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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 색깔 속 만들어진 전통

SiteOwner 2026.01.09 22:01:16

배우 안성기(安聖基, 1952-2026)의 타계는 신년의 충격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각계에서의 조문도 매우 많은데 그 중 배현진(裵賢鎮, 1983년생) 국민의힘 의원의 빈소 조문 당시의 흰색 정장이 말이 많았던 것인가 봅니다. 조문복장은 검은색이라야 하는데 밝은 색의 복장이었다고 무례하다는 등의 비판이 있습니다. 이 사안에는 판단하지 않겠습니다만, 만들어진 전통 하나만큼은 확실히 읽힙니다.


언론기사는 여기에 있으니 판단은 직접 해 보시면 되갰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흰 옷?...안성기 조문한 배현진, 복장·태도 '구설수' (20226년 1월 6일 조선일보)


사실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오랜 전통 중의 하나가 죽음을 흰색으로 상징하는 것. 문화사적인 깊은 것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오늘날에도 장례 때 성인남성은 삼베로 만든 모자를 쓰고 검은 정장의 소매 위에 삼베 완장을 패용한다든지, 성인여성은 흔히 소복(素服)이라 불리는 하얀 한복을 입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다 영전에 바치는 꽃도 흰 국화입니다. 또한 전근대를 배경으로 한 각종 미디어에서 국상(国喪)의 경우 군주든 신하든 일제히 흰 상복(喪服)을 입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잘 묘사되고 합니다.

이것이 극적으로 바뀐 것은 19세기 후반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근대화 개혁에 성공한 일본이 그 원류입니다.

관혼상제에는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관념 자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므로 그것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방향성이, "서양에서 들어온 좋은 것" 으로 달라졌을 따름. 당시 서양식 직조기술이 잘 보급되지 않았던 일본에서는 고급 남성복은 수입산 원단으로 만들어진 세비로(背広)라는 이름으로 잘 불리던 모직 양복이었고 색 또한 검은색이 주류였습니다. 그렇게 변천을 거치면서 검은색 양복이 원래부터 수천년 이어온 전통이었던 것처럼 정착했고, 일본에 의한 외삽적 근대화를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그 풍조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을 따름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동서양에서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 달라졌다가 이렇게 합류가 일어났고 그것이 만들어진 전통이 되었습니다만 동양의 관념은 복장이나 꽃 등으로 잔존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 전통이란 것도 만들어진 것인데다 일본의 영향이 짙은 것인데 이것이 만고불변의 금과옥조(金科玉条)일 리도 없지 않겠습니까. 참고로, 제례의 홍동백서(紅東白西) 운운하는 것도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급속히 보급된 주자가례(朱子家禮)에는 없는, 후대에 만들어져 덧붙여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