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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에서 "특별" 을 빼서 무슨 의미가...

마드리갈 2021.11.02 14:22:18
어제인 11월 1일, 서울특별시에서 "특별" 을 제외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어요.
이유는 수도권 일극주의의 해소 및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부터 들고 있어요.

기사를 하나 인용할께요.
“‘서울특별시’에서 ‘특별’자 빼자” 법안 발의 이유는, 2021년 11월 1일 조선일보 기사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 및 같은 당의 다른 의원 9명, 즉 합계 10명의 의원이 제출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쟁점은 이렇게 요약가능하죠.
  1. 1949년에 공포된 지방자치법에 근거하는 명칭인 서울특별시의 "특별" 이라는 말이 수도권 집중의 원인이다.
  2. 서울에 살면 특별시민이고 이외지역에 살면 일반시민이 되는 구시대적 차별 및 분리가 있다.
  3. 의식과 표현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 아니였어요.
이미 16년 전에 당시 한나라당의 유정복 의원이 "특별시" 명칭이 특권문화의 상징이자 권위주의적 잔재이고 대안적으로 서울광역시 또는 서울대도시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냥 주장으로 그쳤어요.

저 3개 쟁점에는 각각 논리적인 결함이 있어요.
첫째 논점부터. 수도권 집중은 이미 삼한 이후로부터의 한국사의 보편적인 경향으로 한강 유역을 점유하는 세력이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아왔다는 점에서 이미 쉽게 논파되어요. 즉 "특별" 이라는 말이 원인이 될 수는 없어요. 서울의 지정학적 가치가 원인인 것을 도외시할 정도로 "특별" 이라는 어휘에 책임을 전가해서 무슨 메리트가 있는 것인지.
둘째 논점에서는 사고를 어떻게 하면 저런 논리가 가능한지 의문마저 들어요. 서울특별시민은 서울특별시의 시민으로 인식하는 게 정상이죠. 서울의 특별시민으로 이해한다는 자체에서 이해가 불가능해요. 우리나라의 현행헌법은 사회적 특수제도의 창설 자체를 금하고 있는데(헌법 제11조 제2항 참조) 대체 특별시민/일반시민 분류가 어디에 있다고 그러는 건지.
셋째 논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서울시장만이 국무위원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지위 등에는 어떠한 문제의식도 제기되지 않고 "특별" 이라는 표현 하나에 천착한 나머지 무리한 정책명제를 우격다짐으로 정당화하려는 것이 보여요. 그래서 이 세 논점의 어느 것도 정당화되지 못하죠. 즉 완벽한 탁상공론이라는 것.

설령 저 쟁점들이 옳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생겨요.
서울특별시를 다른 이름으로 개칭할 경우 "서울특별시" 라는 지방자치단체가 포함된 모든 법령의 용어개정은 불가피하게 되니까요. 법치국가의 원리상 명문의 법령에 나오는 사항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니까요. 용어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것을 뜯어고쳐서 결과적으로 개악이 될 저런 사안에 대한 비용을 다 지불할 능력이라도 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그런 데에 비용을 쓰기보다는 처음부터 안 쓰는 게 더 현명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16년 전의 "서울광역시" 및 "서울대도시" 또한 문제가 있어요. 광역시라는 말을 쓰면 2번 쟁점 덕분에 "광역시와 광역시 아닌 시", "대도시와 대도시 아닌 시" 등의 문제 또한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어요.

저렇게 "특별" 이라는 어휘가 만악의 근원인양 주장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정치가들이 해야 하는 것은, 왜 다른 지역이 서울만큼의 매력을 갖지 못하는가를 분석하고 다른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