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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手語)에 대해 뜻하지 않게 인식이 달라진 그때

마드리갈, 2022-10-20 14:32:09

조회 수
139

대학 신입생 때의 일이었어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을 기피하지도 않지만 열렬히 환호하지도 않는 성격인 터라 학생들의 모임에 딱히 적극적으로 가는 편은 아니었죠. 게다가 대학생이 되기 전에는 경춘선 철도를 이용해 본 적도 없었다 보니 노선이 달라지기 전의 경춘선을 이용해 볼 겸 해서 MT에 참여해 보기로 했어요. 사실 MT라는 것이 멤버쉽 트레이닝(Membership Training)의 약자라지만 음주행태를 보면 "마시고(Mashigo) 토하고(Tohago)" 의 약칭이라 해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말이죠.

그날 저는 다른 일이 있다 보니 동기들과 같이 가지는 못했고 나중에 합류하기로 해서 결국은 저녁때에 혼자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주말이다 보니 역시 비슷한 목적의 대학생들도 많이 탔어요. 그 중에는 대화로 미루어볼 때 다른 대학 소속으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있는 듯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수어, 또는 수화(手話)에 대한 대화도 듣게 되었어요. 요즘은 수어라는 표현이 정착했지만 당시는 수화가 더 일반적이었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수화에 대해서는 일종의 환상이 있었어요.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사랑 등의.
하지만 다른 학생들의 대화에서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 게 드러났어요. 사용자들이 여러 다양한 표현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중에는 그 사람들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각종 속어라든지 음담패설 등도 있다고. 그래서 세간의 선입견이나 환상에 의지하기보다 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마주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사회복지학 전공자로서의 마음가짐일 것이라고 하는 말도 나왔어요.
그렇게 수십분간 옆자리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진 대화는 그저 옆에서 듣고 있기만 했던 저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지금까지 세상을 너무 좁게만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에 대한 반성,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다양하고 또한 그것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도 생각이 다각도로 필요하다는 인식 등. 그래서 그 오래전의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이른 봄날 저녁 경춘선 열차 내에서 마주쳤던 이름모를 사회복지학 전공자들의 대화가 깊어가는 가을의 한낮에 고맙게 여겨지고 있어요.
마드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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