐?”
“그러게. 괜히...”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민과 유는 수상해 보이는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피하고서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관찰한다. 역시나, 저번 주에 본 타토나 아리엘처럼, 아이들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고, 무언가 사냥감 같은 것에 굶주린 야생동물 같아 보이기도 한다. 민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자기 갈 길을 가려고 한다. 고개는 의도적으로 돌려 버리고, 발걸음도 잰걸음으로 옮긴다.
그런데, 민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모양이다. 그 아이들은 민이 무시하는 걸 알았는지, 곧바로 민의 뒤에 착 달라붙어서 걷는 게, 민에게도 바로 와닿는다.
“에이... 왜 이래. 신경질 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