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이는 삼신할머니가 점지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삼신이 둘씩이나 된다고요?
사실 한국 설화에는 우리가 아는 삼신할머니 말고 다른 삼신도 나옵니다. 저승 삼신(용궁 삼신)은 원래 용왕의 딸이었는데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용왕이 가서 삼신이나 하라고 쫓아냈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을 어머니가 설명해주는데 도중에 용왕이 바쁘니까 대충 하고 보내라고 뭐라 해서, 용궁 삼신은 애를 점지는 해주는데 낳게 해 주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이 때 용궁 삼신이 점지해 준 아이를 낳게 도와줬던 삼신(동궁 삼신)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삼신할머니가 맞고, 동궁 삼신은 이 사람이 자질이 있는지 시험을 거쳐서 삼신으로 임명되었습니다. 물론 아이를 점지해주고 무사히 출산하는 방법도 알고 있죠.
삼신이 둘이 되자, 하늘에서는 두 삼신 중 누가 아이를 점지할 적격자인지를 겨루게 했고 거기서 동궁 삼신이 이기게 되어 우리가 아는 삼신할머니가 된 거고, 용궁 삼신은 저승에서 죽은 아이를 돌보게 됩니다. 이 때 용궁 삼신이 화를 내면서 ‘네(동궁 삼신)가 점지하는 아이들은 죄다 죽여서 저승으로 데려갈 것이다’라고 하자 동궁 삼신이 그러지 마시고 제가 제삿밥도 나눠줄터이니 잘 해봅시다 해서 용궁 삼신도 받아들였고, 그 덕에 분업이 된 거죠.
두 삼신은 명계에 있는 삼신당에 기거하고 있습니다. 저승 삼신은 죽은 아이를 어느정도 자랄때까지 돌봐줍니다. 대개는 열 네살이 되는 해까지 돌봐주고, 그 후에는 아이 스스로 저승에서 살 지, 이승으로 다시 태어나서 갈 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동궁 삼신(삼신)은 태어날 아이를 점지해주는 일을 하고 있고요.
저승 삼신이 돌봐주던 아이가 다시 태어나는 경우,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불의의 사고로 태어나기 전에 죽은 아이라면 이전에 못 받았던 사랑까지 다 받으라는 의미로 최대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게 해 주고 있습니다만, 전생에 저지른 죄로 인해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 것이 벌인 아이들은 예외입니다. 보통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 것이 벌인 경우는 데메테르의 판결에서 상당히 나쁜 점수를 받게 되는데, 아마도 데메테르의 담당 죄목이 양육에 관련된 죄목이기때문애 그런 듯 합니다. 데메테르가 담당하는 죄는 부모가 아이를 품고, 낳고, 바르게 기르고, 때가 되면 내보내는 것, 그리고 효도에 관한 죄거든요.
동궁 삼신은 인자하지만, 그런 동궁 삼신을 분노하게 하면 말 그대로 ’허우대는 멀쩡한데(아이가 안 생겨서 검사를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팔자에 자식이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