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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를 하나 풀어놓아 봅니다.
지금도 여전히 학원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이긴 한데,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집단 위주로 폭력이 들끓는 시대였습니다. 일례로 학교간 패싸움, 교내 기숙사생들 내의 집단폭력 등, 공식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집단을 중심으로 폭력이 일어나고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잘 그랬고, 사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 있긴 하더라도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자 잠시 동안의 버스통학 이후 반강제적으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기숙사 내에 선배들이 밤중에 후배들을 불러내서 단체로 폭력을 행사하는 악습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사건 당시의 피해자였고, 당시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기절했고 그래서 이게 대사건이 되었습니다. 기숙사생 내에 만연하던 선후배간 폭력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었고, 저는 그 사건 이후 기숙사를 나와서 여름 때에는 집에서 요양하면서,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는 집에서 통학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하는 같은 반 학생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기숙사 선배들이 저를 좋게 안 본다면서, 기숙사 선배들에게 인사하고 다니라고, 안 그러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거라고 그랬습니다.
제가 바로 받아쳤습니다.
"내가 왜? 후배로 존중해 주지도 않는 놈들이 무슨 선배? X이나 먹으라고 그래."
그 학생이 경악하더군요. 선배에게 무슨 욕지거리냐고, 후환이 안 두렵냐고.
말을 이었습니다.
"내가 이 학교에 온 건 공부하기 위해서지 저놈들에게 무슨 충성하라고 온 거 아니지. 그리고, 불만 있으면 직접 찾아와서 불만 말하라 그래. 아, 만나는 장소는 교무실이면 딱 좋겠다."
수일 뒤에 그 학생이 다시 찾아와서 말을 하는데 가관입니다.
"건방진 놈, 얼마나 좋은 대학 가는가 보잔다. 그리고 밤길 조심하란다."
저도 이렇게 전하라고 그랬습니다. 가운데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F**k you very much."
그 뒤로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그 기숙사 선배들은 저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고, 저보다 대입실적이 좋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숙사 내의 집단폭력도, 다음해부터는 그 선배들이 졸업한 이후로는 아예 와해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전령 역할을 하던 학생은 저와는 더 이상 말을 안 하고 피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학생에게, 그 선배들의 헛소리를 전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냐고 물어보니 이야기하기 싫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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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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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02:55:50
살림살이 안 나아졌나보죠. 전령이라고 얼마나 뒤에서 무시당했을까... 폭력으로 권력 잡는 것 만큼 뒤가 구릴대로 구린 방법도 없을겁니다.?
SiteOwner
2018-12-21 17:53:35
그렇습니다. 추잡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요. 기숙사라는 작은 공간 내에서 알량한 권력을 휘둘러 보겠다고 폭력을 쓰고, 떳떳한 행동이 아닌 건 아는지 직접 말은 못하고 후배를 시켜서 욕설을 전달시키는 그 선배나, 그 선배의 전령이 된 그 후배, 즉 저의 동급생이나 추잡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결국 학교에서 당한 꼴에 전혀 동정심도 가지 않습니다.
물론 예측하신대로 그 학생의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