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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산속 여행 로그

조커, 2013-06-06 12:44:47

조회 수
364

계획대로라면 원래 6월 6일까지 산에서 지내야 했었지만 중간에 자다가 식량을 도둑 맞고 올무에 걸려 발목이 부상을 당한터라 어제 늦은 저녁에 복귀했습니다.

아래는 3일간의 여행을 로그식으로 서술한것입니다.

(로그식이라 경어가 생략된점은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6월 3일 AM 6:00

 

심리 치료 이전엔 일때문에 제대로 된 여행도 가지 못했지만 일단 재취업까진 공백이 있다.

심리치료로 나를 전면적으로 개조를 하긴 했지만 나는 나대로의 노력을 해야 할듯 하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알트맨을 찬양하라.



6월 3일 AM 10:35

 

도보로 걸어왔기에 산행 초입부터 땀에 흠뻑 젖었다.

갈아입을 옷은 한벌밖에 가져오지 않았는데.....

예전에 물색해둔 장소인 바위가 패인 언덕에 짐을 풀었다.

사람도 오지 않는다....간간히 약초캐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일뿐 여긴 완전히 나만의 공간이다.

그늘도 시원하고 냇물도 흐른다.

다만 잡을 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식량이 떨어지면 먹어야 할건 고사리 같은 산야초와 버섯뿐인거 같다.

 

내 목숨이 무사하길.....



6월 3일 PM 1:00

 

바위가 패여 그늘을 만들어주는 곳에 침낭과 짐을 풀고 산을 좀 돌아다니다가 냇가에 앉아서 좌선을 했다. 


그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별거 아닌 일에 흥분하고 거친말만 해서 내 스스로의 가치를 까버린 것.

그리고 뭔가 해준다 해놓고 일 핑계로 미루고 또 미룬 것.

그밖에 그동안의 내 단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행을 하던 석가모니도 이런 생각을 했을까.

 

다 필요없는 생각이다 이제 나는 변했고 앞으로도 변할것이다.

 

 

6월 3일 PM 10:10

 

시계를 보니 내가 회사에 있었다면 아직 일하고 있을 시간이겠구나 싶었다.

여름이라지만 밤에는 추운건 물이 없는 사막이나 물이 철철 넘치는 냇가나 다를바 없어 보였다.

침낭에 몸을 묻어도 오한은 가라앉질 않는군.

바위가 오돌도돌 솟아 있는 잠자리도 그리 편치는 않다.

그저 그늘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이나 세고 있어야지.

잠이 잘 안오면 양을 한마리 두마리 센다 했던가? 


나는 양대신 별을 세고 있지만 세다보면 잠이 오겠지 싶다.



6월 4일 AM 8:37

 

일어나자마자 배낭을 꺼냈더니 식량이 반절이상이 사라졌다.

자고 있는 동안에 도둑이 든건가....

아무래도 험하지 않은 산인지라 여기가 나만의 비밀 공간은 아닐거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식량을 도둑맞다니....

담배꽁초도 몇개 떨어져 있는걸 보면 무개념 야간 등산객 아니면 불량 청소년들일게다.

 

잃어버린건 할 수 없지만 어째 계획보다 더 빨리 산야초와 버섯같은 채집활동을 해야할 때가 빨리 도래한거 같다.

적어도 다 가져가지 않은 녀석들의 도량(....)을 찬양할수밖에....



6월 4일 AM 11:50

 

냇가에 앉아서 또 좌선을 했다.

어제보다 잡념은 많이 줄어든 듯하다

 

훌륭해...지금의 나.



6월 4일 PM 10 :40

 

계획된 양의 절반이상을 도둑맞는 바람에 벌써 식량이 떨어졌다.

그치만 예전의 경험도 있고 해서 그다지 채집에 대한건 무섭지 않았다.

일단은 가장 안전한 고사리부터 일어나자마자 캐야지 싶었다.

버섯은....워낙 비스무리한데다 자칫하면 정말로 비명에 객사할지도 모르니까 왠만하면 피해야 겠다 싶을정도로 종류가 너무 많았다.

10년전 산에서 버섯을 먹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무사했던건 아무래도 악운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게 바로 나다 싶었다.

 


6월 5일 AM 6:30

 

예전부터 나는 파충류 혐오자였다.

그런 주제에 먼 발치에서 뱀을 만나니 가까이서 바퀴벌레나 쥐를 본거보다 훨씬 공포스러웠다.

모처럼 즐겁게 보내려고 산에 왔는데 뱀에게 물려 비명횡사라니 말그대로 말도 안된다.

재빨리 자리를 떴다.

색조와 머리의 모양을 파악할수 없어 독사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었지만.


 

6월 5일 AM 10:20경

 

냇가로 돌아가는 길에 올무에 발이 걸렸다.

아무래도 밀렵꾼이 설치해놓은거 같은데....

금속 집게식이 아닌게 다행이지만 올무를 만든 로프자체가 매우 단단해서 상당히 아프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다니는 곳에 있었더라면 구조를 위해 소리라도 질렀겠건만....

여기서 죽나 싶었다.

그냥 재취업 하는 동안 집에서 발이나 닦고 잠이나 잘걸 후회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배낭에 서바이벌 나이프가 있었지....

 

...젠장 내가 하는 일이 다 이렇지.

 

 

6월 5일 PM 5:00경

 

구원의 손길은 예상치도 못하게 찾아온다.

약초를 캐던 아저씨 2분이 오셔서 올무를 풀어주셨다. 다행히도 올무는 내가 생각하는 것마냥 단단하진 않은듯 했다 아저씨들은 쉽사리 푸는걸 보니....

뭐 병원에 가지 않겠냐는 말을 고사하고 아저씨들께 감사인사를 올린후 배낭을 지고 산을 내려왔다.

이 발목 상태로는 남은 하루를 지내기 힘들거 같다.

올라가는 게 내려가는 거보다 힘들다고 누가 그랬던가.

발목이 아파서 쉬었다 갔다를 반복하는 통에 귀가가 많이 늦어졌다.

그저 살아돌아옴에 감사할수밖에 없는 그런 여행이었다.

 

남은 하루를 채우지 못함은 아쉽지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산에서 지낸 것을 대충 요약해서 로그식으로 써봤습니다.

인상깊었지만....다신 저런식의 여행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정말.

조커

TO PROVE A POINT. Here's to CRIME.

5 댓글

처진방망이

2013-06-06 13:00:33

몸 성히 잘 돌아오셨으니 다행입니다.

올무에 걸린 자리는 괜찮으신가요?

조커

2013-06-06 15:09:47

자국이 좀 심하게 남고 통증도 있지만 뼈나 근육 그리고 아킬레스 건엔 이상이 없다는군요....

마드리갈

2013-06-06 14:23:58

여행기를 읽으면서, 당시에 겪은 위험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깊은 산 속에도 도둑이 들끓는다니 정말 무서워요. 이건 조선시대의 화적패도 아니고...

그리고 뱀은 언제든지 조심해야 해요. 독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독사가 아닌 일반적인 뱀이라도 일단 물렸을 때의 출혈, 각종 감염 등의 문제는 여전히 있으니까요.

홀깽이라는 거 정말 고약해요. 노루나 멧돼지 등의 대동물을 잡는 금속제 홀깽이는 특히 더 위험하고 악질적이구요.

야생동물을 그렇게 밀렵해서 먹으면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정말...

오늘은 발목 상태가 어때요?

조커

2013-06-06 15:11:03

올무에 허리가 감겨죽은 길고양이의 사례도 봤는데 매우 처참했습니다.

제 곁에 말라죽은 꿩 비슷한 새의 시체를 보고 여기서 죽나 싶었지만...결국은 살아있습니다.

 

발목은 이상없다고 하는데 통증이 장난 아니네요....우으어어어어;ㅁ;

대왕고래

2013-06-06 16:47:00

이런이런... 별 일이 다 많으셨군요...

식량 도둑이라니 이건 무슨;;;

그래도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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