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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이야기를 또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2-15 21:21:23

조회 수
214

저번주부터 저희 사무실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까지 전화를 하며 들쑤시는 진상이 하나 있습니다. 제 후임자가 하루에도 몇 차례, 한번 전화를 받으면 10분 넘게 시달리고,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고, 그때마다 그 후임자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런 일을 몇 번씩 겪었습니다. 바로 그저께는 선임자가 10분 넘게 전화를 붙들어서, 겨우 그게 해결되나 싶었지요.


그런데 어제는 그 전화가 제게 넘어가는 겁니다. 아마 저를 바꿔달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아니나다를까, 그 동어반복의 말들이 계속해서 제게 쏟아졌습니다. 그것도 격하지는 않은데, 시비를 거는 듯한 짜증나는 말투였죠. 제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처리가 곤란하다고 했는데도 자꾸만 그렇게 말하더군요. 결국 10분이나 붙든 끝에 검토해 보겠다고 하고 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에 제가 격한 감정 때문에 격한 말을 내뱉었지요. 저도 모르게요. 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감정이 더욱 격해져서, 저도 모르게 아무거나 집어던지고 싶었는데, 그게 옷 정도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하겠습니다. 선을 넘는 일을 막았으니까요. 결국 그 감정은 가라앉지 못했고, 지금도 그냥 조금 나아졌을 뿐입니다.


그 진상의 전화를 매일 받은 그 후임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던 진상의 특징을, 그 사람도 그대로 가지고 있더군요. 자신이 진상인 걸 모른다는 것이지요. 딴에는 '자기 권리를 찾겠다'며 여러 군데에 전화하고, 거기서 10분이나 넘게 전화를 붙들고 똑같은 말을 반복했을 겁니다. 자신의 입으로 직접 '내 권리를 찾는다'는 말도 몇 차례나 했고요. 제가 이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통받는다면 그게 진상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할 말은 더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넋두리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불현듯,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이 떠오르는군요. 더 나은 내일은 오겠지요.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6 댓글

마드리갈

2025-02-15 21:49:17

정말 여러모로 고생 많이 하셨네요. 심신이 모두 지치는 상황에서 그래도 잘 제어하셨으니 너무 죄책감을 갖지 않으셔도 될 듯해요. 미래는 나아질 거예요, 반드시.


사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전혀 객관적인 인식을 못해요. 그러니 늘 거기에서 거기일 뿐이고 모든 사안이 침소봉대에 지나지 않아요. 자신의 권리는 어떻게든 절대적으로 수호해야 하는 것이고 자신의 의무는 그런 게 어디 있느냐는 태도에 타인의 권리는 마구잡이로 짓밟아도 되는 것이죠.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자신같이 행동하면 절대 못 견딜 거예요, 틀림없이.

시어하트어택

2025-02-16 21:48:36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잘 절제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 사람은 전화 너머로 살짝 들린 그 거친 말도 꼬투리를 잡더군요. 제 불찰입니다만, 이것도 진상의 주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전체적으로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갈피를 못 잡겠는 것도 그렇고요.

Lester

2025-02-15 22:57:53

고객응대 관련 일을 해 본 적이라곤 사회복무요원 시절밖에 없습니다만 저도 진상을 만나본 적이 있어서 충분히 공감합니다. (넓게 보면 프리랜서 게임번역 하는 동안 오역 관련 클레임도 포함할 수 있겠네요) 표현이 그렇지만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친 줄 모른다는 것처럼, 진상들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자신들이 진상인 줄 모릅니다. 설령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의 권리를 찾는다는 의도가 좋더라도, 타인에 대한 폭거가 용납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은 A Better Tomorrow입니다. 영웅본색 좋죠.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이 명작을 아시는 분이 계셔서 기쁘네요. 답례로 저도 영화의 명대사 하나를 인용합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입니다. 저에게도 시어하트님에게도 더 나아진 내일의 태양이 뜨리라 믿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2-16 21:51:16

하긴, 저같이 전화받고 직접 마주보고 하는 일은 아니니 환경이 저와는 많이 다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진상은 있군요. 위로의 말씀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저 문구도 꽤 많이 들었던 겁니다. 고전영화다 보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는 역시 기억에 많이 남는 법입니다.

SiteOwner

2025-02-16 15:02:35

말 안 통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싫은 일이지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포럼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장소인만큼, 언제든지 찾아와 주시면 됩니다. 여러모로 위안이 되길 기원합니다.


저는 음악을 한 곡 소개해 두겠습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전곡. 독일의 음악가 칼 리히터(Karl Richter, 1926-1981)의 쳄발로 반주로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볼프강 슈나이더한(Wolfgang Schneiderhan, 1915-2002)이 연주한 1966년 레코딩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2-16 21:53:15

정말 차라리 벽을 보고 말하는 게 더 낫겠다 싶은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제가 상대한 그 사람이 딱 그랬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리며, 또한 좋은 곡을 소개해 주신 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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