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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44화 - 돌고 도는 룰렛(4)

시어하트어택, 2023-12-01 21:09:02

조회 수
79

친구들 몇 명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을 의식하자, 민은 옆에 앉은 카일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웃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의 표정은 조금 어색하다. 민 자신처럼 아직 추첨 결과가 나오지 않은 친구들 몇 명을 빼고서는 말이다.
“네가 웬일이야? 네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웬 말이냐고?”
카일이 그렇게 재차 말하자, 민 역시도 나름대로 화제를 돌려 본다.
“너나 대답해 봐. 너는 뭐가 나왔길래 그래?”
“운동화 세트인데...”
카일이 보여준 건 한눈에 봐도 민이나 다른 친구들도 입이 벌어질 만한, 한정판 운동화 세트다. 그것도 TV나 뮤직비디오 같은 데에서 볼 수 있는, 유명인들이 신고 나오는 물론 민의 집안 정도라면 이런 건 웃돈을 주면 그냥 사 버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뮤직비디오나 영화 같은 데서나 볼 만한 한정판 운동화라는 건 놀랄 만한다. 거기에다가, 이게 상위권 경품이 아니라는 걸 말하면 믿지 않을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는 적어도 저기 보이는 ‘최신 게임 360종 세트’ 같은 걸 받고 싶었다고! 저건 게임쇼 경품으로도 잘 안 나오는 거란 말이야! 너는 이제 그걸 받을지도 모르니까, 그게 더 부럽다는 거지!”
“그런가...”
민은 카일의 말이 일견 이해가 갔던 건지,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카일은 아지고 할 말이 더 있었던 건지, 한쪽에 앉아 있는 재림을 가리키며, ‘그것 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자기가 좋은 경품을 얻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재림이도 지금 그냥 편의점 이용권 정도밖에 안 되는 경품밖에 안 받아서 한숨만 쉬고 있다고!”
“응... 재림이가?”
민은 의아했는지, 재림이 있는 곳을 돌아본다. 재림은 과연 카일의 말대로,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며칠 전에서부터 아까까지의 일을 쭉 지켜봤기 때문에, 더 이상하다. 그렇게 많은 운을 틀어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재림에게 무엇이든 당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광경을 보고 일단은 기뻐할 것이다. 옆으로 가서 위로의 빈말이라도 건네 주는 건 그 다음의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까 아직도 룰렛은 돌아가는 중이다. 지금 여기, 민의 친구들 중에도 아직 결과가 안 나온 사람들이 어림잡아 두세 명 정도는 있다.
한편,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미린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다. 아이란이 자신의 경품 추첨 결과를 보고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듯, 주먹을 꽉 쥐고 미소를 짓고 있다. 그게 다른 친구들에게도 꽤 눈에 띄었던 건지, 다른 곳에 앉아 있던 나디아가 그걸 보고는 대뜸 아이란에게 다가와서 말한다.
“야, 무슨 좋은 티를 그렇게 내? 내가 장담한다. 또 그거 보고 망상을 할 거지?”
“망상이라니, 말이 좀 지나친 거 아닌가...?”
나디아의 말을 그냥 못 넘기겠는지, 아이란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디아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디아가 오른손에 무언가 들고 있는 걸 가리키며 말한다.
“너도 분명 지금 경품 추첨 결과가 나왔을 텐데. 네 추첨 결과에나 신경 쓰지 그래?”
“아직 안 나왔거든.”
“어, 정말?”
나디아의 말이 그렇게 믿기지는 않았던 건지, 아이란은 나디아에게 되묻는다.
“대체 뭐가 뽑히길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야?”
“아무래도 저 행운의 룰렛은 내게 필요한 것 이상의 선물을 안겨주려는 모양이야.”
“필요 이상의 선물이라니...”
“아마도 신이 주는 선물이라고 해야 하나...”
근처를 지나가던 안젤로가 나디아의 그 말이 솔깃한 건지 가까이 다가오며 말한다. 안젤로 역시도 나디아가 하는 말이 그렇게 믿기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너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거냐?”
“응, 선배님은요?”
“나는 나왔지.”
“아...”
나디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좋은 결과는 아니었나 보네요.”
“당연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여유 있게 다닐 수 있는 거고.”
“무언가 반대로 말한 거 아닌가요?”
“아니지, 아니지. 순위는 안 높아도 그 이상으로 만족스러워하는 누군가도 있잖아?”
안젤로가 가리키는 건, 당연히 아이란이 받을 예정인 ‘동인지 세트’일 터다. 안젤로 역시도 그 경품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 가만히 웃더니, 이윽고 나디아를 돌아보며 말한다.
“자, 그럼, 나디아, 경품 추첨 다 되면 우리 부스로 와. 윤진 선배가, 우리 빨리 오라더라.”
“어, 정말요? 뭘 하길래요?”
“에이, 모르냐? 우리 동아리 이런 행사만 하면 하는 거 있잖아?”
“아...”
나디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쁘지 않기는 하지만, 옆에 앉기 싫어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기는 하다. 물론 지금이야 그런 사람과 옆에 앉아도 상관없을 만큼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한편 그 시간, 로니는 도서관에 혼자 있다가 막 도서관을 나서는 길이다. 도서관에 혼자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서부원 프리야가 로니를 보더니 로니를 불러세운다. 도서관에 있을 법하지 않은 로니가 있는 것도 그렇고, 학교가 끝나고 가지도 않고 있는 것도 그렇다. 운동장에서 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 아니면 학교가 끝나고 남아 있을 일은 거의 없다.
“로니, 오늘은 웬일로 도서관에 있냐?”
“아, 왜 도서관에 있냐고?”
로니는 프리야의 말에 일부러 되묻는다. 질문이 귀찮다는 표정도 덤이다.
“내 행선지가 그렇게 궁금하냐?”
“야, 로니? 그게 아니잖아. 나는 단지, 여기 도서부원으로서 물어보는 것뿐이고...”
“몰라도 된다. 설마 도서관에서 책에 색칠이라도 해 놨으려고?”
짐짓 그렇게 말하며 프리야를 찍어누르지만, 프리야는 여전히 로니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다. 로니가 무언가 이상한 일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쉬이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로니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다른 선배들에게서 어렴풋이 전해 들은 바도 있고, 또 로니가 일전에 자기 입으로 자기 능력을 자랑하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로니도 로니대로, 자신에게 딴지를 건 프리야가 많이 못마땅했던 건지, 은밀히 무언가를 프리야의 자리 밑에 풀어놓을 생각을 한다. 마침 이곳은 도서관이고, 따라서 프리야를 놀래킬 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어렵지도 않다. 곧바로 행동에 옮기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로니의 등을 툭툭 친다. 로니가 돌아보니, 같은 반의 디크루 부원 시오리가 서 있다.
“뭐 좋은 거 뽑았냐?”
“좋은 거... 냐니...”
로니는 경품 행사에 응모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오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잠시 멈칫하다가, 이윽고 다시 말한다.
“무슨 좋은 거? 내가 뽑을 건 없는데.”
“아, 안 했구나... 그럼 됐어. 너도 이따가 혹시 동아리 행사 보러 오냐?”
“어... 글쎄? 가겠지?”
로니는 그렇게 모호한 답을 내놓는다. 시오리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로니에게 빨리 오라며 손까지 흔들고는 말한다.
“그럼 빨리 오라고! 우리 동아리가 재미있는 걸 많이 준비해 놨으니까.”
그 말을 하고서 시오리는 먼저 간다. 로니는 시오리의 그 말을 듣고 나서, 도서관의 프리야를 손봐 주기보다는, 아까 하려던 것을 마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 당연하지. 그런 재미있는 건 내가 보여 줄 거거든!”

그리고 그 시간, 가운데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이윽고 경품 추첨이 다 끝나고, 아멜리는 무대 가운데로 다시 나와서 당첨자 발표를 준비한다. 막 인쇄된 당첨자 명단을 읽으려는데, 조셉이 아멜리의 허리를 쿡쿡 찌르더니 무언가를 가져다준다.
“선배님! 에이, 참! 카탈로그를 읽으려고 하면 어떡해요!”
“아, 그렇지, 참.”
아멜리는 자기 머리를 긁으며, 자신이 가져온 종이를 조셉에게 도로 주고, 조셉이 건네준 종이를 받아서 다시 읽기 시작한다.
“아, 여러분, 잠시 혼선을 빚어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러면 다시... 이제 당첨자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참가상과 감사상, 기타 우수상에 해당하는 경품은 이미 발표가 된 관계로 지금의 발표는 10위 이내의 당첨자만 말씀드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멜리는 당첨 결과를 읽기 전, 무대 주위에 모여든 동급생들과 후배들을 한번씩 본다. 하위권의 당첨자들은 이미 떨어져 나갔을 테고, 지금은 이른바 ‘모일 사람들’만 모여들었기 때문에 아멜리는 한층 여유 있게 무대 위에 서서 당첨자 명단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약 3분 뒤.
“어, 잠깐. 그 크루즈 여행 당첨자가 예원이라고?”
만화부 부스에서는 아까의 경품 추첨 결과를 놓고, 한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의외의 인물이 당첨된 것도 그렇고, 특히 아멜리를 그렇게 방해했던 에밀리오가 잡혀서 이번 이벤트를 주최한 것인데, 정작 에밀리오가 상위권에 해당하는 ‘특급호텔의 인피니티풀 7일 이용권’을 받아간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화젯거리가 될 만한 게 많았다. 만화부에도 화제가 될 만한 당첨자는 몇 명 있다. 예를 들어서 ‘V1 레이싱 투어’ 대회 VIP석 1년 이용권에 당첨된 나디아라든지, ‘마리나 센터에서 열리는 게임대회 VIP석 1년 이용권’에 당첨된 민이라든지, ‘명품숍 프리패스 1년 이용권’에 당첨된 루리라든지 말이다. 특히 별로 자신이 티를 내지도 않았던 루리가 그런 경품을 받았다는 소식에는 누구나 놀랄 만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화제가 되는 건, 누군가가 룰렛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이리저리 퍼져 나간 것 때문이다.
“아니, 그래서, 그 룰렛을 누가 조작했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사실인가?”
“에이, 그걸 어떻게 조작하겠냐? 뜬소문이겠지. 네가 그걸 실제로 본 것도 아니잖아?”
만화부 부스를 정리하던 지온과 세이지가 경품 추첨 결과를 놓고 잡담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던 윤진이 말한다.
“얘들아, 빨리 좀 옮길까? 아까 전 추첨은 추첨이고, 지금은 또 우리가 뭘 보여줘야 할 때잖아? 그리고 이 행사도 오늘이면 이제 끝나고! 그러니까, 다들 잡담은 그만하고 여기 부스 꾸미는 데에 좀 집중해 줄래?”
“네, 네.”
세이지가 먼저 알았다고 하자, 지온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스 작업 마무리에 힘을 쏟기로 한다. 그러면서도 잡담은 하고 싶었던 건지, 지온은 자꾸만 세이지의 허리를 쿡쿡 찔러 가며 말한다.
“너도 봤지? 룰렛이 좀 이상하게 돌아갔잖아? 안 그래?”
“그래... 그랬나...”
“에이, 망설이지 말고! 봤어, 안 봤어?”

한편 그 시간, 도나텔라는 후배 부원들과 함께 카트를 끌고 취미로 요리하는 모임의 부스로 들어서는 길이다.
“다들 기대하라고... 우리가 만드는 요리에 다들 놀라게 될 테니!”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01-05 10:17:53

역시 동상이몽이네요.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나디아와 아이란은 투닥대고...미운정도 많이 들었으니 이 참에 둘이 사귀면 안되나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어요. 나디아와 아이란의 백합커플이라면 과연 어떻게 이어질지를 생각하니 그건 그것대로 웃기지만...아무튼 견물생심을 조심해야 하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예요.

의외로 보는 눈이 많은데 로니만 그걸 모르는지, 알면서 그러면 무슨 변태적인 취미를 지니는 건지 모르겠고 몰라서 그런다면 그냥 그것대로 답이 없네요, 로니는.


역시 산이 높으니 골도 깊어요. 그리고 없는 소문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기도 하고...

시어하트어택

2024-01-07 09:43:28

누가 뭐라든 로니는 그저 장난을 치고 싶을 뿐인데, '감히' 그걸 방해한다고 하니 로니로서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죠. 장난을 계속 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겁니다.

SiteOwner

2024-01-28 13:59:23

하나의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모두 사람들의 마음이 같은 것은 아닐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아주 잘 드러나는군요. 자신이 원하는 상품도 개인별로 가지각색이고, 제가 저 상황이라면 무엇을 바랬을지도 상상해 보니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아멜리의 재력과 수완은 정말 얼마나 큰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군요. 일단 경제력이 좋아야 답이 나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분명히 있을텐데...


흔히 하는 말로 "주최측의 농간" 이라는 게 있는데 주최측이 아무리 신경을 쓰더라도 시비는 늘 있는 게 정상인가 봅니다. 그만큼 세상에는 보는 눈과 말하는 입이 많습니다.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더라도.

시어하트어택

2024-02-03 23:13:38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마음이 있는 법이지만, 그래도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실망감은 있을 수밖에 없죠. 물론 아멜리가 그 경품을 다 어떻게 구할지는 둘째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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