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학생 때 국내외 각지에서 온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인간의 신체능력을 얼마나 단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인데, 어떤 남학생들이 잘 이야기하는 것 중에 "맷집" 이라는 개념이 있었어요. 내구력(耐久力, Durability)과도 거의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그 개념을 반박하는 데에 상당히 힘들었던 게 생각나네요.
저의 지론은 이것.
아무리 단련을 잘 하더라도 인체의 구조나 구성성분이 혁명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이상 한계는 있는데다 그 맷집이라는 개념은 그냥 내구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통증에의 무감각도 포괄하는 개념인데, 통증을 가볍게 여기다가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빠지면 그게 정말 위험한 게 아니냐는 거였어요. 게다가, 그렇게 단련을 해서 발휘하는 물리력은 사실 경자동차의 기관출력보다도 더 못한 수준이니 그걸 자랑하는 게 과연 옳은 건가 하는 의문도 있어서 그걸 말했어요. 몇 사람들은 제 지론에 동의하는 성향을 보였지만 누군가는 "그건 여자인 당신이 남자의 로망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운운하며 제 지론에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반박을 한다든지 하는 것도 있었어요.
저는 잠깐의 생각 끝에 볼펜을 꺼내들고 "자, 그럼 그 맷집으로 이 볼펜 끝을 주먹으로 쳐봐?" 라고 반론했어요. 그러더니 바로 반응이 오네요. "그 뾰족한 끝을 주먹으로 치면 손이 뚫려버리는데 미쳤나 그런 걸 하게..." 등의. 그리고 이런 화제는 다시 나오지 않았어요.
강인한 신체를 원하고 그것을 위해 단련하는 그 자체는 좋은 일이죠.
하지만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요소가 혼입된 그 "맷집" 이라는 개념은 간단한 반례 하나로도 부정되는데 그걸 맹신해서 무슨 보람이 있다는 것이지. 그때가 다시 생각나고 있어요.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교환학생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소개글 추가)6 |
2025-03-02 | 239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376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226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260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9
|
2020-02-20 | 4000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75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6063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668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181 | |
6097 |
비오는 밤에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3번
|
2025-06-13 | 62 | |
6096 |
"나니가스키(何が好き)?" 로 잘 알려진 그 노래
|
2025-06-12 | 64 | |
6095 |
대형마트 공휴일 강제휴무 법안이 지닌 3가지 맹점
|
2025-06-11 | 67 | |
6094 |
JR동일본의 블루트레인 부활2
|
2025-06-10 | 70 | |
6093 |
어떤 IT기업들의 인터페이스 개악 강박증2
|
2025-06-09 | 72 | |
6092 |
이른 열대야를 겪으며 몇 마디.2
|
2025-06-08 | 75 | |
6091 |
이제 좀 여름답네요2
|
2025-06-07 | 81 | |
6090 |
중국 축구의 문제점은 "중국" 그 자체일지도?2
|
2025-06-06 | 84 | |
6089 |
"치마벗고 사토시" 운운하며 웃고 떠들던 여학생들2
|
2025-06-05 | 85 | |
6088 |
2025년 6월 4일의 역사 2가지.6
|
2025-06-04 | 170 | |
6087 |
러시아는 이제 시베리아조차 안전하지 않다3
|
2025-06-03 | 143 | |
6086 |
"그래서, 누가 돈을 낼 것인가?" 를 생각해 보고 있어요
|
2025-06-02 | 90 | |
6085 |
입사한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괜찮네요.2
|
2025-06-01 | 101 | |
6084 |
건강염려증까지는 아니지만...2
|
2025-05-31 | 94 | |
6083 |
오랜 담론이 아니라도 심술은 분명 있습니다2
|
2025-05-30 | 95 | |
6082 |
주차문제로 비난받았던 고급차 오너는 정말 장애인이었다2
|
2025-05-29 | 100 | |
6081 |
"그럼 이 볼펜 끝을 주먹으로 쳐봐" 라는 반론2
|
2025-05-28 | 978 | |
6080 |
북한의 구축함 사고는 간부파괴자인가10
|
2025-05-27 | 301 | |
6079 |
중국은 역사왜곡에 비판적인 학자를 입국금지했다
|
2025-05-26 | 102 | |
6078 |
29년 전의 악연이 꿈으로 나타났습니다
|
2025-05-25 | 106 |
2 댓글
대왕고래
2025-06-01 23:49:57
이상한 데 로망이 있는 젊은이가 있단 말이죠, 고등학교든, 대학이든... 제 때는 그랬어요.
그 학생 지금은 그 생각 하면서 이불 뻥뻥 차대고 있을거에요... 나이 먹다 보면 몸의 한계가 뭘 말하는 건지 점점 알게 되더라고요.
마드리갈
2025-06-02 23:29:26
세계 문물의 발전이 로망과 실현에서 발전한다고 하지만, 그걸 위해서 일부러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어요.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권총의 성능시험은 동물사체나 볼리스틱젤(Ballistic Gel)을 쓰면 되는 것이지 자신의 머리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으로 정리되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중요하지만 무엇을 해서 안되는가를 파악하는 건 더 중요해요.
그 학생을 나중에 만날 일이 있었는데, 끝까지 고집을 안 꺾었어요. 맷집이라는 건 필요하다고. 부서져 봐야 자기 몸이니 신경도 안 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