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이제서야 콰이콰이(快快)를 주목하는...

SiteOwner 2024.09.23 14:49:07
오늘 조선일보에 나온 기사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목에 이미 언급해 놓은 "콰이콰이(快快)" 라는 중국어가 제목과 본문에 인용된 기사에서 "이 어휘는 참 빨리도 인용한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일단 해당 기사부터 소개해 두겠습니다.
[단독] "한국이 아는, 그 중국이 아니다… 밤 새워 콰이콰이 혁신" (2024년 9월 23일 조선일보)

콰이콰이라는 어휘의 의미는 빨리빨리. 
그렇게 중국어 보급에 앞장섰던 국내언론이 유독 콰이콰이만 별로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구글 기준으로는 2002년부터, 네이버 기준으로는 2000년부터 언급되고는 있습니다만, 인용빈도가 매우 낮은데다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도 않은 게 이미 저간의 관행으로 입증되어 있습니다. 저는 7년 전인 2017년에 THAAD (사드) 논란의 사고구조 3 - 중국식 사고방식 제하의 글에서 이미 중국식 사고방식에서 주목할 만한 속성으로서 "콰이콰이디" 라는 형태로 해당 어휘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만...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이렇게 재야(在野)의 촌부(村夫)조차도 일찌감치 주목했던 이 어휘를 국내 최대언론조차 일찌기 인식범위 밖에 두고 있었던 것도 이상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제대로 모르는 채 싸움에 임하면 사실 자신의 역량을 잘 알고 있다는 상태에서도 승률은 잘해야 절반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디어 속의 비극은 공감하고 아름답게 여길 수 있는 여지라도 있습니다만, 현실의 비극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엔도 타츠야(遠藤達哉, 1980년생)의 만화 및 그에 기반한 동명의 애니인 스파이패밀리(SPY×FAMILY)의 캐릭터 실비아 셔우드(シルビア・シャーウッド/일본어, Silvia Sherwood/영어)가 나오는 인상적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테러를 기획한 대학생들이 실행전에 발각되어 잡혀 오자 철없는 그들을 질타하는 내용입니다.


실비아 - 안녕, 학생들. 자네들의 바라는 바가 뭐지?

대학생 - 웨스탈리스 축출과 오스타니아의 패권을...!!

실비아 - 자네들, 사람을 죽여 본 적 있나?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본 적은?

대학생 - 없잖아, 등신아!!

실비아 - 사지를 잃어 본 적은? 뼈가 박살나는 소리는 들어봤나? 살점이 썩는 냄새는 맡아뵜나?

대학생 - 뭔 소리야, 이 할망구가!!

실비아 - 가족이 무너지는 건물 안에서 으깨진 거 목전에서 봤나? 사랑하는 사람이 박살나 그 살점이 벽에 들러붙은 건? 허기에 못 이겨 나무껍질을 갉아먹은 적은? 사람 고기를 솥에 삶아 본 적은? 도련님들.



그렇습니다.

상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막연한 지레짐작으로 일을 벌이면 이런 꼴이 나는 것입니다.

그간 중국사랑 중국어사랑을 어필하며 중국어 보급에 힘썼던 국내언론의 작태도 이것과 다르지 않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그러한 노력도 매우 선택적이었는데다 심각히 편향되었고, 그러는 사이에 국내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나날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관념 속의 중국에만 천착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썼던 글인 "한반도 천동설" 이라는 말의 충격에서처럼, 천동설에 비견될만큼 낙후된 대외인식이 그 대가를 치를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어떤 경우에도 앞당겨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