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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Jeopardy - 미국의 기술자산이 연일 퇴장했다

마드리갈 2020.12.02 18:57:13
제목의 유래는 미국 형사법상의 원칙 중의 하나인 이중위험의 논리이자 광의의 일사부재리 원칙.

미국의 기술자산이 연일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하나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의 모든 해군력을 능가하는 미 해군의 것으로, 지난 여름에 화재사고를 당했던 강습상륙함이 결국 폐함처리된 건, 그리고 다른 하나는 57년간 전파를 발사하며 천체는 물론이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 등도 탐사했던 아레시보 천문대 전파망원경의 붕괴 건. 이 두 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갑자기 할 말을 잃기도 했어요.

그럼 첫번째 건을 다루어 볼께요.
미 해군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의 6번함인 보놈 리샤르(USS Bonhomme Richard, LHD-6)가 지난 7월 12일에 미국 샌디에이고 군항에서 유지보수 작업 중 화재를 당하여 진화까지 4일이 걸리고 말았어요. 피해상황이 궤멸적인데다 복원비용 또한 32억 달러로 추산되어 신설계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의 신규건조 비용인 34억 달러에 근접하다 보니 결국 미 해군의 선택은 복원하지 않고 피해 함정을 폐함처리하는 방향이 되었어요. 이렇게 보놈 리샤르는 취역후 22년 3개월 남짓한 시점에서 폐기되고, 해체하면서 확보될 사용가능한 부품은 동형함의 유지보수를 위한 자재로 유용될 예정이예요.
싸움은 시작하지도 않았다(I have not yet begun to fight!)라는 이 군함의 표어가 이렇게 비참하게 느껴질 줄이야...

아래의 보도를 참조하실 수 있어요.
Navy says rebuilding USS Bonhomme Richard after fire would be too expensive, 2020년 12월 1일 Stars and Stripes 기사, 영어

그러면 이번은 두번째 건.
2016년까지는 세계최대의 전파망원경이었던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Arecibo Observatory)의 전파망원경.
미국 자연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이 미국의 역외영토인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지역의 산간 자연싱크홀에 설립한 지름 1,000피트(=304.8m)의 이 전파망원경은 1963년 준공 이후 천문관측분야에서 활약해 왔어요. 그러나 2006년 이후로는 투자감소로 관리가 소홀해진데다 2017년에는 허리케인에, 2019년과 2020년에는 지진에 피해를 입고, 결국은 안테나 상부에 케이블로 매달려있던 중량 900톤 규모의 수신기가 지지케이블이 끊어지는 바람에 낙하하여 그대로 파괴되고 말았어요. 복원계획 없이 이 전파망원경은 폐기될 예정이예요.

아래의 보도를 참조하실 수 있어요.
Broken Arecibo telescope collapses, ending an era of alien-hunting, 2020년 12월 2일 Live Science 기사, 영어

이렇게, 12월이 시작하자마자 미국의 기술자산이 연일 퇴장하는 비보가 들려오게 되었어요.
2020년의 난국은 마지막 달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고, 게다가 첫 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바로 후속하는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 보니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최소한 법률의 영역에서는 한 건으로 두번 재판받지는 않게 한다지만, 이런 기술자산의 퇴장은 법률의 영역이 아니라고 연이어 일어나 버렸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