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제목을 그대로 옮겼더니 너무 길어서 2줄 처리가 됐기 때문에, 긴급히 수정했습니다.
뒷목을 부여잡고 중요한 부분만 옮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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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된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가 연계 시민단체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아 친북 교육을 한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생략) 사단법인 ‘하나됨을 위한 늘푸른삼천’, 통일엔평화, 6·15경남본부,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통일촌’을 자통 연계 단체로 적시했다. 자통이 북한의 지령을 받는 창구였다면, 이들 연계 단체는 자통 회원들이 지령을 이행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북한은 자통에 “상위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행정 조직과 기구에 침투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검찰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자통이 연계 단체들을 이용해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의사 결정에도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중략)
방첩당국이 확보한 교육 참가자들의 후기에는 “북한이 좋은 나라였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유관순 열사가 손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합성한 깃발을 흔들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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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기 그지없네요. 친북을, 나랏돈으로, 일제강점기 역사까지 왜곡하면서 저질렀다고요? 몇주 전에 북한이 4대 독재자를 내세우려고 김정은 딸내미를 선전하던데, 군사력으로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내부 분열을 꾀하는 다른 작전을 써먹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옛말에 병불염사(兵不厭詐)라고, 전쟁에서 적을 속이려면 간사한 꾀라도 꺼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삼국지연의를 통해서 알게 된 말인데, 그 시절이건 지금이건 무기만 달라졌다 뿐이지 실제로 상대하는 것은 인간이다 보니 더더욱 와닿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우리민족끼리가 직접 활동하기 힘드니 저런 연계단체를 내세운 모양인데, 담당 공무원들이 자기들 돈 아니라고 넙죽넙죽 세금을 지원해 준 것도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물론 평화 통일, 말은 좋죠. 하지만 주어가 빠졌잖습니까? 게다가 내용을 훑어보면 딱 봐도 북한 중심의 통일이라는 게 훤히 보이지 않나요? 유관순이 인공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왜곡하는 건, 척 봐도 김일성이 별 것 아닌 거 가지고 독립운동을 했다고 뻥튀기하는 거랑 엮으려는 수작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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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보면, 요즘은 또 공무원이 예전만큼 인기 있는 직장이 아니라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팬데믹 동안 자택근무를 통해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래서인지 이번 현대자동차 생산직에 와글와글 몰렸죠. 정확히는 악성 중소기업(일명 X소기업)을 비롯한 악성 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에 가깝지만,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가 다를 뿐 맥락은 같다고 봅니다. 공무원들의 질이 낮아진 것도 이것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약 10년 전, 그러니까 대학생 시절부터 공무원 열풍이 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보다 이전일 수도 있어요. 워낙 제가 세상 물정을 파악하는 데에 느려서.) 왜 동기나 선배들이 3학년 즈음부터는 모두들 모습을 감추고 도서관에나 독서실에만 있는지 그 때는 몰랐는데, 졸업하고 취업이라는 칼바람을 뒤늦게 맞고 나서야 깨달았죠. 특히나 대학 내내 전산원에서 게임번역이나 서브컬처 연구에만 몰두하며 대비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았습니다.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외세의 강압에 의해 반강제로 문을 열게 된 약소국가 입장이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면서도 공무원이 되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던, 그러니까 '혜택'보다는 '일 그 자체'에 의미를 두던 저로서는 공무원이 그렇게까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참고)' 같은 거창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취향에 안 맞았던 거죠. 그래서 저에게는 공무원 열풍이 그 미국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 기둥'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싫다고 하면 정신 못 차렸다는 식의 쓴소리가 날아왔습니다.
가령 농진청 연구보조 이수과정을 밟던 중에 저한테 '너 같은 건 여기 있으면 안 돼, 나는 은행 그만두고 할 게 없어서 이런 거 하는 거지만 너는 아직 젊잖아' 같은 말을 자주 하시던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말 자체는 분명히 옳았죠. 왜 꼭 '공무원 공부해'로 마무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뭐 세상이 떠드는 게 전부라고 생각한 거겠죠. 그래서 (시간상 순서는 모르겠지만) 저도 공무원 공부를 해봤지만, 역시 제 길이 아니라는 것만 깨닫고 바로 관뒀습니다. 오히려 틈틈이 게임번역에 몰두하느라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거에요.
그래서 '공무원 인기 없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저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만큼 통쾌하다거나 '거 봐, 내가 옳았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고, 그냥 '새삼 당연한 소리를' 싶더군요. 공시를 준비할 때도 변변찮은 지방 회사들을 전전할 때도 제 업이라고 생각한 게임번역을 놓지 않은 것도 그렇고, 이미 제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게 저한테 좋은지 주제파악(?)이 끝나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흥할 때도 저는 무덤덤했습니다.
지금은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샌드록 같은 장기 프로젝트 때문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일하기 싫다'고 징징대긴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번역을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소설이나 만화 같은 직접적인 창작활동은 못하지만 대리만족까지는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번역이 때에 따라서는 의미전달을 위한 '창조'가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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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단체를 깔 목적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어째서인지 개인적인 회상과 감사로 마무리되어 글이 꽤나 이상해졌는데, 길게 쓰고 보니 전부 사실이라 남겨두고 싶어서 이대로 작성하려고 합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