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판소리풍 화법만 절제해도 글의 품위는 올라간다

마드리갈, 2022-01-27 14:11:11

조회 수
230

지난 1월 13일에 쓴 글인 미디어의 언어가 점차 품위를 잃고 있는 듯한데...에서 열거한 쟁점 하나를 별도로 다루어 볼께요.
제목에서 시사하다시피, "판소리풍 화법" 이라고 명명가능한 의성어나 의태어의 남발이나 조롱하는 듯한 화법 등을 구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글의 품위는 향상되는 것.

판소리풍 화법이란 대표적으로 이런 것이죠.
판소리의 각종 추임새처럼 교통사고 보도에 "쾅", 폭발사고 보도에 "펑", 붕괴사고나 주가급락 보도에 "와르르" 등의 표현 등을 쓴다든지, "걱정이라네" 운운하는 식으로 이미 실현되었거나 높은 확률로 일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사안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듯이 서술하는 화법. 이런 것들이 바로 정보의 전달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글의 품격도 떨어뜨리고 말아요.

물론 판소리 자체가 나쁘다는 것을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말한 적도 없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판소리의 화법은 어디까지나 판소리의 영역 안에 있기만 하면 문제는 없다는 것. 그런 화법 자체의 외연을 확장해야 할 당위성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춘향가에서는 풍자의 대상으로서의 탐관오리가 확연히 나타나 있어요. 그런데 위에서 열거된 사례에 풍자의 대상이 있을까요? 물론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어딘가에 누군가가 풍자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에 맞지 않는 화법을 구사해야 옳다고 확정할 만한 사안이 나타나 주지는 않는 것이죠.
게다가, 각종 사건사고에서 발생하는 각종 피해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예의 표현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사안을 흥미본위로 왜곡하는데다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효과를 주기 마련이죠. 이러한 결과를 낳는 표현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이미 사라져 있어요.

사실 이런 판소리풍 화법은 의외로 많이 포진해 있어요.
상대에 대한 매도, 폄하 등을 전제하는 각종 표현도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게다가 외국인의 한국 비판에 대해서 유독 논란이 크게 일어나서 반한, 혐한 등의 낙인을 쉽사리 찍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든지, 진영논리에 따라 사안이 판단되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가담한 정파에 따라서 평가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물론 사실관계까지 개변이 가해진다든지, 미디어에 대한 검열이 태연히 자행되는데도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든지.

만일 한국어의 언중이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하면 그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미 앞에서 밝혀놓았듯 외국인의 한국 비판에 대해서는 논란이 유독 커지는 터라 그렇게 수용할 가능성은 없겠지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2-01-29 23:24:15

사실보도를 정확히 군더더기 없이 하면 사람들 시선을 못 끄니까 그런 표현이 자리잡은 거겠죠.

결국에는 조미료를 넣은 것이라는 건데, 요리 맛이 묻힐 정도로 조미료를 퍼넣으면, 조미료를 먹는걸까요 요리를 먹는걸까요?

마드리갈

2022-01-30 00:01:54

역시 그렇다면 이러한 언어의 품격문제는 언중의 수준이 딱 그래서라고 봐야겠네요.

결국 한국어의 언중이 공범이라는 것이 되네요. 수일 전에 쓴 글인 미디어의 언어가 점차 품위를 잃고 있는 듯한데...의 코멘트에서 썼던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라는 격언이 역시 이렇게도 유효하다는 게 증명되니 방법은 없는 거네요.


그러고 보니 폭력적인 매운맛 열풍이 같이 생각나네요. 대체 무엇을 위한 요리인지 알 수 없는...

이런 주객전도가 이제는 답이 없을 정도로 만연해서 문제의식조차 없네요.

Board Menu

목록

Page 306 / 314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

6
Lester 2025-03-02 473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484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321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21
마드리갈 2020-02-20 4149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157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18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770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299
179

정신줄이 끊어질듯합니다!

3
라비리스 2013-03-24 156
178

레포트 꿈을 꿨습니다(!)

5
대왕고래 2013-03-24 290
177

남자의 화장품 사용

11
호랑이 2013-03-24 414
176

이번 여름에 대구에서 치맥 축제가 열린다고 하죠?

2
하네카와츠바사 2013-03-23 222
175

대학교재를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5
대왕고래 2013-03-23 401
174

강아지 네 자매 중 일부가 벌써 짖는 법을 배웁니다.

2
처진방망이 2013-03-23 237
173

오해와 진실은 한 끝 차이인가.

5
aspern 2013-03-23 166
172

Earth Hour의 시간이군요

3
aspern 2013-03-23 204
171

도데체 무슨 맛일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까?

8
연못도마뱀 2013-03-23 330
170

방송 신청곡을 미리 받아보겠습니다+오프닝 투표

4
aspern 2013-03-23 186
169

자다가 가위를 눌렸어요.

8
트릴리언 2013-03-23 363
168

전 허쉬 초콜릿을 싫어해요

10
프리아롤레타냐 2013-03-23 496
167

생각해보니 스타크래프트 2는 사놓고 하질 않고 있군요

7
aspern 2013-03-23 209
166

파이널판타지 1을 하고 있습니다.

2
대왕고래 2013-03-23 200
165

오랜만에 5시 칼기상을 했군요

1
aspern 2013-03-23 302
164

고래는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4
대왕고래 2013-03-23 223
163

음... 설정이라...

2
연못도마뱀 2013-03-23 185
162

참 제가 호구처럼 보이나 봅니다.

6
aspern 2013-03-23 269
161

아버지의 군생활

1
aspern 2013-03-23 242
160

예전에 내린 커피 한 잔

4
호랑이 2013-03-22 325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