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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1990년대 전반, 중학생이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름방학 도중의 어느 날, 마루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집에 찾아 오셔서 인사를 했는데, 그 아주머니의 질문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질문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이렇습니다.
"학생, 수금포 하나 빌려줄랑교? 파뜩 쓰고 갖다주잉께."
다른 말은 이 지역 사투리니까 알아 들을 수는 있었지만, 문제의 "수금포" 가 대체 뭔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대체 수금포가 뭔지 모르겠다고.
그 아주머니는 저희집 마당 한켠의 창고를 보더니 삽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수금포는 삽 아잉교, 그러면 잠깐 쓰다 갖다줄께잉."
그렇게 아주머니는 삽을 빌려가고 그날 해질 무렵에 다시 오셔서 그 삽을 창고에 놓고 가셨습니다.
그때 이후로 여러가지 어휘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국어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제가 그 사건을 계기로 언어생활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하는 한편 국어과의 학과성적도 오르고, 글을 잘 쓴다는 평가도 받게 되는 등 여러모로 그 아주머니의 영향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그때의 소년이었던 저는 벌써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그 아주머니가 이미 고인이 된지도 10여년이 지났습니다. 게다가 사는 곳도 달라져 있습니다만, 수금포 사건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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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8-07-15 04:52:31
수금포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수요일 금요일 포기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주사파=주 4일만 수업 듣는 대학생, 수포자=수학 포기한 고등학생같은 느낌으로, 수요일 금요일에만 수업 몰아서 듣는건가, 아니면 그 날은 아예 공부를 포기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죠.
삽이라는 의미였군요... 어느 사투리지... 희안하네요. 한국은 작고도 넓어요.
SiteOwner
2018-07-15 13:41:58
작은 나라인 듯 하지만 그래도 지역별로 여러가지가 다른 걸 보면 이 나라도 결코 작지만은 않구나 싶습니다.
식당이라는 말이 충남 태안군에서는 식관이라는 말로 대체되어 있다든지, 미군 계통에서 흘러나온 물품을 파는 시장을 보통 양키시장이라고 하는데 부산에서는 깡통시장이라고 한다든지, 전국을 다녀보면 신기한 어휘가 한둘이 아님을 보고 놀라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수금포라는 말의 어원 중 유력한 것은, 삽을 의미하는 화란어 스코프(schop)가 일본어에 유입되고 이 말이 한국어에 귀화했다는 설입니다. 일본어에는 삽을 가리키는 말로 엔시/엔피(円匙) 및 코테(こて, 꽃삽의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것보다도 영어의 샤벨(shavel)과 화란어의 스코프(schop)가 더 많이 쓰이는데 동일본과 서일본의 용법이 완전히 거꾸로라서 이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보통 동일본 지역에서는 큰 것을 스코프, 작은 것을 샤벨이라고 부르고, 서일본 지역에서는 그 반대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