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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블루 없는 날

마드리갈 2024.05.26 18:28:26
입원생활중에 병원 구내에서 간간이 들을 수 있었던 방송이 코드블루(Code Blue)였어요. 이를테면 벨소리에 뒤이어 "코드블루, 코드블루, 3층 수술실." 이렇게 나오는 것이었죠. 게다가 그 방송 뒤로는 사람들이 서둘러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입원한 병원이 대규모 종합병원인데다 수술직전에는 응급실에 있었고 수술 후 처음에 입원해 있던 병동 또한 응급병동이었다 보니 사람들이 급히 뛰는 발소리가 바로 근처인 복도에서 들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혼미하던 의식을 다잡아 웹검색을 할 수 있게 되자 이것저것 찾아본 게 있어요. 코드블루 또한 그 검색대상에 포함되어 있었고, 찾아보니까 심정지환자 발생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어요. 그것 이외에도 다른 코드도 있다는 것을 추가로 알았지만 입원기간중은 물론 이후 통원했을 때에도 코드블루 이외의 의료코드는 발령된 적이 없어요. 화재가 났을 경우의 레드(Red), 재난상황인 오렌지(Orange), 긴급대피상황인 그린(Green) 등과 같은 그런 것들은 실제로 접한 일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라 할까요.

입원생활중 22시(=오후 10시) 쯤 되면 대체로 잠들게 되는데 조명이 꺼진 후에 눈을 감기 직전 이렇게 생각하고 그랬어요.
"오늘은 코드블루가 없어서 천만다행이야."

그래요. 평온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는 그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평온한 날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어요.
스파이패밀리(SPY×FAMILY)의 캐릭터 실비아 셔우드가 말한 것처럼, "오늘이 평화로운 게 제일이지" 라는 말이 오늘따라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