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청소하던 도중에 동생이 약봉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미 내용물은 2007년 여름에 다 복용되어 있고 현재의 건강의 원천이 되어 있는 터라 그 약봉지는 이미 소임을 다했습니다만, 동생이 그 약봉지를 발견한 후에 저에게 내밀었을 때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해 상반기의 하루하루는 대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하루에 간신히 깨어 있는 몇 시간 동안에도 하루하루 죽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내일 일어날지 전혀 보장할 수도 없었습니다. 면회 시간이 끝나 동생이 돌아갈 때 동생 본인은 태연한 척했지만, 다음날 오면 밤중에 많이 울었는지 눈이 많이 부어 있는데다 충혈되어 있다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결국 그 해 상반기의 끝을 2주 남짓 남기고 퇴원하기는 했습니다만, 이전과는 다소 다른 몸 상태에 한숨을 쉬어야 했습니다.
퇴원 이후에도 통원치료는 계속되었고, 당시의 후유증으로 대중교통 이용도 운전도 불가능했던 저의 통원을 위해 동생이 운전하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의존하는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그때로부터 12년하고도 반 지난 시점.
그때의 약봉지가 집에 남아 있었던 것도 기이하지만, 단지 조제된 약을 담는 용도이고 조제일자와 저의 이름이 쓰여져 있을 뿐인 종이봉투가 지난 날들을 이렇게 떠올리게 하는 것인지...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약봉지에서 느낍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목록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공지 |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6 |
2025-03-02 | 588 |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527 |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22
|
2020-02-20 | 4214 |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201 |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6238 |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824 |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389 | |
| 6370 |
오늘 지진이었다는데 못 느꼈습니다1
|
2026-03-14 | 17 | |
| 6369 |
제대로 말하지 않는 불청객2
|
2026-03-13 | 25 | |
| 6368 |
이란이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안 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2
|
2026-03-12 | 39 | |
| 6367 |
동일본대지진 15년, 후쿠시마현에서는 레이싱연료가 자란다2
|
2026-03-11 | 43 | |
| 6366 |
싫어도 각자도생 - 주한미군 그리고 노란봉투법
|
2026-03-10 | 36 | |
| 6365 |
이탈리아에 글로벌 대기업이 없다니?!2
|
2026-03-09 | 46 | |
| 6364 |
주말 동안의 이야기 몇 가지.4
|
2026-03-08 | 68 | |
| 6363 |
석유를 악마화해서 뭐가 남을까2
|
2026-03-07 | 44 | |
| 6362 |
[중대공지] 보안서버가 설치되었습니다2
|
2026-03-06 | 56 | |
| 6361 |
원자력잠수함이 사상 2번째로 어뢰공격을 성공시켰다
|
2026-03-05 | 41 | |
| 6360 |
한국기업 브랜드 선호를 막는 간접광고 적대정책2
|
2026-03-04 | 48 | |
| 6359 |
3.1절과 일본여헹을 엮는 행태는 언제까지...
|
2026-03-03 | 45 | |
| 6358 |
부동산 관련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면...
|
2026-03-02 | 50 | |
| 6357 |
[속보] 이란 공습, 하메네이 사망4
|
2026-03-01 | 117 | |
| 6356 |
건강문제애 대한 글은 안 쓰면 좋겠지만...
|
2026-02-28 | 52 | |
| 6355 |
표현하지 않는 것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됩니다
|
2026-02-27 | 61 | |
| 6354 |
"타노 카즈야" 라는 보도에서 보인 한국언론의 문제2
|
2026-02-26 | 64 | |
| 6353 |
포럼 개설 13주년을 맞이하여6
|
2026-02-25 | 219 | |
| 6352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4년째 그리고 서울4
|
2026-02-24 | 86 | |
| 6351 |
연휴 다음의 새벽입니다.4
|
2026-02-23 | 113 |
2 댓글
마키
2020-01-05 18:12:31
테즈카 오사무는 "당시에는 힘든 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아름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 추억의 본질"이라고 평했었죠.
고생했던 나날도 힘들게 살아온 순간도, 미래에 떠올려보면 그땐 그랬지라고 눈물짓는?사람의 감성이란...
SiteOwner
2020-01-06 19:55:11
그렇습니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겠지요.
알렉산드르 푸쉬킨 또한, 시간은 흐르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노래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절실하게 알 것 같습니다. 만일 2007년의 그때 죽었더라면 이렇게 폴리포닉 월드 사이트가 세워질 일도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지난 날을 추억으로 되새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며, 동생은 어떻게 되었을지...
그렇습니다. 이렇게 지난 날을 회고하며 눈물지을 수 있는 사람의 감성이란,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감성에 감사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