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형이 먼저 죽어야죠" 라고 말했던 후배

SiteOwner, 2023-04-18 00:00:48

조회 수
192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사별했는데 그 중에는 동아리의 후배도 있었습니다.
대학생 때 활동했던 동아리가 대학연합이었다 보니 타대생들도 많이 알고 있었는데 활동 도중에 다른 대학 출신의 어느 후배 M군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M군이 경기도 의정부시 모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어 시내의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는 것을 연락받고는 바로 의정부로 가서 조문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이 동아리 내부에 전해질 때 제가 죽은 것으로 잘못 알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고인이 된 M군은 저는 성씨는 다르지만 이름 부분은 같았습니다. 그 후배는 제 성씨를 잘못 알았는지 그 M군과 저를 혼동했고 저에게 전화해서 살아 있냐고 물었습니다.
"걱정해 준 건 고맙다만,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전화를 받았지 않았나.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대답했는데 그 후배가 뒤이어 말한 게 이랬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형이 먼저 죽어야죠. 나이도 더 많은데, 안 그런가요?"

머리 속에서 뭐가 딱 끊기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이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 그래? 내가 안 죽어서 아깝다 이거였지? 알겠다."
그 후배가 다시 연락을 해왔지만 더 이상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후배와 마주쳤을 때 그 후배는 저를 피했습니다. 그 뒤로는 더 이상의 인연은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고 이제는 그를 탓할 생각도 뭐도 없습니다만...
역시 그 후배의 본심은 그것이었겠지요. 그런데 별로 접점도 많지 않았고 그랬는데 왜 본심이 그랬는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연구대상이겠지요, 긴 시간 동안.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3-04-18 21:33:05

말을 해도 그따구로 하네요. 아마 연락이 끊어진 게 사이트오너님 뿐만이 아닐 거 같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도 그렇게 했다가 죄다 연락이 끊어졌겠죠...

SiteOwner

2023-04-21 00:14:25

그렇게 말하는 자에게 허락될만큼 인간관계가 만만한 건 아니겠지요.

그나마 그 발언 이후에 저를 보고 피했다는 점에서 일말의 수치심이 남아 있었던 것은 다행인가 싶습니다. 그것조차 없었더라면 저보다 인내심이 적은 사람에게 물리력으로 침묵당했을 것입니다. 그게 그에게 허락되었던 행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자같이 되지 않는 것만 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 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Lester

2023-04-18 21:36:51

앞뒤 맥락 없이 나이 많으니까 먼저 죽어라... 거 참 대단한 사고방식이로군요. 평소의 언행에서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SiteOwner

2023-04-21 00:19:38

그가 저에게 그런 발언을 했던 게 그에게는 아주 큰 행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짜 성질 더러운 자의 면전에서 그랬다가는 직후에 살해당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자같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넓고 이상한 사람은 참 많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31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

6
Lester 2025-03-02 482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486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323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21
마드리갈 2020-02-20 4150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158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19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77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310
6284

불청객에 방해받은 주말의 낮잠

  • new
마드리갈 2025-12-20 3
6283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명언 조금.

  • new
마드리갈 2025-12-18 14
6282

교화(教化)에의 회의감(懐疑感)

  • new
마드리갈 2025-12-17 27
6281

북한 웹사이트, 볼 가치는 있을까요?

2
  • new
마드리갈 2025-12-16 49
6280

AI로 이미지, 동영상 생성하는 방법을 연구중입니다

2
  • new
시어하트어택 2025-12-15 65
6279

폴리포닉 월드의 미친 설정 3부작 #2 - 인명경시의 사례

  • new
마드리갈 2025-12-14 30
6278

휴일의 새벽에 혼자 깨어 있습니다

  • new
SiteOwner 2025-12-13 32
6277

미국의 공문서 서체 변경이 시사하는 것

  • new
마드리갈 2025-12-12 36
6276

동네 안과의 휴진사유는 "가족의 노벨상 수상 참석"

  • file
  • new
마드리갈 2025-12-11 41
6275

폴리포닉 월드의 미친 설정 3부작 #1 - 해상의 인민혁명

  • file
  • new
마드리갈 2025-12-10 45
6274

친구와 메일 교환중에 지진경보가...

  • new
마드리갈 2025-12-09 47
6273

"민주당은 수사대상 아니다" 라는 가감없는 목소리

  • new
SiteOwner 2025-12-08 50
6272

소시민은 잘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4
  • new
SiteOwner 2025-12-07 118
6271

러시아의 간첩선은 영국 근해까지 들어왔습니다

  • file
  • new
SiteOwner 2025-12-06 54
6270

애니적 망상 외전 11. 들키지만 않으면 범죄가 아니라구요

  • new
마드리갈 2025-12-05 56
6269

흔한 사회과학도의 흔하지 않은 경제관련 위기의식

  • new
마드리갈 2025-12-04 63
6268

AI 예산은 감액되네요

4
  • new
마드리갈 2025-12-03 104
6267

저만 지스타에 대해서 실망한 건 아니었군요

6
  • new
Lester 2025-12-02 128
6266

온천없는 쿠사츠시(草津市)의 역발상

  • file
  • new
마드리갈 2025-12-02 67
6265

12월의 첫날은 휴일로서 느긋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2
  • new
SiteOwner 2025-12-01 7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