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광신, 음모론, 정치병, 그 상관관계

시어하트어택 2024.12.10 22:32:07

전에 쓴 꼰대와 음모론, 그 의외의 접점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속편(?)을 쓸 거라고는 예상을 하지는 못했는데요...


전에 말한 그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과 다시 모임을 할 일이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자기 기회가 오자마자 또 그 똑같은 레퍼토리의 말을 늘어놓더군요. 제가 전에 쓴 그것과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았습니다. 그 사람의 발언 기회는 세 번이었는데, 세 번 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태도에서 몇 가지 더 확인했던 것은,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의 발언을 길게 이어갔던 점, 유독 특적 인물, 특히 음모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인물을 영웅시했던 점, 그리고 그 온화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 증오, 그 정도였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알아보고, 인사도 건네곤 했지만, 저는 일련의 일을 겪고 나서, 그 사람을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미디어 쪽에 종사하는 그 사람의 말을 들어 봤을 때, 몇 년 안에 큰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저는 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그 모임을 나서게 되었지만, 들었던 생각은 참 많았습니다. 소위 정치병 걸린 사람들의 행태는 여러 매체와 인터넷 등지에서 봐 온 점은 많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잘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정치병과 음모론은 상당히 얽힌 게 많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사람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그 사람이 경도된 특정 종교 계열의 음모론은 매우 지독하고 악명도 높습니다. 모든 비판을 '공격'으로 치부하니, 자기반성도 없습니다. 그 사람도 그랬습니다. 마드리갈님이 언급한 대로, '자기객관화'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겠지요.


또한, 상대방을 '절멸'시켜야겠다는 생각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말대로, 온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요. 그 사람의 말마따나, '악마'의 세력을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제거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상사회가 올까요? 정치병에 걸린 사람들 또한 그렇습니다.


깨달은 게 많았습니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큰 죄를 지은 사람이어도, 반면교사로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증오를 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도 나중에 그 사람의 논리, 그리고 행동거지까지 닮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디, 그런 맹목적인 모습은 아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