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중국인들이 관광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았죠.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또는 사용빈도가 낮기는 하지만 금한령(禁韓令)이라고도 하는 중국 정부의 한국방면 교류제한정책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입국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우리나라의 컨텐츠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그 이유 뒤의 훤히 보이는 목적에 가로막혀 있었죠. 그리고 우리나라도 탈중국의 길을 걷는가 싶었는데 중국이 2023년 8월 10일부터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하니까 아니나다를까, 언론이 일제히 유커 운운하네요. 그야말로 유커 중독이라고 해야겠네요.
네이버에서 "유커" 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이렇게 최근뉴스가 많이 뜨고 있어요.
그런데, 같은 포털에서 "중국인" 키워드로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다소 다르게 나와요. 사실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발 관광객들의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예요.
이것이 보여주는 게 있어요. 꼭 유커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정보를 찾는 데에는 약간의 경로의 차이만 있을 따름이고 결과론적으로 유커 운운하는 게 그 어휘의 사용빈도를 조사하는 목적 같은 게 아닌 이상 필수불가결하지도 않은 것이죠. 그러니 유커 중독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어요. 그동안 유커라는 말을 쓸 기회가 없어서 무슨 금단증상에 빠진 게 해소되기도 했다는 것일까요?
그리고 관광업계가 살아나는 것은 좋은데 우리나라가 결국 우리나라 자체의 역량으로 뭔가 달성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들의 여행이 관광업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듯한 모양에는 일말의 문제의식도 없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든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해서는 왜 비판의 말 한마디도 없는 것일까요. 하긴 언어생활에서 이미 유커라는 어휘에의 중독이 드러났을 정도면 다른 분야는 볼 것도 없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미국이나 일본에 크게 의존하면 친미 친일 반동분자 매판자본가 운운하는 소리를 들을 경제계도 의존대상이 중국이면 중국은 미국도 일본도 아니니까요. 이런 마법이 있으니 중국에 의존하고 중독되는 게 아주 다행일지도요. 그러나 그게 언제까지 갈지는 두고봐야죠. 뭐 2016년에도 변심한 중국이 이제 와서 다시 변심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유커 중독 덕분에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고사성어를 다시 떠올리게 되네요.
중국에게 박해당해도 한결같은 유커 중독의 마음을 잃지 않는 한국 언론의 행태를 위해 만들어진 말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