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그 유명한 "알렉산드르 푸쉬킨(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의 시 제목이자 첫 구절. 이 다음 구절이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였지요. 정작 푸쉬킨은 노하여 결투를 하고 목숨을 잃었다고도 하지만 막상 사건의 내막을 찾아보면 삶이 푸쉬킨을 속인 건지 푸쉬킨 자신이 착각한 것인지......진실은 이미 역사의 저편으로 넘어가버렸죠.
1.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오너님이 잘 정리해 주셨으니 생략합니다.
확실히 퍽퍽한 삶의 한가운데서 온갖 괴스런 이야기들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각종 우려가 커지고 또 미래 역시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혹은 이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스스로 되물어 보아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저는 제목으로 쓰고 또 위에서 언급한 푸쉬킨의 시를 되뇌이며 스스로를 다잡습니다. 아직 20대 중반이지만 불과 2개월 뒤면 중반과 후반 사이로 넘어가겠죠. 그리고 또 점점 다가올 30대.....사회 진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저는 아직 제 스스로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갈림길에서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제가 나아갈 세상은 안개처럼 흐릿하고 밤처럼 어둡지요..
머언 과거, 삶은 저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하였으나 언제나 제가 가는 길은 때때로 불처럼 뜨겁고, 얼음처럼 차갑고, 또 가시처럼 따가웠습니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 저에게 이 길을 더 나아가면 꼭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다며 절 이끌어왔습니다. 이건 뭐랄까....마치 구약 성경에서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모세를 따르는 유대인들 중 하나가 된 기분이네요.
그렇기에 제가 제 스스로 저의 삶을 의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정말로 삶이 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그렇다 하더라도 슬퍼하여 주저앉지도, 분노로 모든 것을 때려부수지도 않도록 저 자신을 계속 다잡습니다. 푸쉬킨의 시처럼 현재는 슬픈 것입니다. 어쩌면 현재란 건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또 언젠간 이 모든 것도 끝날 것입니다.
어쩌면 그 밝은 미래를 제가 살아있는 동안 보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여 여기서 주저앉으면, 어쩌면 저의 사후에 올 지 모르는 밝은 미래는 정말 거짓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 자신 뿐만이 아니라 먼 미래의 후손들까지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이 되겠지요.
기성세대는 언제나 신세대들에겐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힐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가 그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적어도 한 세대 전체로서가 아닌 제 개인까지 그 대상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지금, 또는 후의 인생 어느 시점에서 주저앉아버리고 비관만 한다면 결국 저 자신도 그 고리타분한 조상들의 일원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적어도 제 후손들에게만큼은 떳떳하고 싶습니다.
2. 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버렸네요. 이번엔 위보다 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조만간 제 컬렉션들 중 일부를 팔아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수집을 시작한 지 좀 되긴 했는데 자금의 압박을 조금 해소하고 창고 정리를 할 필요가 생겨서요. 군장 수집을 완전히 포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나중에라도 구할 수 있는 물품은 나중에 구하고 지금은 정말 중요도가 높은 것들만 보관해 놓으려고요.
당연하지만 이곳에서 가판을 열 생각은 없습니다. 조용히 잘 지내고 있는 다른 사람의 집에 와서 판을 벌려놓는 것만큼 몰지각한 것은 없겠지요. 애초에 그래서도 안되고.
여튼 그 정도로만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