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창작물 또는 전재허가를 받은 기존의 작품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 화장실. 타일러는 두 개의 거울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 있는 예담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어때, 보라고. 내 능력은 발동했다고. 이 상황에서 네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말 그대로 끝이지.”
“끝이라고? 방금 끝이랬냐?”
예담이 그렇게 말하자, 타일러의 얼굴에 물이 닿는다. 그것도 막 끓을 것 같은 물이다. 그리고 타일러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른손을 들어 보지만, 눈에 보이는 건 그대로 오른손이다. 좌우반전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 뜨거운 물은 점점 더 많이 묻기 시작한다.
“이... 이게 뭐야... 설마...”
“그래. 여기는 화장실이야. 그리고 그게 무슨 뜻이겠냐? 여기에는 쓸 물이 많다는 거지.”
화장실 안의 세면대, 변기의 물의 온도가 죄다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좌우가 훤히 비치던 화장실의 거울들 역시, 김으로 가득 차서 능력을 전개하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예담은 거기에다가, 청소실에 있는 물 호스까지 가져온 상황이다. 마치 언제라도 뿜어오를 것처럼, 호스 안의 물은 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인정해야겠는데? 너는 지금 스스로 무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는 걸. 그리고 수단이라면, 나는 또 준비되어 있지.”
“내 거울 능력은... 완벽했다고...”
“그래. 완벽했지. 그런데 나는 그 이상이었고.”
“제발... 내가 졌으니까... 네 능력을 좀 해제해 줘!”
타일러가 울상이 되어서 말한다. 예담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 안에 펼쳐졌던 열기를 거두려다가, 잠시 타일러를 돌아본다.
“자, 그러면 이제 알려 주실까? 저 여자, 네가 따르는 선배 같던데... 누가 바람질을 한 걸까. 좀 말해 주겠어?”
“말하겠어... 다 말할 테니! 나를 여기서 좀 꺼내 줘...”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한편, 인영의 집 근처. 주택가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오늘은 왜 금속 구체 같은 게 보이지 않는 거지...?”
조금 늦게 퇴근해서, 이제 막 집에 들어오던 길인 인영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범인에 대한 정보를 좀 많이 얻어낼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그런 흔적은 오늘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리 봐도, 문제의 금속 구체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동네 일대에 파손된 차는 하나도 안 보인다. 인영이 봐둔 차도 오늘은 평소 다니는 시간에 다니지 않았다.
“이런 날도 있었나. 그 녀석, 내가 알기로는 매일 어디론가 쏘다니는 것 같은데. 그런 게 오늘은 하나도 안 보여.”
이미 주택가 전체를 훑어보고, 올라오는 길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뒤져봤지만, 별 소득은 없다. 인영은 하는 수 없이, 오늘의 수색을 이만 멈추고, 집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응...?”
인영의 눈에, 또 뭔가 보인다. 주택가의 길 한쪽에, 예의 그 금속 구체가 떨어져 있다.
“이거... 내가 왜 못 봤지?”
인영은 차에서 내려서, 조심스럽게 그 구체를 들어서 자기 차 안에 내려놓는다. 인영이 유심히 보니, 이번에는 다른 것과는 달리 많이 투박해 보이고, 어딘가 군데군데 녹이 슨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봤던 것들하고는, 좀 많이 달라 보이는데? 그냥 매끈매끈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잖아. 그런데 이건 꽤나 다른데? 무슨 저기 폐허 같은 데서 막 주워온 것같이 생겼잖아.”
인영은 이리저리 보더니, 그 금속 구체를 자기 집으로 가져온다. 집에 도착하자, 인영은 자기 아내에게 그 금속 구체부터 보여준다. 아내는 바로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야, 이런 날도 있었나? 이거 오늘은 모양새가 다르잖아. 그리고 그 녀석 뭐 찾아낸 거 없었어?”
“오늘은 어째 머리카락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 그런데 이 구체로 알아낼 수 있는 건 있어. 이 녀석, 가득 긴장한 것 같아. 그리고 확실해. 이 녀석은, 지금 궁지에 몰려 있다고.”
“그러면, 이제 뭘 하겠다고 그러는 거야?”
“새벽에 나가서, 이걸 길거리에서 저절로 알아서 굴러다니도록 만들어 볼 거야. 이것을 위해서 준비한 키트도 있고.”
인영은 ‘사물 자율주행 키트’라고 적힌 상자를 하나 꺼낸다. 상자를 개봉하니, 머리에 씌우는 전극 장치를 작게 축소한 것 같은 도구가 나온다. 설명서에 나온 대로 그 조종 장치를 금속 구체에 결합한다. 잠시 뒤, 금속 구체가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걸로 뭘 하려고?”
아내가 묻자, 인영은 금속 구체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제 기다리기나 해 봐. 며칠 안으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테니.”
그리고 그 시간, RZ타워의 펜트하우스.
하야토는 민이 채팅을 끄려던 걸 멈추기는 했지만, 하야토 자신도 방금 그 봉제인형에 대해 알았으니, 크게 뭐라고 말은 하지 못하고 쩔쩔매기만 할 뿐이다. 그걸 알아챈 민은 얼른 그 영상채팅을 끄려 한다.
“에이, 거 봐, 하야토 형도 잘 모르잖아. 그러면 나는...”
“얘, 잠깐만 좀 기다려 볼래?”
이번에는 실장이 나선다. 실장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민은 대화창을 나가려던 걸 멈추고 계속 채팅을 한다.
“이 인형, RZ타워 1층의 쇼핑몰을 종횡무진하고 있었지. 원래는 비늘 말고도 다른 잡동사니 몇 개도 더 들고서 물건을 더 수집하려고 한 것 같은데, 때마침 내 눈에 띄었고, 그대로 잡히게 된 거야.”
“응? 뭔데요, 아저씨는.”
“뭐기는 뭐겠어! 이 인형을 직접 본 사람이지.”
“에이, 그 말 진짜인가요? 겉으로 들어서는 못 믿겠는데...”
실장의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민은, 또다시 채팅의 화면을 끄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가 나선다.
“야, 진짜로 끄려고 했다가는 봐. 내가 확 전기충격이라도 줘 버린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나는...”
“우리 실장님, 절대로 거짓말 같은 건 안 하는 성격이라니까?”
유가 실장을 거들자, 민은 하려던 말도 잊어버리고 입에서 한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도대체 이 비늘하고 내가 무슨 상관이냐고...”
“이유는 간단해. 네가 이런 비늘을 가진 생물하고 맞닥뜨릴 가능성이 꽤 크니까.”
“내가 무슨 그런 괴수하고 싸운다고. 나는 저런 거 나타나도 그냥 집에서 TV나 보며 과자나 먹으련다.”
민의 그 말에, 유는 깔깔 웃으며 말한다.
“하, 하하! 참 너다운 답이네. 정작 나타나면 또 죽어라 싸울 거면서.”
“아니라니까.”
민은 그렇게 말하며 채팅을 끊는다.
시간은 어느덧 8시.
미린대 경영관 지하 강당에서 열리는 기도회 자체는 끝났지만, 진리성회 탈퇴자들은 아직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려 한다. 리암이나 타마라가 보기에도 그들은 일견 불안증세를 보이는 환자들과 비슷해 보인다.
“그건 그렇고, 그때의 그 일이 있었는데도 자꾸 지켜보는 눈이 있네요.”
리암이 며칠 전 구해 줬던 남학생이 입을 연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무슨 감시 석상같고요.”
“맞아요.”이번에는 구석에 앉은 나이든 여성이 말한다.
“저도 이사를 갔죠. 정부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에 따라 새 주택을 제공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흘 만에 또 진리성회 신도들이 보이는 거예요. 아마도, 정말로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진리성회를 추적하던 몇몇 분이 죽었다는 소식도 제게는 남의 일이 아니에요.”
리암은 볼트의 이야기를 해 주려다가, 그 나이든 여성이 그것도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다. 그런데 그 나이든 여성이 그 낌새를 알아챈 모양이다.
“알 것 같아요. 학교 선배가 죽었다는 그분, 맞죠?”
“아니, 어떻게...”
리암은 설마설마했지만, 그 나이든 여성이 정말로 무언가를 아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다른 의미로 더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혹시, 그 전기진이라는 분에 대해 뭘 아시는 게 있나요? 아니면 설마, 가족이라도...”
“그런 건 아니에요. 모를 수가 없는 분이었거든요. 피해자나 탈퇴자 입장에서는.”
“어... 정말요?”
그때, 안리 신부가 그 늙은 여성과 리암의 옆으로 다가와서 말한다.
“저희도 놀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셨죠, 그분은. 지난번에도 말씀은 드렸습니다만. 그 진리성회에 대해 알자마자 그렇게 자기 일처럼 신경 써 줬는데, 한 달이 조금 지나고 그렇게 당하게 된 거죠.”
그런데 그때, 강당 바깥쪽에서 소음이 들린다. 들어보니 누군가가 걸려서 넘어지는 것 같다.
“에이, 뭐야, 설마 또 그 녀석들인가?”
타마라가 강당 밖으로 나와 본다. 예상대로, 강당 밖에는 후드를 쓴 남자와 여자 각각 1명씩이 숨어서 뭔가를 엿듣는 게 보인다. 보안팀의 시야에서 벗어난, 딱 사각이면서, 강당과도 가까운 위치다.
“나와라.”
타마라가 그렇게 말하자, 그 두 남녀는 타마라의 말에 따라 순순히 나오는가 보이다가, 금세 공격할 자세를 취한다. 둘 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남자는 손에 막대기를 하나 들고 있고, 여자는 권법가들이 취할 만한 자세를 취하고서 타마라를 노려다보고 있다.
“알겠어. 너희들, 로건이 시켜서 온 거지? 하지만 어쩌나? 로건에게 이번에도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줘야 할 것 같은데.”
타마라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어느새 두 남녀의 발에는 네모난 결정들이 생성되어서, 둘의 발을 막아 버린다. 그런데, 남자가 ‘이런 것쯤’이라고 말하려는 듯, 타마라를 보고 웃더니, 그 막대기를 두어 번 휘둘러서 그 결정들을 전부 부숴 버린다.
“제법인데. 그런데 너희들, 다음은 생각해 봤냐?”
타마라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남자는 자신의 팔이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 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휘두를 수 있는 팔이 없어져 버리니 그에게는 속수무책의 상황인 것이다. 반면 아직 여자는 적의를 거두지 않은 듯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여기는 그 자리에서도 크게 온몸을 휘둘러 가며 타마라에게 덤비려 한다. 하지만 그것뿐, 타마라는 손쉽게 다시 그 여자를 제압한다. 타마라가 살짝 그 결정들을 풀자마자, 그 남자와 여자는 곧바로 도망간다.
“그러게, 상대를 좀 보고 덤빌 것이지.”
그리고 그 시간, 에스티의 집.
에스티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까 민에게서 받은 그 비늘을 꺼낸다. 마침, 어머니가 거실에 앉아 있길래, 곧장 어머니에게 가서 비늘을 내민다.
“응? 인사나 좀 하지. 이런 건 또 어디서 가져왔대?”
어머니는 그 비늘을 보더니, 이런 건 많이 익숙한 모양인 듯, 에스티에게서 받아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잠시 뒤 뭔가 알겠다는 듯 말한다.
“이런 거 요새 많이 보이던데. 너도 길에서 주운 거니?”
“아니야. 누가 줬는데.”
“혹시 ‘치프라’라고 들어 봤니?”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6-01-14 16:14:48
같은 온도라도 공기는 견디지만 열탕은 못 이기죠. 타일러도 죽기는 싫었나 보네요. 게다가 로건의 사주를 받은 그 남녀도.
그리고 제대로 독기가 오른 인영의 반격이 시작되었네요. 이전에 그 짓을 저지른 자는 자신이 뿌린 것의 몇 배를 돌려받을지, 기대되어요.
에스티의 어머니가 언급한 그 치프라가 괴수인 것일까요?
이상한 구체, 인형, 비늘 같은 게 여기저기 보이는 상황을 상상하니 갑자기 가려운 느낌이 드네요.
시어하트어택
2026-01-17 21:50:09
당연히, 타일러는 목숨을 걸고 한 게 아니고 위에서 떨어질 떡고물이 더 좋았으니까요. 만약 목숨을 걸었다면 죠죠 5부의 파시오네처럼 했을 것입니다만...
인영에게 실마리가 잡혔으니, 이제 그 범인과 대면할 날은 이제 시간 문제죠.
SiteOwner
2026-01-16 21:09:07
예담의 열 능력과 계속 공급되는 물, 진짜 대적하기 껄끄러운 상대입니다. 타일러가 상대를 잘못 봤습니다.
피해를 본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잊지 않는 법. 인영이 저렇게 문제의 금속 구체 뒤의 사정을 찾아나서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가해자가 감당할 영역은 이미 오래전에 넘어 버렸습니다.
역시 꼬리가 길면 밟힙니다. 문제의 금속구체도 인형도 비늘도.
타마라를 공격하려 했던 그 남녀가 도망가는 형국은 가관입니다.
본문중의 이 문장을 점검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실장의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민은, 또다시 채팅의 화면ㅇㄹ 끄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가 나선다."
시어하트어택
2026-01-17 21:59:17
타일러도 나름대로 꾀를 쓴 것입니다만, 예담의 머리가 더 잘 돌아갔죠. 그리고 그게 패인이 되었고요.
문제가 된 문장은 오타였습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