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억지력(抑止力)을 제대로 알게 된 어릴 때의 경험

SiteOwner, 2024-05-23 00:17:40

조회 수
148

40년 전인 국민학교 1학년 1학기 때 일이었습니다.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작은 학교라서 학년만 알면 누구인지 바로 특정가능한 그 학교에서 아주 이상한 4학년 상급생이 있었습니다. 그 상급생은 저를 보면 욕하다가 반응이 없으면 때리고 도망가는 짓을 반복했습니다. 

당시 스트레스를 받던 저는 그 학생을 제대로 겁먹게 하면서 저도 피해가 안 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선택지도 좁았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찾아낸 효과적인 도구가 나무망치. 쇠망치나 돌처럼 치명상을 입히지도 않는데다 학교의 교구 중 하나이다 보니 구하기 쉽다는 것에 착안해서 그 나무망치를 공격도구로 쓰기로 하고 교실에 굴러다니던 하나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 상급생이 나타날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나무망치를 숨기고 있다가 그 상급생이 저를 내려다보면서 욕을 할 때 그의 이마를 나무망치로 후려쳤습니다. 그 상급생은 불시에 당한 공격에 놀라서 넘어지더니 울면서 도망치는데 일어나지는 못하고 기어서 겨우 도망갔습니다. 그 이후로 그 상급생은 저에게 두번 다시 접근하지 못했고 저를 보면 피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1987년 2월에는 그 상급생이 졸업하면서 학교에서 볼 일도 없어져서 그 뒤로는 그 상급생의 소식은 알 길이 없습니다. 저 또한 그해의 다음달 말에 다른 동네로 이사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 보니 마주칠 일 자체가 영원히 없어졌습니다. 이것이 억지력(抑止力, Deterrence)에 대한 생애 첫 체험사례였습니다.


일단 저에 대한 폭력이 없어진 것은 다행입니다만, 그때의 경험이 통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결정에 대해서 제가 폭주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꽤 했습니다. 그렇게 반격하기 전에도 반격한 이후에도. 제 성격도 성격이지만 특히 그 뒤로부터는 누군가와 싸우는 일은 내키지 않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저를 공격한다면 그때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만...


이 새벽에 갑자기 그때가 생각납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4-06-01 13:24:00

저의 경우 스스로 억지력을 만든다는 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네요. '억지력을 사용하면 나 역시 다를 게 없어진다' 같은 여유로운 도덕론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여겨졌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이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선생님들이 모두 좋으신 분들이셨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저도 그 녀석들도 동시에 그쳤네요. 알게 모르게 수능을 거쳐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겠죠. 문과 이과로 격리(?)되다보니 상종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 더 크겠지만요. 결국엔 얽히지 않는 것 자체가 낫다는 거겠죠.

SiteOwner

2024-06-02 12:58:58

그거야 개인에 따라 다른 게 아니겠습니까. 사실 Lester님의 경우가 더욱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좋은 분들이 계셨던 덕분에 상황이 해결된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저에게는 외부에 그런 좋은 어른이 없었으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저같은 성격의 사람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통 타인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일단 생각을 굳히면 실행하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다 보니 범죄의 길로 빠지면 굉장히 흉악한 범죄를 태연히 저지를 위험도 높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어떻게 있어야 할까를 보다 일찍부터 생각해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되어야 할 인물상을 추구하면서도 주변의 평판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일견 모순된 태도가 동시에 자리잡힌 것 같습니다. 자신이 온전한 상황에 있어야만 어떤 사람이 되어도 될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모순된 것 같이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모순되지는 않다고 봅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30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

6
Lester 2025-03-02 289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401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245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82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20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4029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94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08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686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200
6153

망원렌즈를 금지하는 언론개혁의 부재

  • new
SiteOwner 2025-08-08 4
6152

왼발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주저앉기도 했어요

  • new
마드리갈 2025-08-07 19
6151

"강한 자만 살아남는 90년대"

2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8-06 41
6150

호주의 차기호위함 프로젝트는 일본이 수주 <상편>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8-05 29
6149

"누리" 라는 어휘에 저당잡힌 국어생활

  • new
마드리갈 2025-08-04 34
6148

인터넷 생활에서 번거롭더라도 꼭 실행하는 설정작업

  • new
마드리갈 2025-08-03 59
6147

카고시마현(鹿児島県), 일본의 차엽 생산지 1위 등극

  • new
SiteOwner 2025-08-02 47
6146

이제 와서 굽힐 소신이면 뭐하러 법제화하고 불만인지?

  • new
SiteOwner 2025-08-01 50
6145

7월의 끝을 여유롭게 보내며 몇 마디.

  • new
SiteOwner 2025-07-31 52
6144

피폐했던 하루

  • new
마드리갈 2025-07-30 59
6143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둘러싼 싸움의 이면

2
  • new
마드리갈 2025-07-29 64
6142

애초에 실권없는 김여정의 욕설에 왜 귀를 기울이는지...

  • new
마드리갈 2025-07-28 62
6141

일본어 독학이 알려졌을 때의 주변인들의 반응

6
  • new
SiteOwner 2025-07-27 84
6140

국회의원보좌관들은 없는 존재입니다

  • new
SiteOwner 2025-07-26 66
6139

새로운 장난감

4
  • file
  • new
마키 2025-07-25 109
6138

폴리포닉 월드의 주요국가들의 경쟁전략 요약

  • new
마드리갈 2025-07-24 72
6137

미일관세교섭에서 읽히는 2가지의 무서운 쟁점

  • new
마드리갈 2025-07-23 89
6136

에너지 소모가 큰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 new
마드리갈 2025-07-22 75
6135

"갑질은 주관적" 그리고 "피해호소인"

2
  • new
SiteOwner 2025-07-21 137
6134

그러고 보니 어제의 식후는 그냥 삭제된 시간이었군요

2
  • new
SiteOwner 2025-07-20 19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