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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스를 읽어보면서 생각났던 단어 하나가 있어요.
제목에서도 쓴 일본어 단어인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이것은 대체로 접대(接待), 환대(歓待) 등의 의미이죠. 조어방식은 동사 모테나스(もてなす)의 명사형에 미화의 의미를 담은 접두어 오(お)를 붙인 것.
그런데 이 단어가 오늘따라 오모테(おもて, 얼굴)+나시(なし, 없음)으로 분철되어 읽히네요.
바로 이런 사건이 있었으니까요.
South Korea’s president skips Nancy Pelosi meeting due to staycation, 2022년 8월 4일 The Washington Post 기사, 영어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1940년생) 미국 하원의장이 동아시아 5개국 순방일정을 소화하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및 대만에 이어 4번째로 방한했지만 윤석열(尹錫悦, 1960년생)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면담하지는 않고 통화하기만 했어요.
과연 이래야 했을까요. 휴식의 중요성이 대통령이라고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권력서열 3위인 인물이 미 공군의 C-40 수송기를 타고 왔다는 데에서 이미 이것은 공식방문이고 중요한 외교행위라는 것이 드러난 것인 이상 유연하게 대응할 수는 없었을까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끝끝내 면담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이런 생각까지 들어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 따위는 없는 것인가 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인 한미동맹이 이걸 계기로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지만 이렇게 우려한들 어쩌겠어요. 이미 일은 벌어졌고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제 동아시아 주요국가 순방의 마지막 국가인 일본에 도착했다고 하죠. 그리고 미일 양국 인사들이 환대하고 있고 내일은 키시다 후미오(岸田文雄, 1957년생) 내각총리대신과 회담을 갖는다는데.

신뢰는 지키기가 정말 어려워요.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뿐.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2-08-05 07:28:47

안 그래도 이 건으로 엄청나게 시끄러워지겠다 싶지만 포럼에도 글을 올려도 되나 했는데 먼저 작성하셨네요. 영원한 우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최강 미국이고, 그걸 떠나서 권력서열 3위고, 설령 그보다 낮은 사람이 와도 높은 사람이 나가면 '성의'라는 것이 더더욱 빛나는 법이죠. 그 성의가 클수록 상대방은 더욱 그에 걸맞게 보답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고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도 행동이지만 이유도 가관입니다. 중국 측에서 딱히 만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적이 없었다고 본인이 밝혔다면 더더욱 거리낌없이 나갔어야 했고, 휴가라는 것도 알려진 바로는 연극배우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는데 그것이 정말 휴가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사진만 봐도 딱 예술이나 젊은 세대에 대해 뭣도 모르면서 불러다 앉혀놓고 훈계하는 듯한 모습이거든요. 특히 남자만 있는 걸로 봐서 선거 전후로 계속 말이 많았던 여성가족부 폐지 및 이대남[20대 남성] 논란을 의식한 듯 보이는데, 이것저것 다 떠나서 '무엇이 더 우선순위가 높은지 모른다'는 걸로밖에 안 보입니다. 일각에서 나오는 '정치 초보'라는 것도 반론도 아닌 변명거리밖에 못 되며, 오히려 정치 초보였다면 더더욱 적극적으로 진심을 표현해야 했다는 점에서 말이 안 나올 뿐이고요.


게다가 본인의 행보와 상관없이 이 행동의 '해석 여지'에 따라 고립될 가능성도 큽니다. 펠로시의 다음 행선지가 일본이라 비교당할 가능성도 크고, 이를 기회삼아 일본이 더더욱 국빈 대접을 해준다면 우리나라는 역으로 나중에 더더욱 똑같이 홀대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정말로 그럴까봐 무섭습니다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중국에 손을 내밀 수도 없는 판국이고요. SiteOwner님께서 예전에 제 소설 속 캐릭터의 행보에 대해 단평하셨던 '소속이 없으면 양쪽에서 총을 맞는다'가 실현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문득 이래저래 말도 탈도 많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외교와도 비슷합니다만, 어째서인지 아무도 딱히 언급을 하지 않네요.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마드리갈

2022-08-05 12:32:43

고대나 중세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근현대로 올수록 외교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져 왔죠. 그리고 러시아처럼 침략전쟁으로 적을 만들거나 중국처럼 거대한 국가를 내세워서 주변국을 핍박하려 드는 폭력적 노선을 추구하는 국가의 외교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도 분명하고, 또한 어느 시대이든 간에 국제예양은 늘 중요한 것이었죠. 사신이나 국빈의 대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좌우되는 것은 지금도 여전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각국에 강하게 영향력을 끼치는 주요국가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처신이 더욱 형편없게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어요.


사실 세계 주요국가 중에 미국과 외교관계를 가지기에 우리나라보다 조건이 좋은 나라는 없어요.

지금 미국의 동맹국 중에 원죄가 없는 나라는 정말 별로 없거든요.

당장 북미의 캐나다만 하더라도 1812년 미영전쟁 때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캐나다 주둔 영국군에 급습당하는 일이 있었다 보니 미국은 1970년대까지 캐나다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는데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 미국의 파병요청을 거부했다든지 1971년의 대만을 국제연합에서 축출하는 결의 제 2758호에서는 찬성표를 던지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어요.

캐나다만 해도 이런데 다른 국가들의 원죄는...영국은 1895년 미영 양국의 그랑 라프로쉬망(Grand Rapprochement) 이후에야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었죠. 그 이전에는 영국은 미국 입장에서는 부패하고 고루한 왕국이었고 미국은 영국 입장에서는 국가를 참칭한 반역도당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실제로 영국은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CSA)을 지원하기도 했어요. 게다가 식민주의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니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얄타 회담에서는 루즈벨트와 스탈린이 공모하여 처칠이 사실상 배제되는 방식으로 견제당하기도 했어요.

프랑스의 경우는 미국 독립전쟁에 큰 공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이후에 관계가 크게 틀어졌죠. 특히 프랑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라든지, 보유한 달러로 2차대전 당시 미국에 유치해 둔 금을 교환해 주기를 요구하자 미국이 불태환선언을 하고 금본위제를 폐기하는 등으로 대립한 것은 물론 21세기에는 미영 주도의 이라크전에 맹렬히 반대한다든지 벨기에가 미국의 F-35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하자 프랑스의 가치를 훼손한다든지 등등의 험구를 늘어놓은 것을 보면 프랑스와 미국의 감정의 골이 매우 깊다는 게 아주 현격하게 보이죠.

일본, 독일, 이탈리아는 추축국 진영에 가담했다는 원죄가 있었는데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폭 피폭국에 독일은 1차대전과 2차대전 모두 미국에 적대한 죄과가 있어요. 게다가 미국은 일본의 고도성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머스키법, 바이 아메리칸, 플라자 합의 등의 온갖 장벽을 세운데다가 F-15J 전투기 및 E-767 조기경보기 도입 때에는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라는 명목으로 그냥 바가지를 씌우기도 했죠.

스페인은 1975년까지는 파시스트 체제였고, 호주는 영국의 사실상 속령인데다 천연자원 분야에서는 경합국, 인도는 제3세계의 수장을 자처하면서 사실상 친소노선을 견지하다가 요즘은 다시 친미노선을 타고 있긴 한데 또 친러노선을 택하는 중이라 의심스럽고, 이집트는 친소 반서방 노선을 꾸준히 견지하다가 캠프 데이비드 협정 이후에야 이스라엘과 수교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국불안 문제가 남아 있고, 터키는 나토 가맹국이면서 친러행보를 보이는데다 남아프리카는 인종차별이 현재도 많은 미국조차도 어떻게 변호해 주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인종차별체제가 있다가 근래에 들어서야 혁파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쇼크 주도에 이슬람 근본주의의 본산으로서 반미테러리즘을 육성하는 문제가 있는데다 이스라엘은 수에즈 위기 때 영국과 프랑스와 손을 잡고 미국을 배신하여 미국의 분노를 샀다든지 보은외교 명목으로 중국에 자국의 기술자산을 판매하여 서방측 기술의 공식 루프홀이 되어 있는 등 모두 원죄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사실 놀라울 정도로 원죄가 없어요. 신미양요나 카츠라-태프트 밀약은 모두 미국이 주도했지 우리나라에 원인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6.25 전쟁의 UN군에서 미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다 미군 사령관이 곧 UN군 사령관. 또한 미 공군이 창설되어 참전한 첫 전쟁이 바로 6.25 전쟁이었죠. 그리고 1960년대가 되기도 전에 이승만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의 친분 덕택에 원자력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죠. 정말 이런 동맹 없어요. 이렇게 성공적인 한미동맹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몰라요. 프랑스처럼 독자적인 협상력을 행사할 정도로 국력이 큰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행보를 보면 우리나라가 진짜 이번에는 잘못 처신한 게 맞아요.

2008년에 주도한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에서는 위안부문제는 일본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규탄하고 있어요. 이것을 생각해 볼 때 낸시 펠로시가 친한이든 보편적 인권론을 견지하든간 이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해가 될 뿐이예요.

만일 친한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꼼짝없이 친한인사를 실망시킨 외교참사를 일으킨 거죠.

보편적 인권론에서 본다면 이건 이것대로 문제. 우리나라가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 등과 같은 인권침해국가 쪽에 더 가깝게 간주될 위험 또한 배제할 수 없어요.


포럼에서는 운영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제만 아니라면 일단 쓸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운영진이 이용규칙추가사항에 따라 사안에 따라 판단하고 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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