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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분계선 논란에서 생각난 in dubio pro reo

마드리갈, 2025-12-22 22:29:43

조회 수
112

로마법상의 법언으로 근현대의 형법에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인 두비오 프로 레오(in dubio pro reo)" 원칙이 있어요.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라고 번역되는 이 원칙은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일이 없도록 마련된 안전장치이기도 해요. 물론 정말 죄없는 사람 말고도 유력한 용의자 중의 하나였지만 증거가 불충분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는 피고인도 수혜자가 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죄없는 사람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있거나 형장(刑場)에서 최후를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니 이 선택지는 어쩌면 필요악(必要悪)일지도 몰라요.


오늘 뉴스 중에 참 대단한 게 있는데, 나온 사실에는 가치판단조차 하고 싶지 않네요.

[단독] "군사분계선 애매하면 남쪽으로" 합참, 北에 유리하게 설정, 2025년 12월 22일 조선일보 기사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런 거예요.

합동참모본부가 이미 9월에 북한군의 군사분계선(軍事分界線/Military Demarcation Line, MDL) 침범에 대한 판단기준을 바꾸어서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MDL을 해석해 주었다는 것. 게다가 물리적인 표지도 대다수가 유실된 지금 그렇게 북한에 유리하게끔 MDL이 재설정되어 버리면 비무장지대(非武装地帯/Demilitarized Zone, DMZ) 내부의 북한의 영역이 크게는 수십미터(m) 이상 남쪽으로 넓어졌다는 의미도 되어요. 게다가 이런 조치는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와의 협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걸 변경하고도 북한은 계속 MDL을 침범해 왔어요.


누가 피고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 피고인이라고 해도 결론은 재미있을 듯해요.

만일 우리나라가 피고인에 해당된다면, 그럼 그 뒤는...이야기 안할래요. 

북한이 피고인에 해당한다면, 그렇게 기준을 완화했는데도 기준을 어기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게 드러난 이상 이제 의심스러울 것도 없으니 피고인의 이익으로 할 수도 없는 것이 드러나 있어요. 즉 어느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러면 행복할까요. 그리고 무슨 이득을 볼까요.


하여튼 북한에 참 너그럽다는 것만 확실해졌어요. 그리고 북한은 철저히 배은망덕하고. 그럼 좋은 일은 안 일어나겠네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5-12-22 22:40:51

철 지난 북침설이나 남침유도설을 공식화하는 것 같아서 쓴웃음도 비웃음도 나오지 않네요. 말도 안 되는 짓을 악착같이 밀어붙이는 무서운 광경이기 때문일까요. 안보를 같이 맡고 있는 주한미군이 가만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것마저도 주권침해로 악용할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이쯤에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겠습니다.

마드리갈

2025-12-22 22:47:02

동감이예요. 무엇이 목적인지는 몰라도 악착같이 실행하는 그 의지는 가상하다고 할까요. 가상하다고만 평가했지 다른 가치판단을 한 건 아니니까요. 다음에는 또 뭔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숨길 생각도 없다는 것을 보니 뭘 상상하든 그걸 뛰어넘지 않을까 싶네요. 미국은 일본을 더 신뢰하게 될 것 같고.


법언은 아니지만 라틴어 문장 하나를 또 인용해 볼께요. Amor vincit omnia.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그 말에서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은 충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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