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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명진버스의 추억 제하의 글에서 간단히 언급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놓을까 싶습니다.

2000년 상반기였습니다.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른 아침 경기도 동두천시 소재의 미2사단 기지인 캠프 케이시(Camp Casey) 구내에서 업무상 이동을 위해 명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명진버스란, 경기도 북부지역의 버스회사인 명진여객이 운영하는 미군부대간 교통을 담당하는 버스를 말합니다. 

그날 캠프 케이시의 명진버스 승강장에는 저와 흑인 모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략 초등학교 저학년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30대 정도로 보이는 어머니. 명진버스는 군인 이외에도 군인가족도 잘 이용하다 보니 민간인이 기다리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에 돌이 날아들었습니다.
그 소년이 저에게 돌을 던진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화가 난 저는 그 소년에게 확 다가가서는 그대로 따졌습니다.
"Hey, what did you do? Throwing a stone at me?"

그 소년은 말도 못하고 어머니의 뒤에 숨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저에게 사과하고 나서는, 자신의 뒤에 숨은 아들을 손으로 잡아끌어내면서 소리쳤습니다.
"Apologize to him now. Now!!"

아들의 잘못을 보고 바로 사과하라고 말한 그녀를 보니 더 화를 낼 수는 없겠더군요.
그런데 그 소년이 사과하지 않고 칭크(Chink) 어쩌고 중얼거리는데...
그녀가 아들에게 놀랄만한 명령을 했습니다.
"No apology, no meal today. Apologize to him now!!"

오늘 굶는다는 게 무섭기는 무서웠던지, 마지 못해 그 아이가 사과하더군요.
"I'm sorry..."

"Thank you."
"No problem, ma'am. Children would mistake."
이렇게 아이와 어머니에게 대답하는 것으로, 그렇게 사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 흑인 모자가 어떻게 사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만, 적어도 두 가지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그 아이의 어머니는 최소한 그 건에 대해서는 올바른 선택을 한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21년이 지난 올해에도 여전히 생각나는 것 같습니다. 보통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인데, 그 건에 대해서 잘못한 아들에게 사과 없이는 밥을 굶긴다는 충격요법을 줘서 잘못을 사과하게 만든 것은 큰 용기이자 바른 선택입니다.
둘째는, 요즘 세계 각지에서 터지는 인종갈등에 대한 씁쓸한 것.
작년에 미국을 필두로 세계를 휩쓸었던 구호인 BLACK LIVES MATTER, 즉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는 그것이 어떻게 아시아인에게는 예외인 건가 싶습니다. 그래서 아시아인이 갑자기 폭행을 당하거나, 때로는 피살되는 일도 보도되고 있습니다. 문명이 발전했다면서 어떻게 시대정신은 더 퇴보한 건가 싶습니다.

그때의 그 흑인 가정이 지구상 어딘가에서 매일을 소중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1-04-23 22:03:01

훌륭한 어머니를 둔 꼬마네요. 아이가 잘못하면 야단칠 줄 아는 어머니는 훌륭한 어머니죠.

그런 어머니가 많으면 인종차별이니 하는 나쁜 것들이 조금은 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SiteOwner

2021-04-24 20:26:06

생각해 볼수록 그 어머니는 정말 위대했습니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것인가 봅니다. 그녀의 아들도 그렇게 잘못을 뉘우치고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해 있겠지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인종차별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처럼 인종문제가 다시 격화되는 이 시기가 한때의 폭풍으로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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