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볼펜 끝을 주먹으로 쳐봐" 라는 반론

마드리갈, 2025-05-28 23:46:47

조회 수
130

대학생 때 국내외 각지에서 온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인간의 신체능력을 얼마나 단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인데, 어떤 남학생들이 잘 이야기하는 것 중에 "맷집" 이라는 개념이 있었어요. 내구력(耐久力, Durability)과도 거의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그 개념을 반박하는 데에 상당히 힘들었던 게 생각나네요.

저의 지론은 이것.
아무리 단련을 잘 하더라도 인체의 구조나 구성성분이 혁명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이상 한계는 있는데다 그 맷집이라는 개념은 그냥 내구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통증에의 무감각도 포괄하는 개념인데, 통증을 가볍게 여기다가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빠지면 그게 정말 위험한 게 아니냐는 거였어요. 게다가, 그렇게 단련을 해서 발휘하는 물리력은 사실 경자동차의 기관출력보다도 더 못한 수준이니 그걸 자랑하는 게 과연 옳은 건가 하는 의문도 있어서 그걸 말했어요. 몇 사람들은 제 지론에 동의하는 성향을 보였지만 누군가는 "그건 여자인 당신이 남자의 로망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운운하며 제 지론에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반박을 한다든지 하는 것도 있었어요.
저는 잠깐의 생각 끝에 볼펜을 꺼내들고 "자, 그럼 그 맷집으로 이 볼펜 끝을 주먹으로 쳐봐?" 라고 반론했어요. 그러더니 바로 반응이 오네요. "그 뾰족한 끝을 주먹으로 치면 손이 뚫려버리는데 미쳤나 그런 걸 하게..." 등의. 그리고 이런 화제는 다시 나오지 않았어요.

강인한 신체를 원하고 그것을 위해 단련하는 그 자체는 좋은 일이죠.
하지만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요소가 혼입된 그 "맷집" 이라는 개념은 간단한 반례 하나로도 부정되는데 그걸 맹신해서 무슨 보람이 있다는 것이지. 그때가 다시 생각나고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5-06-01 23:49:57

이상한 데 로망이 있는 젊은이가 있단 말이죠, 고등학교든, 대학이든... 제 때는 그랬어요.

그 학생 지금은 그 생각 하면서 이불 뻥뻥 차대고 있을거에요... 나이 먹다 보면 몸의 한계가 뭘 말하는 건지 점점 알게 되더라고요.

마드리갈

2025-06-02 23:29:26

세계 문물의 발전이 로망과 실현에서 발전한다고 하지만, 그걸 위해서 일부러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어요.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권총의 성능시험은 동물사체나 볼리스틱젤(Ballistic Gel)을 쓰면 되는 것이지 자신의 머리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으로 정리되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중요하지만 무엇을 해서 안되는가를 파악하는 건 더 중요해요. 


그 학생을 나중에 만날 일이 있었는데, 끝까지 고집을 안 꺾었어요. 맷집이라는 건 필요하다고. 부서져 봐야 자기 몸이니 신경도 안 쓰지만요.

Board Menu

목록

Page 1 / 31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

6
Lester 2025-03-02 340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430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254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303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21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4051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11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106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710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226
6193

"탈북민" 의 어감이 나쁘다는 발상의 연장선

2
  • new
마드리갈 2025-09-16 14
6192

오늘밤은 음악과 함께 마무리.

1
  • new
SiteOwner 2025-09-15 28
6191

대만보다 더 빨리 황혼을 맞는 한국의 경제

2
  • new
SiteOwner 2025-09-14 37
6190

극우 아니면 쓸 말이 없나...

2
  • new
SiteOwner 2025-09-13 40
6189

이른 가을밤의 격세지감

2
  • new
SiteOwner 2025-09-12 51
6188

최신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현황

5
  • file
  • new
마키 2025-09-11 111
6187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를 대개편중입니다

  • new
SiteOwner 2025-09-10 39
6186

개혁의 그 다음 목표는 여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 new
SiteOwner 2025-09-09 45
6185

민주화와 민주당화 반년 후

  • new
SiteOwner 2025-09-08 47
6184

반미투사들의 딜레마

5
  • new
마드리갈 2025-09-07 82
6183

미국에서 벌어진 한국인 대량체포사건의 3가지 쟁점

2
  • new
마드리갈 2025-09-06 49
6182

새비지가든(Savage Garden)의 I Want You 감상평.

2
  • new
마드리갈 2025-09-05 54
6181

정율성을 그렇게도 추앙하는 사람들이 다같이 침묵중?

2
  • new
마드리갈 2025-09-04 57
6180

결속밴드(結束バンド)의 극중곡을 들을 시간

  • new
마드리갈 2025-09-03 43
6179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그 교육자

3
  • new
마드리갈 2025-09-02 49
6178

역사왜곡으로 기념된 광복 80주년

  • new
마드리갈 2025-09-01 50
6177

제조업을 멸시하던 국내의 시류에 올 것이 왔어요

  • new
마드리갈 2025-08-31 52
6176

서울의 잘사는 청년이 극우라면 증명되는 것

  • new
SiteOwner 2025-08-30 57
6175

일본의 기묘한 지명 속 방향감각

  • new
마드리갈 2025-08-29 61
6174

<단다단> 애니메이션은 음악덕후들이 만드는 걸지도...

4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8-28 179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