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돌죽에서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이야기

대왕고래 2021.06.09 01:09:58

던전 크롤 : 스톤 수프, 또는 돌죽이라고 불리는 게임이 있습니다.

무기와 갑옷을 입고 던전을 돌면서, 운 좋게 주운 아이템들과, 신에게 의지해서 얻은 권능으로 던전을 해쳐나가는 게임이죠.


그렇다보니 이 게임에는 신이 다양한 편이에요.

성전(聖戰)의 신 샤이닝 원, 천둥의 신 콰즈랄, 전투의 신 오카와루같은 일반적으로 생각 가능한 신들도 있죠.

돈(Money)의 신 고자그, 슬라임 신 지이바, 지멋대로 하는 혼돈의 신 좀 같은 기묘한 신들도 있어요.

그리고 이런 신들에게 공물을 바칠수도 있죠.

정확히는 "있었어요". 어느 버전에서부터인가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기능이 삭제되었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구버전 중 0.13 버전, 그리고 마찬가지로 구버전인 0.24버전을 기반으로 한 국내 제작 모드, 던전 크롤 : 스톤 수프 Korean fork (이른바 김치죽) 관련 이야기에요.


0.13버전에서 입문했을 때 처음으로 신한테 공물을 바쳐봤죠.

돌죽 입문은 미노타우르스 트로그 광전사 스타팅이 일반적.

트로그는 악신 중의 하나로서 분노의 신, 광폭화의 권능으로 전투력을 급증시켜주는 신이고, 그렇게 처치한 적의 시체를 바치는 걸 좋아하죠.

그래서 적 죽이면서 시체 바칠때마다, 마음속으로 "트로그님! 한 놈 올려보냅니다!!"하면서 놀고 그랬어요.

시체를 바치면 트로그가 기뻐하면서 신앙도를 조금씩 올려주고, 신앙도가 1성,2성...,6성까지 높아질수록 해금되는 권능도 많아지죠.

트로그의 손길로 재생력과 마법저항력을 얻는다거나, 전우 소환으로 강한 적을 협공한다거나...


이후에는 김치죽을 하면서 3룬 클리어, 올룬 클리어, 챌린지 던전 지구랏을 1번 클리어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뭔가 지루해지더라고요.

보니까, 네멜렉스 조베라는 신이 보였어요.

카드의 신 네멜렉스 조베, 위기상황을 해쳐나갈 마법카드를 선사하는 신이죠.


찾아봤는데, 김치죽에서의 조베는 아이템을 바치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1층부터 아이템을 있는대로 주웠죠.

그렇게 조베를 만날 때까지 주웠다가, 조베를 믿으면 한번에 바치는 것.

이번에는 9층에서 조베를 만났는데, 그동안 모은 아이템을 줬더니 신앙도가 4성까지, 상당히 많이 오르더라고요. 마법카드들을 엄청나게 선물받은 건 덤.

3장을 한번에 뽑아 원하는 카드를 발동하는 트리플 드로우, 한번에 네장의 마법카드를 발동하는 딜 포 권능도 얻었고요.

그 이후로도 아이템이 보일 때마다 "조베님! 제물을 바칩니다!"하면서 아이템을 바치고, 조베는 기뻐하면서 마법카드를 주고, 그 마법카드로 위기상황을 해쳐나가고... 재밌더라고요.


스스로 신에게 제물 바치면서 정말로 그 신을 경배하는 듯이 행동하다 보면, 정말로 신께서 플레이어를 눈여겨보는 듯이 권능을 선사해주고 선물도 선사해주는, 그런 게 재밌어요.

게임에는 이렇게 스스로 즐길거리가 있어야 좋은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