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가 기존의 Hi Seoul, Soul of Asia라는 영어 슬로건을 대체하는 것으로 I.SEOUL.U라는 것을 선정했어요.
그런데 이 브랜드 제정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말조차 못 해주겠어요.
영어로 표현해 보죠. 긴 문장도 필요없이 딱 한 단어면 충분해요.
Nonsense.
일단 이 사건의 전말과 대략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게재된 분석으로 대신할께요.
그리고 저는 다른 것들은 배제하고 오로지 슬로건 자체의 문제에 집중하려고 해요.
잘 기억되지도 않고 설명을 봐야 의미를 알 수 있다면 누가 관심을 가질까요? 이미 거기에서 끝나기 마련이예요.
그러니 브랜드는 어원의 뜻인 낙인처럼, 보는 사람들의 기억에 단시간에 선명하게 직관적으로 남아야 해요.
IBM, HP, DELL, SONY, OKI, BASF, BMW 등의 이런 브랜드와, 요즘 유행하는 정신없이 긴 라이트노벨 제목을 비교해 보면 무엇이 더 나은지 바로 보일 거예요.
그리고, 영어가 사실상의 국제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다 보니 영어로 슬로건을 만든다는 것은 외국인에게 읽힐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봐도 결코 틀리지 않아요. 여기에서 영어 슬로건에 필수적인 가치가 하나 드러나네요. 영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보고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니 영어로 썼는데 영어 사용자가 알아볼 수 없다면 안되겠죠.
그러면 결론이 났네요.
바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설명 없이는 이해불능인데다 영어 사용자들이 알아볼 수 없다면 저런 브랜딩은 솔직히 안 하는 것보다 못해요. 저런 것을 만든다고 돈을 수억원이나 썼다니, 그냥 어이가 없어요. 정말 무슨 도시전설처럼, 누구에게 합법적으로 눈먼 돈을 줄 생각으로 저런 이벤트를 여는 건지...
게다가 차점작도 별로 좋지는 않았어요.
보통 Seoul과 Soul이 발음이 같으니 이것을 이용하려 드는 게 많은데, 글쎄요.
Soul이라는 단어는 좀 조심해야 해요. 일단 오컬트 관련의 용어인 것도 있고, Soulmate를 변형한 Seoulmate는 어원이 되는 단어의 의미에서도 조심해야 하는데다 Checkmate를 연상시킨다는 논란도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이런 게 나을 뻔 했어요.
1967년에 발표된 영국 영화 및 Lulu가 부른 동명의 주제가인 To Sir, with Love를 변형하여 To Seoul with Love로 한다던가, 단순히 라임만 맞추는 식으로 Seoul, Wonderful이라고 단순하게 만든 게 더 나아 보여요. 사실 이걸 생각해 내는데는 비용도 안 들었고 시간도 대략 몇 분 정도만 들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