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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팡(Serpent) - 뱀을 닮은 목관악기

마드리갈 2019.09.26 13:05:37

이전에 썼던 비올라 다모레 관련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음색을 접해 보면 의외로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악기 그 두번째 이야기를 풀어 볼께요.


이번에 소개할 악기는 세르팡. 로마자 표기가 Serpent라서 바로 뱀이 연상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구불구불한 몸과, 개별 악기에 따라서는 정말 실제의 뱀을 닮은 듯한 무늬까지 입혀지는 표면 덕분에 정말 뱀같이 생겼어요. 뱀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예요. 뱀 자체는 물론이고 뱀을 닮은 것조차 경계하는...사실 저도 그런데, 이 괴이한 인상과는 달리 소리를 들어보면 의외로 끌리는 부분이 많다는 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러면 일단 영상부터.



투박하고 거친 음색에, 연주음 뒤로 들리는, 공기가 예측불가능한 듯이 마찰되는 것같은 잡음까지 있다 보니 세련된 소리를 연주한다고는 빈말조차 할 수 없는 세르팡.

이 악기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알 수는 없지만, 1590년에 프랑스에서 에드메 기욤(Edmé Guillaume)이라는 인물이 발명하였다는 주장도 있어요. 아무튼 이 악기는 18세기에 관현악 및 취주악에서 등장했다가 19세기 후반에는 날씬한 튜바같은 형태의 저음 금관악기인 오피클라이드(Ophicleide)로 대체되고, 이 오피클라이드조차도 튜바(Tuba), 유포니엄(Euphonium) 같은 저음역의 악기들로 대체되었다 보니 세르팡, 오피클라이드 모두 고음악의 재현을 목표로 하는 정격연주가 아니면 좀처럼 접할 수가 없어요.


간혹 이 악기의 한 종류를 바송 루스(Basson Russe), 즉 러시아식 바순이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러시아에서 유래한 것도 아니고, 2장의 리드를 겹쳐 그 사이로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게 하는 바순과도 구조가 다르다 보니 그다지 적합한 이름은 아니예요.


위에서 잠깐 언급한 오피클라이드도 소개할께요.

사실 오피클라이드는, 19세기에 급속히 발전한 기계공업 및 금속가공기술을 토대로 기존 악기의 개량 및 신종악기의 발명 붐을 타고 만들어진 것 중의 하나로, 보다 기능적으로 만들어진 세르팡이었고 1817년에 탄생한 이래 19세기의 프랑스 작곡가들이 만든 오페라에도 잘 등장하는 악기였어요. 황동 소재로, 기동성이 우수하고 링크로 작동되는 키를 적용하여 연주하기에도 편리하게 제작된 오피클라이드는 이름의 의미도 뱀의 그리스어 오피스(Ophis/ὄφις)와 키의 그리스어 클라이스(Kleis/κλείς)의 합성어로 근대화된 세르팡이라는 의미.


이것의 연주영상도 있어요.



위의 영상은 2009년 2월 스위스 베른 음악대학(Hochschule der Künste Bern)에서의 공연영상.


그런데 오피클라이드는 20세기에 들어서는 잊혀지게 되어, 이제는 이런 악기의 존재감조차도 일부러 작정하고 찾아보는 게 아닌 이상 알 수가 없게 되었어요. 게다가 오피클라이드의 등장 이후 벨기에에서 탄생한 색소폰이 유려하면서 매력적인 음색을 선보이면서 이렇게 투박하고 공역학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설계에 기반한 오피클라이드는 결국 세르팡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고 말았어요. 게다가 유포니엄 같은 대체재가 얼마든지 있기도 하죠.


이렇게 소박한데다 인지도가 낮은 악기인 세르팡, 그리고 근대화의 흐름을 타고 부활하려나 싶었지만 결국 퇴조한 오피클라이드를 소개했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이 악기의 싫어할 수 없는 매력이 전해졌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