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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아니면 쓸 말이 없나...

SiteOwner, 2025-09-13 22:39:26

조회 수
149

한국사회가 언어에 관심없는 것은 이미 구조적인 문제라서 개인이 문제를 지적해 봤자 바뀔 여지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지적을 해 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특정 정파 및 구성원에 대한 평가의 어휘가 가난해서 "극우" 라는 말이 넘치는 세태에 대해서.

극우(極右, Far-right)라는 말의 용법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남용될대로 남용되어 극우의 범주에 드는 배외주의, 인종주의, 권위주의 등 각종 차별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하는 위험한 상황에 대한 경고는 되지 않을 정도로 식상해졌는데다 진짜 더 위험한 정파나 구성원에 대해서는 쓸 말 자체가 이미 고갈되어 버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극우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어휘고갈이 발생해 버렸습니다.
일본의 국회 중 참의원(参議院, House of Councillors)의 2025년 선거에서 15석을 획득하여 급부상한 참정당(参政党, SANSEITO/Party of Do It Yourself)은 배외주의, 차별 및 음모론에 의존하는 극단주의 성향을 표방하고 있어서, 이전에 흔히 극우정당으로 지목되고 있고 자민당(自民党, LDP)이라는 약칭으로도 잘 알려진 일본 최대의 정당인 자유민주당(自由民主党, Liberal Democratic Party)이 보수주의 내셔널리즘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한 국제협력을 중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자민당이 극우라면 그보다 더 심각한 참정당은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요? 극극우, 찐극우, 쌩극우 등으로 부를까요? 바로 이런 데에서 어휘의 고갈이 발생해 버렸습니다. 즉 타자를 너무도 쉽게 극우화해 버린 결과 정말 극우로 규정되어야 할 정파는 정작 정의할 수 없어서 내버려두는 이 작태가 얼마나 건전할 수 있는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이미 극우라는 어휘가 남발되어 극우에 대한 경계의식도 희석되고 제대로 된 범주 정의조차 안된 상황에서 이런 역습을 당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극좌로 찍혀 버렸을 경우 어떻게 반론하겠습니까?

극우 아니면 쓸 말이 없어져 버린 이 세태는 언젠가는 역풍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때 후회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도와줄 생각도 능력도 없습니다. 단지 저는 이 글로 문제점을 미리 그리고 구체적으로 지적해 두었을 따름입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5-09-15 14:16:53

뭐든지 극우로 치부하는 세태 혹은 극우라는 표현에 대해 몇 가지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영상에서도 댓글에서도 원인은 명백했습니다. '기준점이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으니까'였죠. 즉 극좌 쪽에 유리하도록 기준점이 좌측에 가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중도 우파여도 극우로 몰아간다는 겁니다.

더 문제는, 말씀하신 '극우의 남용'에 대해서 좌파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합니다. 극극우나 찐극우까지 갈 것 없이, "우파는 모조리 없애라"라는 단순한 원리에 입각해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내란견, 극우, 2찍 등의 여러 표현을 사용해서 '척결대상'을 걸러낸 다음에 냅다 몰아붙이고 있던데, 이 또한 '극우 말고 사용할 표현이 없어서'이긴 합니다만 나름대로의 해결책(?)인 모양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차피 척결할 대상인데 호칭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아주 무서운 생각이죠. 문화대혁명 때처럼 낙인을 찍고 조리돌림을 해도 괜찮다는 사고방식까지 깃들어 있는 거 아닌가 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과거 래디컬 페미니즘이 해악을 끼칠 당시에 '페미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돌았는데, 이제는 '좌파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바꿔서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이 쪽이 더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SiteOwner

2025-09-15 20:57:10

기준점이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으니까...확실히 타당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말은 곱씹어볼수록 심오합니다. 사실 인간의 신체의 무게중심은 약간 왼쪽에 기울어져 있고, 그렇다 보니 오른손잡이인 편이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다쳐서는 안 될 부분인 심장이 몸통의 약간 왼쪽에 있어서 그곳을 잘 방어하기 위해서는 오른손이 잘 쓰이는 편이 유리하다는 이유가 제시됩니다. 또한 우익(右翼, Right-wing)은 글자 그대로 오른쪽 날개인데 새의 날개와 인간의 팔은 형태와 기능은 달라도 해부학적인 구조가 동일한 상동기관(相同器官, Homologous Organ)이므로 오른손잡이인 인간도 결국은 우익이라는 말이 됩니다. 결국 기준점이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어도 인간은 우익이 일반적이라는 기묘한 이야기가 성립합니다.


말씀하신 극우의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가 낳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그렇게 상대를 죽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문제 이외에도, 그들이 빨갱이나 극좌로 몰리더라도 맞설 방법이 없다는 것. 게다가 그들이 이미 그렇게 극좌몰이를 당해 봤는데도 배운 게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다시 당해야겠지요. 몸이 남아나면 버티고, 안 남아나면 죽고,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이 있지요.

"소련을 그리워하면 뇌가 없다. 소련을 그리워하지 않으면 심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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