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을 위시한 각종 전화금융사기가 횡행하다 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 자체가 싫어지죠. 그런데 요즘은 더욱 독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즉 상대의 목소리를 채집하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으로 특정인의 음성을 모방한 것을 만들어 내서 그것으로 각종 사기를 시도하는.
이미 딥보이스 피싱(Deep Voice Phishing)의 문제는 해외에서도 피해사례가 보고되어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고, 불과 수초 정도의 길이의 음성으로도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서 가족이나 지인을 속일 수 있다는 게 현실이기도 해요. 특히 전화 너머로 전해지는 목소리의 음질 문제라든지 전화를 받는 환경 등을 감안하면 판별능력이 늘 온전하다는 보장도 없어요.
일본의 애니 경험있는 너와 경험없는 내가 사귀게 된 이야기(経験済みなキミと、経験ゼロなオレが、お付き合いする話。)에서는, 비록 금융사기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전화로 전해지는 목소리가 분간하기 힘든 점을 노린 트릭이 하나 있어요.
주인공인 남학생 카시마 류토(加島龍斗)를 짝사랑하는 여학생 쿠로세 마리아(黒瀬海愛)는 전화상으로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언니이자 류토와 사귀게 된 갸루인 시라카와 루나(白河月愛)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만나자고 불러내죠. 그리고 그 장소에는 루나처럼 금발로 변장한 마리아가 있었고 자신의 마음을 어필하며 안기지만 그때의 느낌이 류토가 루나를 처음 안았을 때의 느낌과는 꽤 다른 것을 알아채고 "넌 누구야?" 라고 물이면서 전말이 드러나는 해프닝이 있어요.
사실 시라카와 루나의 성우는 오오니시 사오리(大西沙織, 1992년생)이고 쿠로세 마리아의 성우는 코가 아오이(古賀葵, 1993년생)로 아주 비슷하지만은 않아요.
이 영상을 보시면 루나(20-25초, 37-38초, 56초-1분, 1분 7초-1분 10초, 1분 19초-1분 20초, 1분 24초-1분 26초, 1분 28초-1분 30초)와 마리아(44-45초)의 목소리가 확실히 다른 게 느껴지죠. 그런데도 전화상으로는 구분이 힘들죠. 이것이 만화적 허용의 차원인 것만도 아니예요. 불과 수초간의 목소리를 따서 얼마든지 나쁜 짓에 쓸 수 있다는 이 현실이 무섭고 끔찍하기 짝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