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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찻, 엑토르는 집안은 꽤나 괜찮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불량한 패거리와 어울려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티카를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이었다. 수라찻, 엑토르는 도박 때문에 부모님에게도 말을 하지 못할 만큼의 빚을 지고 있었다. 둘 다 학교에서도 소문이 날 만큼 불량하다고는 했지만, 막상 ‘진짜 폭력배’들에게 협박을 받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침 그때 소개받은 라티카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라티카는 다시 다비드에게 수라찻과 엑토르를 협박하는 패거리를 쫓아 줄 것을 요청했고, 그 이후로 수라찻과 엑토르는 라티카의 수족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어, 이번에는 예담을 처치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 사이 어떤 경로로 얻게 된 초능력으로 예담을 처치하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미카에게 당했고, 뒤이어 아마데오의 능력에 당해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라티카는 수라찻, 엑토르에게서 온 메시지를 받아본 참이다.
[선배님, 실패했어요]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 안 나와요!]
“말이 안 나온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라티카는 수라찻과 엑토르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다. 아마 지금은 수업 시간이라서 메시지를 받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라티카가 직접 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잠깐... 그렇다면, 선배님이 의뢰한 그 녀석에게, 숨기고 있는 다른 능력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거기에까지 닿자, 라티카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간다. 말을 못 하게 하는 능력까지 있고, 거기에다가 수라찻과 엑토르를 단숨에 제압할 정도면, 생각보다 그 능력자는 강할 것이라는 생각에 닿는다.
“이거 어렵겠는데... 동생들 갖고는 어림도 없겠어!”
그리고 라티카는 한 가지를 결심한다.
“내가 직접 가야겠는데... 두 번 만날 각오를 하고서라도 말이야.”
교실로 들어가려던 아마데오의 눈에, 또다시 마스크가 보인다.
“에이, 저거 왜 저렇게 떠다녀... 무슨 영혼이라도 있나...”
마치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 공중을 떠다니는 마스크는 마치 영혼이라도 불어넣은 듯 움직인다. 아마데오는 교실에 가려던 것도 잊어버린 채, 또 떠다니는 마스크를 쫓기 시작한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또 그걸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쑤욱 공중으로 올라가 버리니, 미칠 노릇이다.
그러다가, 아마데오는 누군가와 ‘턱’ 하고 부딪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억, 누구야, 앞에 좀 보고...”
아마데오는 그렇게 말하다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고는 얼른 자세를 낮춘다.
“어엇, 형, 어째서 여기에...”
“너야말로. 뭐 하고 있냐?”
로드리고는 아마데오를 보고 딱하다는 듯 말한다.
“지금 너 수업 들으러 교실에 가 있어야 할 시간 아니냐고.”
“그러니까...”
아마데오가 시간을 보니 12시 57분. 거기에다가, 아마데오가 지금껏 움직인 방향은, 수업이 있는 교실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방향이다.
“어어, 진짜네! 진짜 가야 할 것 같은데...”
“그 전에 잠깐.”
“아니, 왜!”
“너 마스크에 뭐 숨겨 둔 거라도 있냐? 아까부터 계속 의식하는 것 같은데.”
“아니야... 콜록... 절대 아니라고!”
“아, 그러면 다행이고. 이따가 보자.”
아마데오는 로드리고와 헤어져서는, 다시 전속력으로 달려서,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 앞까지 온다. 겨우 1시 정각이 되어, 아마데오는 교실 앞에 도착한다.
“헉... 헉... 뭐 이런 상황이 다 있어...”
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마데오를 더 놀라게 하는 상황이 닥친다.
“아, 아니, 저 마스크가 왜 또 교실 앞에 떠 있어...”
괜히 불안해져서는, 그 마스크가 떠 있는 곳을 한 번씩 더 쳐다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수요일의 수업이 다 끝나고, 예담은 도서부 활동을 위해 수업이 끝나고 다시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다.
“이상하네. 오늘은 어째 나한테 아무 일도 없네...”
아까 점심시간에 무슨 일이 또 있었는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어디, 그 애들은 또 도서관에 있으려나 모르겠네...”
도서관으로 향하면서도 아까의 그 후배들이 있을지 몰라 걱정된다. 점심시간에 갔을 때 좀 다른 걸 더 확인해 볼까 했는데, 엉뚱한 상황이 벌어져서 이번에도 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한번 가 보기로 하고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민이 만화부실로 가는 길에 마주친다.
“어엇, 그게 뭐야?”
웬 비늘 같은 걸 들고 있는 민은 예담의 그 말에 별 반응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 비늘을 예담에게 내밀어 보인다. 그러자마자, 예담에게 아까 점심시간에 도서관에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오른다. 그것도, 아까 릴리스가 도록에서 보여준 그 괴수의 비늘의 모양과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비늘이다.
“하, 이런 것까지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뭘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그냥 관심 있으면 보라는 건데...”
민은 그런 예담의 반응이 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누군가는 이게 외계 문명에서 만든 기계의 파편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어떤 생물의 비늘 같거든? 혹시 예담이 형 관심 있으면 이거 가져가도 되고.”
“아니야... 그런 건 아니야.”
애써 관심 없는 척하지만 본능적인 호기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고민하다가 그 비늘을 받아본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이 비늘은 예담이 본 것과 많이 닮았다.
“오, 잠깐, 나 이거 좀...”
“아니, 왜? 아까는 관심 없다더니.”
“관심 없다고 한 거 아니야. 이거 좀만 줘봐. 내가 좀 보고 돌려줄 테니.”
예담은 그렇게 말하고는, 문제의 비늘을 챙겨서 도서관 쪽으로 다시 간다. 예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에이, 뭐야. 관심 없다더니 가져가는 건 또 뭐래...”
마침 만화부실 쪽으로 오던 윤진 역시 그 광경을 본 모양이다.
“응?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그리고 웬 비늘?”
“아, 아니에요.”
“맞아. 그러고 보니까 내가 아는 애니메이션 중에 비늘이 소재인 게 있었는데... 뭐더라. 이따가 가서 틀어줘야겠다!”
“따, 딱히 그걸 틀어달라는 건 아닌데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민은 얼른 윤진의 뒤를 쫓는다.
아마데오는 수업이 다 끝나고 나서, 아까의 그 마스크를 회수하기 위해 다시 교실 밖으로 나온 참이다.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고. 왜 눈에 띄어서는...”
그런데, 수라찻과 엑토르가 아마데오의 눈에 또 보인다. 이번에는, 마치 둘이 아마데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이다.
“뭐 하냐? 거기에서 그러고 있으면 누가 관심이라도 줄 줄 아냐? 아니면, 너희들 혀가 다시 움직여서, 말을 다시 할 수 있는 줄 아나 봐? 안돼. 안 해 줄 거야. 그러니까 헛된 꿈은 버려.”
하지만 아마데오의 그런 바람과는 달리, 아마데오의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든 게 있다. 수라찻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말없이 그걸 자기 입에 가져다 쓴다. 괴물의 이빨 모양의 문양을 보니, 아마데오가 잃어버린 그 마스크가 분명하다. 어쩌다가 수라찻이 그걸 주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 뭐야! 너희들이 왜 그 마스크를 가지고 있어! 똑바로 말... 아차, 말을 못 하지!”
아마데오는 자기 능력을 해제해서라도 말을 듣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수라찻과 엑토르가 그 길로 달려가서 아마데오의 능력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일러바칠까 봐, 그리고 아마데오가 능력을 건 다른 후배들의 능력도 해제될까 봐, 그것도 못 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데오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수라찻과 엑토르는 재빨리 아마데오의 양옆을 빠르게 지나간다. 순간 아마데오의 몸이 붕 뜨는 듯하더니, 땅바닥에 던져진다.
“어윽... 이게 뭐야...”
“......”
아마데오는 수라찻과 엑토르의 입을 당장이라도 열어서 말을 듣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다른 후배들에게 건 능력도 해제될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어느덧 도서부 활동도 다 끝나고, 예담은 집에 가려다가 레이시에 들르기로 하고, 막 지하철 레이시역에 내려서 출구로 나온 참이다. 역시나, 딱 나오자마자 아토모의 식당이 보인다. 곧장 그리로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예담이 인사를 건네자, 아토모가 곧장 예담을 알아보고 말한다.
“아, 그래. 아직 별일은 없나 보구나.”
“네. 아직은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그 비늘을 아토모에게 보여준다.
“이게 뭐니?”
“혹시 아세요? 괴수에게서 떨어져 나온 비늘 같은데...”
“응, 모르겠는데. 내가 살던 곳에는 이런 비늘을 가진 괴물은 없었어. 여기 와서나 봤지.”
예담은 아토모의 그 말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뭐라고요, 여기 와서는, 봤다고요?”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바비노!”
그 말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바비노가 나와서, 한참 손질하고 있던 생선을 보여준다. 비늘이 선명하다.
“에이, 이건 괴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비늘 달린 생물을 여기 와서 처음 봤다 이 말이지.”
“그래요...”
예담은 맥이 빠진 듯 한마디 하고는 식당을 나선다.
“식사 안 하니?”
“다음에 할게요.”
그렇게 말하고서, 예담은 아토모의 식당을 나선다. 그리고 마침 딱 생각난 곳이 있다.
“맞아... 티보인들의 가게... 거기 가면 좀 알 수 있나...”
예담은 그 가게로 곧장 간다. 전에 리암과 가 봤을 때 그 소동을 겪은 곳이라, 예담에게는 바로 기억이 난다. 그런떼 가는 길에 보니, 정장을 입고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은 가판대는 안 쓰나 봐.”
예담은 딱 봐도 그 사람들이 하는 게 진리성회의 포교 활동임을 알 수 있다. 예담을 보자마자, 그 사람들은 모두 시선을 피하려 한다. 예담은 굳이 그 사람들을 상대하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 진리성회 신도들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유심히 본다.
“잠깐... 저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머리를 빗어 넘긴 금발의 여자가 보인다. 예담이 아는 게 맞는다면 아파트 단지 편의점에서 종종 보던 직원일 텐데, 왜 저곳에서 또 보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 진리성회 신도들의 피켓 시위 현장을 벗어나, 문제의 그 가게로 간다.
“아... 여기네.”
티보인들이 운영하는 그 가게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번 토요일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적은 있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라서 방문이라고는 못 할 뿐이다.
“안녕하세요- 디노 씨!”
디노는 예담을 바로 알아봤는지, 손을 흔들어 보인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SiteOwner
2026-01-01 15:40:55
일종의 생태계가 형성된 것에 기묘한 인상을 감출 수가 없군요. 수라찻과 엑토르에게는 라티카는 천적인 폭력배들을 쫓아내는 존재이지만 그 라티카가 그들을 진정으로 위해서 도와주는 것은 아니고 단지 수족으로 부리기 위한. 기생(寄生)은 아니지만 상리공생처럼 보이는 편리공생 관계의 결말은 좋지 않을 게 보입니다. 수년 전부터 일본에서 잘 쓰이는 공의존(共依存)이라는 표현도 해당되는 듯합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이 날개 없는 마스크가 사방팔방을 나는 것도 기묘합니다. 그나저나 형제가 한 학교에 있으면서 형이 교사이고 동생이 학생인 상황은 일본의 애니 아오하라이드(アオハライド)에서도 본 구도라서 낯설지가 않군요. 그나저나 아오하라이드가 2014년에 나왔으니 벌써 12년 전의 미디어인 거라는 것은 생각해 보니 좀 무섭습니다.
좋은 능력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이 가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것도 알아야겠지요. 아마데오는 딜레마의 상황에서 난처해 하는데, 늦든 빠르든 간에 결단의 순간은 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예담의 상황이 나쁘지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6-01-03 21:05:00
라티카의 패거리는 소위 '밑바닥 인생' 또는 '아웃사이더'들의 모임이라고는 하나, 서로를 보듬어주기 위한 게 아닌 서로의 이익을 취하려는 모임이다 보니 어떻게 해도 와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견고해 보일지라도요.
마스크가 저렇게 되는 건 민의 능력이 해제되지 않아서이긴 합니다만, 아마데오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건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