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어쩌면 쿠바를 벤치마킹했을 수도 있겠네요

마드리갈, 2024-03-01 14:34:11

조회 수
145

지난번에 쓴 글인 한국과 쿠바의 수교, 왜 중요한가의 본문 및 코멘트를 같이 참조하여 읽으실 것을 먼저 부탁드릴께요.

북한의 대남도발은 시기별로 매우 급변했어요.
우선 1950년 이전. 이 경우는 주로 38선 주변의 불안 조장이 많았고, 38선 이남의 공산주의자들과 연대해서 정국불안을 유도하여 확대재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런 대표적인 것들이 경상북도 청도군의 운문산 일대라든지 호남지방 동부내륙의 지리산 일대를 거점으로 하는 비정규 반군인 파르티잔(Партизан/러시아어, Partisan/영어), 통칭 "빨치산" 의 활동. 그러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외부인들이었고 북한은 그들을 이용하기만 했다가 철저히 버렸어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 빨치산의 악행이 빨치산만의 것으로 인식되지는 않았어요. 어떻게든 북한의 그림자는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1950년대.
북한의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김일성이 아집을 부려서 소련 및 중국의 지원하에 6.25 전쟁이라는 전면전을 일으켰죠. 그러면 38선 이남의 공산주의자들이 호응하여 적화통일이 금방 달성될 것이라고.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북한군에 맞서싸우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의 지배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해 피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소련의 지원도 제한적이었는데다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신생 범국가적 국제기구인 국제연합(UN)의 적극적인 개입 및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의 활약으로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어요. 이미 그 이전의 빨치산도 속속 격파되어 갔고, 1950년대 전반 이내에 모두 궤멸되었어요. 그 사이에 6.25 전쟁이 비록 공산세력의 전면배제까지는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반도 전역에 걸친 전면공산화를 저지해 낸 것에는 성공했구요.

그런데 1960년대부터 북한의 대남전략에는 꽤 큰 변화가 생겨요.
특히 1960년대 후반에 이런 형태가 집중되죠. 북한이 직접 양성한 정예 무장공작원을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1968년에는 한 해가 시작하자마자 청와대 기습미수사태인 1.21 사태가 일어나는가 하면 연말에는 강원도 및 경상북도의 동해안을 통해 120명 규모로 북한의 공작원이 대거 침투하여 각지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등의 북한의 도발수준이 매우 강경해져요. 그러다가 그 이후에 이것도 급감하는 대신 테러리즘 노선으로 경도되죠. 1983년에 버마(현재의 미얀마)를 방문한 대통령 및 정부각료를 몰살시키려 한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라든지 1987년에 대한항공 KE858 여객기가 북한 공작원이 기내에 설치해 둔 폭탄에 희생되는 등의 은밀한 작전으로 수행되는 테러행위로 급변하는데...

어디까지나 가정이긴 하지만, 쿠바의 폭력혁명수출은 북한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1959년부터 시작된 쿠바의 공산정권은 대내적으로는 경제의 자유를 박탈하면서 반대자들을 실종시키거나 대거 살해하는 식의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분쟁지역 각지에 공작원을 보내 공산주의 성향의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국력을 소진시켰거든요. 그리고 1960년 12월에는 체 게바라가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과 회견을 갖는 등의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죠. 그 이후 시간차를 두고 갑자기 무장공작원 침투가 늘어난 것을 보면, 쿠바와의 협조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쿠바가 미주나 아프리카에서 벌여왔던 각종 정국불안 조장 및 개입이라는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하여 그것을 대남노선에 집중시켰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그게 단시간에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쿠바식 모델도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런 대규모 공작원 파견을 그만두었다가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되자 선대의 못다이룬 꿈을 실현시키겠다고 다시 쿠바식 모델을 동원하여 1995년에는 충청남도 부여군에 무장간첩을 침투시키거나 1996년에 강릉 앞바다에 잠수함을 침투시키는 방법을 구사한 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김일성과는 달리 김정일은 더욱 거친 수단도 불사하여 1999년과 2002년에는 두 차례의 연평해전을 일으키고 2009년에는 대청해전을, 그리고 2010년에는 천안함 폭침사건을 일으켰지만 모두 역효과가 나 버리고 말아 버렸어요. 결국 김정일의 노선이 김일성의 것과는 달랐지만 안 되는 길만 골라가서 망한 것만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어요.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죠.
첫째. 북한은 쿠바의 폭력혁명수출을 벤치마킹해서 적화통일을 시도했다.
둘째. 북한은 쿠바와 마찬가지로 망하는 길만 골라서 갔다.

이렇게 보니 북한 입장에서 쿠바는 형제국이 맞았네요.
그런데 그 쿠바가 망하는 길만 골라서 갔던 과거와 결별하겠다니까 멘탈붕괴가 안 일어나고 배길까요? 북한이 열심히 개발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를 늘릴 일만 남았네요. 쿠바까지 타격하려면.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4-03-01 23:43:35

단순히 북한과 쿠바가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해서 형제국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이면이 또 있었군요. 그래서 이번 쿠바와의 수교는 더욱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북한이 쿠바에 대한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꽤 충격이 큰가 봅니다.

마드리갈

2024-03-03 18:10:08

사실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했다고 해서 마냥 형제국인 것은 아니죠. 그리고 그 사례가 몇 가지 있어요.

우선, 제2세계의 종주국인 소련의 경우 헝가리 및 폴란드의 반소의거를 소련군으로 잔혹하게 짓밟은 전력도 있었는데다 체코슬로바키아의 1968년을 풍미한 민주화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대해서도 개입하려 들었지만 도리어 체코슬로바키아의 탈소련 친서방화가 가속되었고 결국 1992년말에 평화적 합의로 그 나라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었죠. 게다가 유고슬라비아나 알바니아는 사회주의 국가이긴 했어도 소련과 가깝지도 않았고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독자성이 강해서 소련이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중국의 경우는 1950년대에는 소련과의 영원한 우의를 천명했지만 1960년대 이후에는 국경분쟁 등으로 대립이 격화되어 과거의 그런 우호기조는 완전히 사라지고 중국은 소련을 수정주의자로 비난하는 한편 소련은 중국을 교조주의자로 비난하는 등의 비외교적인 수사를 주고받는 등의 험악한 관계로 돌변했어요. 1970년대의 핑퐁외교로 약칭되는 미중 관계정상화는 바로 그 중소분쟁의 연장선상에 있었고, 소련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로의 고립기조와 제2세계 내부의 민심이반 등의 위기를 느껴 데탕트 기조를 추진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제2세계의 국가도 각각 사정이 다 달랐어요.


북한의 경우는 제2세계에서 가장 나쁜 행태를 보여줬어요. 이익이 되는 소련과 중국 이외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고, 냉전기 외교전을 활발히 벌였지만 대부분 그때뿐이었어요. 게다가 소련과 중국의 대립 때에 견지한 등거리외교노선은 결과적으로 이득만 챙기겠다는 박쥐같은 처신이었고 김일성 우상화는 소련애서는 교조주의의 극단적인 행태로 조소당하는가 하면 중국에서조차도 모택동보다도 김일성을 더 높이는 행태가 한심하게 여겨지는 등 제2세계 양대국가에 모두 무시당하는 꼴을 자초했어요. 한때 베트남 전쟁 때는 북한이 조종사 등의 전투원을 파견하기도 했지만 베트남이 도이모이 노선을 채택하자 급격히 소원해지는 등 북한은 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하지도 않고 철저히 이기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노선을 걸었다가 모두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어요. 게다가 쿠바가 세계 각지에 개입한 분쟁에 대해서는 그나마 민족자결이나 민중해방 등의 대의라도 있었지만 북한은 그것조차도 없이 오로지 대한민국 말살 및 그것을 위한 테러리즘 등에만 열중했으니 다들 외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북한의 노선에 대해 한국-쿠바의 수교는 형해화된 채로 남아있기라도 했던 북한의 외교노선에 대한 사형선고니까 충격을 안 받을 수 없을 거예요. 

Lester

2024-03-05 10:21:16

요즘 뉴스를 읽어보니 북한이 러시아와의 수교가 잘 되자 냉큼 평화통일을 포기했는데, 쿠바가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기대했던 러시아와의 수출도 이상하게 꼬이면서 난처해졌다고 하더군요. 꿈은 큰데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해야 할지...


북한이 쿠바를 벤치마킹했다고 가정했을 때 짚이는 게 하나 더 있는데, 기억이 맞다면 과거에 김일성의 (딱히 믿음직하지 않은) 게릴라 활동을 엄청나게 홍보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쿠바 혁명이 1953~1958년이고 김정일은 1994년에야 집권했으니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 같네요. 뭐 체 게바라는 최소한 혁명가로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경제는 말아먹었는데 김일성은 둘 다 못했던가...

마드리갈

2024-03-05 11:55:38

요즘 러시아가 북한에서의 무기수입을 줄여 나가고 있다고 해요. 신뢰성이 너무 형편없어서 러시아군 내의 피해가 계속 불어나고 있거든요. 즉 음지의 영역에 있는 것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게 북한의 현실이죠.

역시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완전히 허구의 영역인 게릴라활동 홍보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보는 게 타당하겠네요. 그리고 그게 원래 없던 것들이니까 쿠바보다 한술 떠서 증거조작으로도 이어지죠. 이른바 구호나무 같은. 그것조차도 매우 엉성해서 결국 조금만 조사해 보면 말이 안되는 게 전혀 없지만요. 역시 북한이 진짜 제대로 하는 건 망하는 길만 골라서 가는 것 같네요. 쿠바는 늦게나마 궤도수정이라도 했지만.

Board Menu

목록

Page 5 / 28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5월 이후로 연기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0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23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0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07
마드리갈 2020-02-20 3776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45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884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18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29
5609

의대관련 논란에서 잊기 쉬운 전체주의에의 망령

2
SiteOwner 2024-03-02 103
5608

북한이 어쩌면 쿠바를 벤치마킹했을 수도 있겠네요

4
마드리갈 2024-03-01 145
5607

하루 더 있는 2월의 마지막날이 바쁘네요

2
마드리갈 2024-02-29 104
5606

유럽 각지에서 발견된 유령총 R9-ARMS 기관단총

2
  • file
마드리갈 2024-02-28 108
5605

아사가야에 새로이 서점을 개업한 서점체인의 역발상

6
  • file
마드리갈 2024-02-27 141
5604

한국과 쿠바의 수교, 왜 중요한가

5
  • file
  • update
마드리갈 2024-02-26 127
5603

포럼 개설 11주년을 맞이하여

4
SiteOwner 2024-02-25 129
5602

역시 동생에게 이틀 연속 통원은 아직 힘든가 봅니다

SiteOwner 2024-02-24 102
5601

1분기내에 할 것들에 대한 정리

2
SiteOwner 2024-02-23 110
5600

총톤수와 배수량을 아직도 구분못하는 기사

2
  • file
마드리갈 2024-02-22 105
5599

랜섬웨어 락비트(LockBit)에의 대책, 일본 경찰청이 발표

2
  • file
마드리갈 2024-02-21 107
5598

쌀에 대한 여러 경험을 간단히.

4
SiteOwner 2024-02-20 129
5597

지나보면 전화위복이라 느낄 때가 있습니다

2
SiteOwner 2024-02-19 104
5596

정보화사회 속 사이시옷의 전근대성

2
SiteOwner 2024-02-18 106
5595

병원에서 봤던 외산 기자재의 제조사 정리

마드리갈 2024-02-17 102
5594

[뉴스] 고기반찬도 아니고 고기밥?

4
Lester 2024-02-16 131
5593

글에 대해 지니는 신조라고 한다면...

2
SiteOwner 2024-02-15 106
5592

한글전용론자들은 침묵하지 말라

4
SiteOwner 2024-02-14 125
5591

유미엘라 도르크네스라는 캐릭터에의 관심

  • file
마드리갈 2024-02-13 107
5590

"왜 안 고르세요?" 의 후일담

2
SiteOwner 2024-02-12 107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