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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대체로 학급마다 어떤 가치나 목표를 지향하는가를 보여주는 고유의 급훈(級訓)이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재치있는 것도 있어요. 서울지하철 2호선 연선지역에 국내 유수의 명문대학이 많다는 것에 착안한 "2호선을 타자" 라든지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에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성적에 따라 배우자의 얼굴이 바뀐다" 라든지 포기하지 않을 것을 언어유희로 나타낸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세는 말" 등의 것들도 있어요. 그런 재치있는 급훈은 여러모로 화제가 되기도 해요.
그러나, 화제가 된다고 해서 그 급훈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명제의 역(逆)이 반드시 그 명제와 동일한 진리값을 갖지만은 않는 데에서 짐작할 수 있고, 또한 실제 사례가 있기도 해요. "중화인민공화국" 이라는 급훈과 그 아래의 중도(선)을 지키는 평화로운 공동체라는 부가설명이 바로 그것.
이미지 출처
중학교 교실 급훈 보고 '충격'..."여기가 중국이냐", 2026년 1월 9일 주간조선 기사
실제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저 급훈의 부가설명에 나오는 속성을 지녔는지는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어요. 당장 생각나는 것만 거론해 봐도 이 정도는 되네요. 대약진운동(大躍進政策, Great Leap Forward),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Great Proletarian Cultural Revolution), 천안문학살(天安門虐殺, Tiananmen Square Massacre), 라오가이(労改/Laogai, "노동개조" 의 약칭) 등의 수많은 역사 속 사례와 홍콩사태, 강제실종 등 현재진행형인 각종 인권탄압 등으로 충분히 반증되고도 남으니까요.
학교측이 내놓은 “해당 급훈은 중국어를 전공한 담임 교사의 특성을 반영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것” 내지는 “특정 정치적 의미나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다” 등의 설명 또한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아요. 이미 급훈이 특정국가의 이름이라는 사실에서 이미 정치성 자체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은 가볍게 무시해도 될까요? 그 해명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문제는 하나 있어요. 부가설명이 필요한 데에서도 이미 저 급훈은 실패적이라는 것.
한번 이런 급훈을 가정해 보도록 할께요.
새롭고(New), 스마트하고(Smart), 즐겁고(Delightful), 민첩한(Agile) 참여차들(Participants)이라는 의미의 급훈의 영단어 첫자들을 따서 만들어진 이 훌륭한 급훈인 NSDAP. 정치적 의미나 의도는 일절 안 담은 참 훌륭한 급훈이네요. 당연히 채택해야겠죠? 참고로 NSDAP라는 약칭으로 통하는 단체가 있어요. National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 독일 국가사회주의노동당의 약어이고, 그 단체명을 더 줄이면 바로 "나치" 가 되어요.
국회의 모택동 흉상, 현충원의 중국산 추모화환에 이어 "중화인민공화국" 이라는 급훈까지.
여기서 라틴어 문장 하나를 써야겠어요. "어디로 갑니까, 나의 조국은?" 이라는 의미의.
Quo vadis, Patria m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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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6-01-27 22:40:34
본인은 유머러스하자고 만든 거 같은데 (굳이굳이 변호를 해 주자면), 결국 오해를 사게 되네요. 근데 교사 정도 되었으면 오해 안 사게 유머러스한 문구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본인이 그 정도라는 거네요.
...굳이굳이 변호를 해 줘도 결국 체크메이트인 거 같은데... 굳이굳이 변호를 해 주는 의미가 없었네요.
마드리갈
2026-01-27 22:53:48
맞게 보셨어요. 결국 급훈같지도 않은 것이 오해를 낳고 저 모양...
중국을 증오허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다 그래서도 안되지만, 국내사회가 유독 중국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관대하거나 비굴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외면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국회의 모택동 흉상, 현충원의 중국산 조화에 이어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급훈까지...
사실 더한 갓도 있었어요. 콜라독립 815라는 한때 히트친 탄산음료의 광고에서는 "문화혁명" 이라는 문구도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