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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누군가에게 이렇게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당신은 지방 출신인데 왜 서울에 진학했느냐?" 라는 것. 여기에 대해서 "내가 하고 싶어서 결정한 일에 지방 출신인 게 무슨 상관?" 이냐고 대답했더니 이런 반문이 되돌아왔어요. "지방 출신이 왜 무책임하게 지방을 버렸나, 당신 같은 사람이 있으니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이 되어가지 않나?" 라는 것이.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 뒤로는 그 사람과는 일절 대화하지 않고 매번 의도적으로 무시했어요. 

오래전의 이 경험이 오늘 생각나는 이유는 분명치는 않지만, 요즘 다시 생활의 여러 방면에 규제가 확산되려는 풍조가 읽히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서, 온갖 말로 학구열이나 내집 마련의 꿈이 탐욕으로 매도당하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지방 출신이 서울에 진학하면 출세욕에 눈이 먼 무책임하다는 사람으로 매도당한 건 이미 오래전의 제 경험으로 나타나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역별 쿼터(Quota) 같은 정책은 대놓고 차별하는 게 보일 거니 공공연하게는 채택못해도 내부방침으로 해 둔다든지, 조직적인 입시비리로 자신의 자녀라든지 특정 계층을 원하는 대학 및 학과에 꽂아넣는 작태를 확대한다든지 하는 것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시나리오일 거예요. 이미 사립대학이든 국립대학이든 그 문제가 취약하다는 것은 여러 사례로 드러났으니 억측도 아니고.
내집 마련의 꿈도 물욕이나 과시욕으로 매도당해서 조직적으로 탄압될 위험 또한 매우 높아요. 이미 오래전에 수십번 연속으로 실패한 부동산정책 또한 자가보유를 죄악시하고 그것에 대해 징벌성 과세를 대량부과하는 식으로 이루어졌고, 이번 정부가 그때의 패착을 반성한 적도 없는데다 수정할 의사도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더욱 독하게 밀어붙일 일만 남았어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되는 현실은 정말 무섭게 실현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 기로에 서 있어요. 더 나은 삶에의 열망이 탐욕으로 매도되고 부정될 길로 가는.

그때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자는 그 상황이 되면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저는 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성격은 아니니까요.
마드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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