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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도" 와 "당선인" 과 "멍텅구리 폭탄" 이라는 적폐

SiteOwner, 2022-03-15 22:00:47

조회 수
214

국내 언론의 문제점 중 이상할 정도로 적폐에 눈감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휘의 뜻을 완전히 잘못 알고 쓰는 경우, 특정인이 강요한 비공식적인 용어의 추종 및 굳이 다른 용어를 놔두고 비하적인 표현을 남발하는 것이 이번에 다룰 대표적인 적폐라서 지적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금도(襟度).
이 단어를 왜 그렇게 오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의미로 정치권 인사들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정의는 처음부터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정말 이렇게 오용을 안하면 목숨이 위험하기라도 한 것인지 영문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둘째는 당선인.
이 용어는 헌법 제67조와 제68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2007년 대선 이후로는 당선자의 자(者)가 "놈 자" 라서 거부감이 든다면서 당선인으로 바꿔 부를 것을 주문한 결과 당선인이라는 헌법에 없는 말이 통용됩니다.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쓰인 채 지금은 완전히 굳어져 있습니다. 이제는 바꾸려 해도 못 바꿀 것 같습니다. 워낙 뿌리가 깊게 내려서.

셋째는 멍텅구리 폭탄.
유도장치 없이 항공기에서 투하되는 순간 중력과 바람에 좌우되어 착탄점이 결정되는 폭탄은 무유도폭탄(Unguided Bomb) 또는 자유낙하폭탄(Free-fall Bomb)이라고 불립니다. 일부 외신에서 이것을 덤밤(Dumb Bomb)이라고 부르다 보니 이것을 번역해서 멍텅구리 폭탄이라고 부르는 듯한데, 외신의 모범적인 요소는 절대로 안 받아들이면서 이런 것만큼은 너무도 잘 받아들입니다. 외신이 금과옥조가 아닌 이상 외신에서 받아들일 것은 좋은 것에 한정되어야 하는데 그걸 구분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부러 비하적인 표현을 쓰고 싶어서 그러는지, 아니면 정말 "멍텅구리" 라서 말폭탄을 쏟아내는 건지, 판단이 안 섭니다. 이러다가 멍텅구리 폭탄이라는 용어가 길다고 "멍폭" 이라고 줄인다든지, "병신폭탄" 이라고 쓸지, 아니면 이미 "왕따" 라는 청소년 속어가 방송용어로 정착했으니 장애인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담긴 "애자" 같은 말을 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지금이라도 배제하면 언어생활이 나아질 것인데, 관심이나 있을지.
아마, 예의 어휘들이 적폐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할 듯 싶습니다. 최소한 포럼에서만큼은 그러지 않아야겠지만...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6 댓글

대왕고래

2022-03-17 00:53:43

언론인이라면 글을 쓰는 직업이잖아요. 사실에 의거한 글을 작성하는.?

그런 사람들이 제일 어휘를 올바로 써야죠. 그러지 않으면 모범이 서지 않죠. 아무리 못해도 일반인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야겠죠.

그런데 어휘를 마음대로 써버리면 그게 어디 모범이 되는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SiteOwner

2022-03-19 14:16:11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들이 어휘를 잘못 써버린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것입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 진료 못하는 의사, 조제 못하는 약사, 주사 못 놓는 간호사, 영어 못하는 외교관 등...이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중언부언할 이유조차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행태를 전혀 못 고치는데다 문제의식조차 가지지 않으니 위의 예시와 다를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있는 말과 글을 소홀히 하니 있는 사실을 소홀히 하는 것도 필연입니다. 그러니 모범이 안되는 것도 필연입니다.

카멜

2022-03-19 01:42:12

어쩐지 멍텅구리 폭탄이라길래 이런 용어가 정식 용어는 아닐텐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SiteOwner

2022-03-19 14:26:04

카멜님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셨군요. 언론에서 대놓고 멍텅구리라는 비속어를 남발하는 것이 정상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데 현재의 조류를 보면 비속어 남발이 금과옥조로 자리잡힌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웃기는 건, 이것도 눈치를 보는 건지 아주 대놓고 쌍욕이면 또 안한다는 것이지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침공했을 때 뱀섬(Острів Зміїний, 오스트리프 즈미니)에 주둔중인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원들에 러시아 해군이 항복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국경수비대원들은 "루스끼 바옌느이 카라블, 이지 나후이(Русский военный корабль, иди нахуй)!" 이라는 욕설로 그 항복권고를 거부했습니다. 저 러시아어 욕설은 영어권에서는 "Russian warship, go fuck yourself!" 이라고 번역되어 알려져 있는데 어쩐 일인지 국내 언론에서는 이 욕을 상당히 순화시켜서 보도하였습니다.

쓸 말과 안 쓸 말을 구별하지도 못하는데 이것도 일관성이 없으니 정말 생각을 그만둬야 할 레벨 같습니다만...

Lester

2022-03-20 02:11:05

셋 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요. 특히 3번은 그냥 번역체 내지 오역이라서, 번역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더더욱 뒷목을 잡게 됩니다. 글깨나 공부했다는 사람들이 왜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을 모르는 걸까요.


2번의 경우는 과거에 견통령 논란마냥 "새로운 대통령이시다. 알아서 기어라." 하는 압박까지 느껴집니다. 혹시나 해서 2007년 대선을 검색해보니 당선'자'가 이명박... 뭐, 우연이겠죠?

SiteOwner

2022-03-20 20:27:46

정말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 한가득입니다. 게다가 이것들이 이제는 아무리 지적해도 아예 소용없을만큼 뿌리를 내렸으니 누구 말처럼 포기하면 편한가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당선자가 당선인으로 불러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당선인이라는 표현이 정착해있습니다. 현재는 헌법에서는 당선자이지만 다른 법률에서는 당선인으로 된 것이 대부분이라서 가장 기준이 되는 법인 헌법을 놔두고 계속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이명박의 당선 이전에 법률에서 당선인이라는 표현이 지배적으로 정착해 있었던 가운데에 당선인인가 당선자인가의 호칭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게 2007년 대선의 결과발표 이후이다 보니 정확히는 이런 언어혼란이 어느 정파만의 책임도 아닌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11일 이데일리기사를 참조해 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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