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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 직후의 혼란기를 이끈 사상가이자 공포정치의 대명사로 통하던 최고권력자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Robespierre, 1758-1794)는 1793년 프랑스 전역의 생필품 가격의 폭등을 직면했어요. 사실 그 시점에서 4년 전에 프랑스 부르봉 왕조가 혁명으로 무너진 것 또한 심각한 경제난이었다 보니 민생문제에 관심없던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이끌어가는 그로서는 어떻게든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어요.
여기에서 그 유명한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가 탄생했어요.
프랑스 국민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는 명분으로 그가 우유값을 반액으로 내리도록 명령하자 프랑스인들은 환영했어요.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어요. 우유는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우유는 이전의 몇 배 가격으로 오른 것. 대신 시장에는 쇠고기가 공급되었죠. 낙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이 우유로 돈을 못 벌게 되자 젖소를 도축하여 고기로 팔았다 보니 벌어진 현상. 그리고 그 쇠고기마저 줄어들었어요. 소의 사육두수가 줄어드니까.
로베스피에르가 시장을 잡겠다는 생각을 버리긴 했지만 여기서 또 큰 패착을 범했어요.
농민들이 소를 기르지 않는 이유를 바로잡겠다면서 내린 조치가 사료로 쓰이는 건초의 유통가격을 반으로 내릴 것을 명령한 것. 건초를 생산하는 업자들이 돈이 되지 않는 건초를 불질러 없애고 농지를 다른 농업에 돌렸어요. 당연히 소를 더 기르려는 농민도 없었어요. 이전의 10배 수준으로까지 우유값이 가파르게 올라버리자 프랑스 국민이 우유를 마실 권리는 역설적으로 로베스피에르가 뺏고 말았어요.
물론 시장이 항상 만능인 것은 아니기도 했고 그것이 바로 20세기 전반의 세계대공황이었고 해법으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가 정립한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해결할 수 있다" 로 약칭되는 케인즈 경제학이 부상했어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할 수 있다" 이지 그걸 넘지는 못해요. 로베스피에르의 우유같이 정치논리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려 들거나 또는 잘못된 아집으로 역효과를 내는 등의 사례 또한 케인즈 경제학의 경구의 깊은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어요.
이미 이것은 18세기의 끝자락 이야기이지만 왜 21세기인 지금에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을까요.
그리고 실제 사례에서 거의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서 과연 그 18세기 말엽의 기현상인 로베스피에르의 우유를 옛 과격파 정치인의 패착이라고만 단정할 수 있을까요. 이사조차 하기 힘들어지는 이 세태가 떠오르면서.
그럼 이따 우유를 마셔야겠어요. 프랑스인의 권리 운운하다 우유값을 올려놓고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지배하던 18세기 말엽의 프랑스에 살고 있지 않음에 감사하며 축배의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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