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시작 부분에서는 낚시질을 한 번 했으니, 이번에는 순수한 만우절 에피소드로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들에서는 만우절에 딱히 대단한 일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떤 학교는 두 반이 서로 짜고 교실을 바꿔 들어가 있었다느니 책상을 다 서랍이 선생님 방향에서 보이도록 거꾸로 하고 수업을 들었다느니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제가 다니던 학교들은 유독 그런 게 없었습니다.
다만 중학생 때 들은 대전의 어느 여고의 만우절 행사(?)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여긴 대전에서 이름이 잘 알려진 여고 중에 하나입니다. 가톨릭 계열이고 여고라고 하면 대전 분들은 대충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장난 1 : 보디가드
이 학교는 언덕 위에 있고 교문이 그 언덕의 아래에 있는데, 선생님들은 차를 몰고 이 교문으로 들어옵니다.
만우절날 아침 선생님 차가 교문으로 진입하는 순간, 방송부에서는 운동장에 울리는 방송으로 영화 보디가드의 OST 'I Will Always Love You'를 틉니다.
3분 6초 경부터가 흔히 하는 그 클라이막스 부분입니다.
이걸 틀면 교문 안쪽에서 숨어 있던 학생 네 명이 마치 경호팀이 차량 호위하며 올라가듯 차의 앞쪽과 뒤쪽에 제각각 한쪽 손을 얹고 다른쪽 손을 귀에 대서 이어폰 붙잡고 있는 것처럼 하고 따라 올라갑니다.
이 학생들이 제대로 된 양복이냐고요? 아뇨.
체육복 츄리닝을 그것도 하세가와 코다카 마냥 다리 걷고 입고 머리에는 아줌마처럼 보자기 둘러쓰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습니다. (...)
하지만 표정만은 정말 보디가드라도 하는 것처럼 사뭇 진지하게 올라갑니다. 언덕 위 학교 건물 앞 주차장까지요.
이것도 아무 선생님 차나 안 해 드린답니다. 좀 비싼 차고 검은 차에만 그렇게 에스코트(?)를 해드린다나...
장난 2 : 택시 캡
미술부에서는 이 날 택시 캡을 만든다고 합니다. 네, 택시 지붕에 올라가 있는 그거요.
왜 만드냐고요?
또 선생님들 차 중에서 좋은 차, 택시 같이 생긴 차 위에 그걸 붙인다고 합니다. (...)
너무 정교해서 그거 달고 시내 달렸더니 정말로 지나가던 행인이 선생님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 들은 게 벌써 10년전이니 장난이 더 악질(?)이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소멸해 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것도 있었다고요.
대강당과 티타임, 아트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운영자입니다.
목록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공지 |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6 |
2025-03-02 | 482 |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486 |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323 |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21 |
2020-02-20 | 4150 |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158 |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6197 |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774 |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310 | |
| 6285 |
불청객에 방해받은 주말의 낮잠
|
2025-12-20 | 5 | |
| 6284 |
아카사카 사우나 화재사건의 총체적 난국
|
2025-12-19 | 16 | |
| 6283 |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명언 조금.
|
2025-12-18 | 24 | |
| 6282 |
교화(教化)에의 회의감(懐疑感)
|
2025-12-17 | 35 | |
| 6281 |
북한 웹사이트, 볼 가치는 있을까요?2
|
2025-12-16 | 57 | |
| 6280 |
AI로 이미지, 동영상 생성하는 방법을 연구중입니다4
|
2025-12-15 | 71 | |
| 6279 |
폴리포닉 월드의 미친 설정 3부작 #2 - 인명경시의 사례
|
2025-12-14 | 36 | |
| 6278 |
휴일의 새벽에 혼자 깨어 있습니다
|
2025-12-13 | 40 | |
| 6277 |
미국의 공문서 서체 변경이 시사하는 것
|
2025-12-12 | 43 | |
| 6276 |
동네 안과의 휴진사유는 "가족의 노벨상 수상 참석"
|
2025-12-11 | 45 | |
| 6275 |
폴리포닉 월드의 미친 설정 3부작 #1 - 해상의 인민혁명
|
2025-12-10 | 49 | |
| 6274 |
친구와 메일 교환중에 지진경보가...
|
2025-12-09 | 52 | |
| 6273 |
"민주당은 수사대상 아니다" 라는 가감없는 목소리
|
2025-12-08 | 57 | |
| 6272 |
소시민은 잘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4
|
2025-12-07 | 126 | |
| 6271 |
러시아의 간첩선은 영국 근해까지 들어왔습니다
|
2025-12-06 | 63 | |
| 6270 |
애니적 망상 외전 11. 들키지만 않으면 범죄가 아니라구요
|
2025-12-05 | 65 | |
| 6269 |
흔한 사회과학도의 흔하지 않은 경제관련 위기의식
|
2025-12-04 | 69 | |
| 6268 |
AI 예산은 감액되네요4
|
2025-12-03 | 106 | |
| 6267 |
저만 지스타에 대해서 실망한 건 아니었군요6
|
2025-12-02 | 128 | |
| 6266 |
온천없는 쿠사츠시(草津市)의 역발상
|
2025-12-02 | 71 |
2 댓글
캬슈토르
2013-04-02 00:07:10
훈훈하네요.
이거시 여고파워택시 캡은 진짜 아이디어가(...)제 반은 단체로 복도에 누웠는데(...) 중학교 때는 어떤 학생들이 학교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기도 했었습니다만,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그런 좀 대담한 장난(?)은 없더군요.
대왕고래
2013-04-02 00:35:23
쩌...쩐다!!
전 왜 그런 추억이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