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수금포 사건

SiteOwner, 2018-07-10 22:24:32

조회 수
170

이 이야기는 1990년대 전반, 중학생이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름방학 도중의 어느 날, 마루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집에 찾아 오셔서 인사를 했는데, 그 아주머니의 질문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질문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이렇습니다.
"학생, 수금포 하나 빌려줄랑교? 파뜩 쓰고 갖다주잉께."

다른 말은 이 지역 사투리니까 알아 들을 수는 있었지만, 문제의 "수금포" 가 대체 뭔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대체 수금포가 뭔지 모르겠다고.
그 아주머니는 저희집 마당 한켠의 창고를 보더니 삽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수금포는 삽 아잉교, 그러면 잠깐 쓰다 갖다줄께잉."

그렇게 아주머니는 삽을 빌려가고 그날 해질 무렵에 다시 오셔서 그 삽을 창고에 놓고 가셨습니다.
그때 이후로 여러가지 어휘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국어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제가 그 사건을 계기로 언어생활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하는 한편 국어과의 학과성적도 오르고, 글을 잘 쓴다는 평가도 받게 되는 등 여러모로 그 아주머니의 영향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그때의 소년이었던 저는 벌써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그 아주머니가 이미 고인이 된지도 10여년이 지났습니다. 게다가 사는 곳도 달라져 있습니다만, 수금포 사건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8-07-15 04:52:31

수금포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네요. 수요일 금요일 포기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주사파=주 4일만 수업 듣는 대학생, 수포자=수학 포기한 고등학생같은 느낌으로, 수요일 금요일에만 수업 몰아서 듣는건가, 아니면 그 날은 아예 공부를 포기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죠.

삽이라는 의미였군요... 어느 사투리지... 희안하네요. 한국은 작고도 넓어요.

SiteOwner

2018-07-15 13:41:58

작은 나라인 듯 하지만 그래도 지역별로 여러가지가 다른 걸 보면 이 나라도 결코 작지만은 않구나 싶습니다.

식당이라는 말이 충남 태안군에서는 식관이라는 말로 대체되어 있다든지, 미군 계통에서 흘러나온 물품을 파는 시장을 보통 양키시장이라고 하는데 부산에서는 깡통시장이라고 한다든지, 전국을 다녀보면 신기한 어휘가 한둘이 아님을 보고 놀라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수금포라는 말의 어원 중 유력한 것은, 삽을 의미하는 화란어 스코프(schop)가 일본어에 유입되고 이 말이 한국어에 귀화했다는 설입니다. 일본어에는 삽을 가리키는 말로 엔시/엔피(円匙) 및 코테(こて, 꽃삽의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것보다도 영어의 샤벨(shavel)과 화란어의 스코프(schop)가 더 많이 쓰이는데 동일본과 서일본의 용법이 완전히 거꾸로라서 이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보통 동일본 지역에서는 큰 것을 스코프, 작은 것을 샤벨이라고 부르고, 서일본 지역에서는 그 반대라고 합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30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

6
Lester 2025-03-02 292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402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245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82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20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4029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94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08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686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200
6158

애니 오프닝의 영상에 다른 음악을 합성한 5가지 사례.

  • new
마드리갈 2025-08-13 5
6157

일본항공 123편 추락참사 40년과 사카모토 큐

  • new
SiteOwner 2025-08-12 6
6156

오늘 생각난 영국의 옛 노래 Come again

  • new
마드리갈 2025-08-11 10
6155

주한미군을 얼마나 줄일지...

  • new
SiteOwner 2025-08-10 26
6154

욕쟁이 교사 이야기 속편

  • new
SiteOwner 2025-08-09 23
6153

망원렌즈를 금지하는 언론개혁의 부재

  • new
SiteOwner 2025-08-08 27
6152

왼발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주저앉기도 했어요

  • new
마드리갈 2025-08-07 30
6151

"강한 자만 살아남는 90년대"

4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8-06 76
6150

호주의 차기호위함 프로젝트는 일본이 수주 <상편>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8-05 38
6149

"누리" 라는 어휘에 저당잡힌 국어생활

  • new
마드리갈 2025-08-04 42
6148

인터넷 생활에서 번거롭더라도 꼭 실행하는 설정작업

  • new
마드리갈 2025-08-03 64
6147

카고시마현(鹿児島県), 일본의 차엽 생산지 1위 등극

  • new
SiteOwner 2025-08-02 49
6146

이제 와서 굽힐 소신이면 뭐하러 법제화하고 불만인지?

  • new
SiteOwner 2025-08-01 52
6145

7월의 끝을 여유롭게 보내며 몇 마디.

  • new
SiteOwner 2025-07-31 56
6144

피폐했던 하루

  • new
마드리갈 2025-07-30 59
6143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둘러싼 싸움의 이면

2
  • new
마드리갈 2025-07-29 65
6142

애초에 실권없는 김여정의 욕설에 왜 귀를 기울이는지...

  • new
마드리갈 2025-07-28 64
6141

일본어 독학이 알려졌을 때의 주변인들의 반응

6
  • new
SiteOwner 2025-07-27 87
6140

국회의원보좌관들은 없는 존재입니다

  • new
SiteOwner 2025-07-26 71
6139

새로운 장난감

4
  • file
  • new
마키 2025-07-25 119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