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진보주의의 덫 1. 이성에 대한 과신(過信)

SiteOwner, 2023-10-22 05:09:11

조회 수
135



그러면 이제는 진보주의애서 상정되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것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보수주의가 대체로 귀납적인 경험칙에 의존하는 반면 진보주의가 사고실험에 의한 연역논리에 의존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것은 약간 다르게 표현하자면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의 수준이 보수주의의 경우는 낮고 진보주의의 경우는 높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에 무슨 덫이 있을까요?

현재 시점에서 이성은 인간의 전유물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은 자연인 이외에도 법인도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 크게 나가면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Friedrich Hegel, 1770-1831)의 시민사회론으로까지 크게 확대됩니다만 그것까지 언급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커져 버리기에 필요한 한도내에서 한정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것입니다. 인간의 이성에 대해 의심의 여지를 얼마나 두는가가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차이를 만들고, 이것이 역설적인 상황을 만드는 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명제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의심을 해소시키는 방법도 있고, 의심을 말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도 있습니다.
의심을 해소시키는 방법이라면 증명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기하학과 변론술이 발달한 것도 로마제국에서 법률이 발달한 것도 각종 지식이나 주장을 납득시키는 방법을 동원하는 게 최대한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점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가 사회의 대부분의 영역을 지배했던 중세시대에도 종교가 신도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신학이 발달했다든지 연금술이나 상거래 등의 실체있는 행위도 논리체계가 갖추어지고 객관적으로 증명될 것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증명된 결과는 각종 저작물로 남았고 후대의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배우면서 또 의심하는 방식으로 많은 것을 발견해 내고 축적해 왔습니다. 이것이 인류문명이 발달한 방식입니다.
의심을 말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라면 이것도 나름대로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힘으로 직접 찍어누르거나, 의심하는 사람을 미숙한 자로 만드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전자의 방법이라면 마녀사냥, 종교재판, 사문난적(斯文乱賊) 몰이 등 역사에 기록된 각종 폭력이 일일이 거명하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후자의 방법이라면 종교계나 학원가 등에서 많이 쓰이는 방식으로 "네가 견문이 좁아서 그렇다" 등으로 상대를 폄하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이든 후자이든 구분에 실익이 없을 정도로 상당부분 중첩되어 있기도 합니다. 

의심을 해소시키면 대체로 갈등도 해소됩니다. 그러나 의심을 해소시키지 못하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 언젠가는 다른 곳에서 그 갈등이 표면화됩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 바로 의심의 여지에 따라 갈리게 되고, 의심의 여지를 많이 두는 보수주의적 방법론이 의외로 의심을 해소시키고 또한 의심의 여지를 적게 두는 진보주의적 방법론이 의외로 의심을 해소시키지 못한다는 역설을 낳습니다.

물론 의심을 무한정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이미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과학자인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가 남긴 유명한 발언인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 라는 라틴어 문장으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것은 뒤집어 말한다면 믿음은 가장 본원적인 사안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 이외의 영역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의심의 대상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수준을 넘어서는 믿음은 과신(過信)이고 그 과신의 결과가 오만(傲慢)이 되는 것입니다.

"의심하라, 그러면 믿을 것이다. 믿어라, 그러면 의심할 것이다."
이 역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면 진보주의의 덫 또한 현재의 상황보다는 더 잘 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진보주의의 과학관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3-10-22 22:49:30

말씀하신 대로 철학과 과학은 의심, 정확히는 '증명과 반증'의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죠. 가령 페르마의 대정리는 도무지 풀리지 않아서 개그 코드로까지 사용됐지만 결국 증명된 이후에는 수학을 비롯한 온갖 과학에 포함됐고 말입니다. 전문적인 주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람은 원래 원숭이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지능을 진화시키면서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기원전 기원후 모두 합쳐서 엄청난 시간을 달려온 끝에 이 순간에 도달한 것이고 말이죠.


하지만 해외의 PC나 국내의 진보처럼 '옳은 것이기에 옳으니 이를 전파하는 것이 옳다'라는 이중모순 같은 경우에는 지능적인 동물이기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전 코멘트에서도 언급한 것 같지만 진보는 기본적으로 '구습을 타파한다'라는 좋은(영어로 번역하면 good이 되겠지만 이는 '선한'으로 재번역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죠) 관점을 지니고 있으나, 이 '타파'를 '(철저한) 파괴'와 동일시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보수 또한 '지킨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보수공사에서 보듯이) '고친다'는 의미도 있을 터인데, 언제부턴가 '구태의연한 작자들'로 인식이 박혀 있죠.


만화 "라이어 게임"에서는 '사람을 믿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주인공 아키야마 신이치가 히로인 칸자키 나오에게 "그 사람을 알고 싶다면 의심해야 한다. '믿는다'는 행위는 숭고하지만 실제로는 타인에 대해 알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무관심이다"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행을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야말로 최악'이라고 단언하기도 하죠. 냉소적이고 비관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합니다. 본문과 제 코멘트에 나온 '자칭 진보'들 또한 자신이 선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폐해를 거듭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SiteOwner

2023-10-23 22:24:39

상당히 날카롭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게다가 다음에 쓸 글과 바로 이어집니다.

말씀하신 "옳은 것이기에 옳으니 이를 전파하는 것이 옳다" 라는 그 이중모순이 진보주의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수많은 패착을 저지르고 결국 아무것도 안한 것보다도 못한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미국의 오스본 환초(Osborne Reef)의 패착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보수의 한자에는 保守도 補修도 있습니다. 전자는 지킨다는 것이고 후자는 고친다는 것인데 둘 다 척결대상으로 몰아버리면 지키지도 고치지도 못하지요. 문제는 그렇게 보수를 척결하면 진보라고 해서 멀쩡하다는 법은 없는데 말이지요.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은 의심에 의한 견제와 균형의 소산이자 민주주의 수호의 토대가 됩니다. 그러나 민주집중제는 민주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독재적입니다. 아키야마 신이치의 발언이 바로 삼권분립의 취지와 민주집중제의 폐단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0 / 28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5월 이후로 연기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0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23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0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07
마드리갈 2020-02-20 377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45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884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18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29
5508

현재의 컴퓨터와 과거의 수퍼컴퓨터의 성능비교

2
마드리갈 2023-10-30 109
5507

대참사에 대해 사회적인 집단난독증이 의심되고 있어요

2
마드리갈 2023-10-29 111
5506

쥐의 수정란은 우주공간에서도 정상적으로 자란다

  • file
마드리갈 2023-10-28 107
5505

퇴직후 재취업자에 대한 국민연금 감액제도, 폐지된다

2
SiteOwner 2023-10-27 115
5504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 꿈에 보일 때

SiteOwner 2023-10-26 103
5503

4년 전 탈북어민의 행적을 꿰뚫어봤던 그들은 어디에?

마드리갈 2023-10-25 104
5502

사별한 아내의 이름은 남편이 대학에 남겼다

  • file
마드리갈 2023-10-24 109
5501

"꼰대" 가 되지 않도록 지킬 것 하나

2
SiteOwner 2023-10-23 118
5500

진보주의의 덫 1. 이성에 대한 과신(過信)

2
  • update
SiteOwner 2023-10-22 135
5499

일본발 자원입국, 이번에는 금과 은

2
  • file
마드리갈 2023-10-21 138
5498

여러가지.

4
Lester 2023-10-20 125
5497

비오는 밤중에 간단히 쓰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

SiteOwner 2023-10-19 104
5496

덕질의 대가는 무엇인가

3
  • file
마키 2023-10-18 122
5495

가슴통증에 시달렸던 하루 그리고 여러 생각

2
마드리갈 2023-10-18 108
5494

다람쥐는 독버섯을 먹어도 문제없다!!

2
  • file
마드리갈 2023-10-17 112
5493

검열 선호가 어쩌면 국민성이 아닐까 싶네요

3
마드리갈 2023-10-16 130
5492

쓰던 글이 있었지만 잠시 보류하고 있어요

2
마드리갈 2023-10-15 104
5491

니이가타시(新潟市) 앞바다에 돌연 나타난 잠수함

2
  • file
SiteOwner 2023-10-14 107
5490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대학생들의 신념의 수준

2
마드리갈 2023-10-13 108
5489

결국 "개존맛 김치" 까지 나왔어요

2
  • file
마드리갈 2023-10-12 11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