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 11월 1일, 서울특별시에서 "특별" 을 제외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어요.
이유는 수도권 일극주의의 해소 및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부터 들고 있어요.
기사를 하나 인용할께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 및 같은 당의 다른 의원 9명, 즉 합계 10명의 의원이 제출한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쟁점은 이렇게 요약가능하죠.
- 1949년에 공포된 지방자치법에 근거하는 명칭인 서울특별시의 "특별" 이라는 말이 수도권 집중의 원인이다.
- 서울에 살면 특별시민이고 이외지역에 살면 일반시민이 되는 구시대적 차별 및 분리가 있다.
- 의식과 표현을 바꾸려는 노력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 아니였어요.
이미 16년 전에 당시 한나라당의 유정복 의원이 "특별시" 명칭이 특권문화의 상징이자 권위주의적 잔재이고 대안적으로 서울광역시 또는 서울대도시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냥 주장으로 그쳤어요.
저 3개 쟁점에는 각각 논리적인 결함이 있어요.
첫째 논점부터. 수도권 집중은 이미 삼한 이후로부터의 한국사의 보편적인 경향으로 한강 유역을 점유하는 세력이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아왔다는 점에서 이미 쉽게 논파되어요. 즉 "특별" 이라는 말이 원인이 될 수는 없어요. 서울의 지정학적 가치가 원인인 것을 도외시할 정도로 "특별" 이라는 어휘에 책임을 전가해서 무슨 메리트가 있는 것인지.
둘째 논점에서는 사고를 어떻게 하면 저런 논리가 가능한지 의문마저 들어요. 서울특별시민은 서울특별시의 시민으로 인식하는 게 정상이죠. 서울의 특별시민으로 이해한다는 자체에서 이해가 불가능해요. 우리나라의 현행헌법은 사회적 특수제도의 창설 자체를 금하고 있는데(
헌법 제11조 제2항 참조) 대체 특별시민/일반시민 분류가 어디에 있다고 그러는 건지.
셋째 논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서울시장만이 국무위원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지위 등에는 어떠한 문제의식도 제기되지 않고 "특별" 이라는 표현 하나에 천착한 나머지 무리한 정책명제를 우격다짐으로 정당화하려는 것이 보여요. 그래서 이 세 논점의 어느 것도 정당화되지 못하죠. 즉 완벽한 탁상공론이라는 것.
설령 저 쟁점들이 옳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생겨요.
서울특별시를 다른 이름으로 개칭할 경우 "서울특별시" 라는 지방자치단체가 포함된 모든 법령의 용어개정은 불가피하게 되니까요. 법치국가의 원리상 명문의 법령에 나오는 사항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니까요. 용어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것을 뜯어고쳐서 결과적으로 개악이 될 저런 사안에 대한 비용을 다 지불할 능력이라도 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그런 데에 비용을 쓰기보다는 처음부터 안 쓰는 게 더 현명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16년 전의 "서울광역시" 및 "서울대도시" 또한 문제가 있어요. 광역시라는 말을 쓰면 2번 쟁점 덕분에 "광역시와 광역시 아닌 시", "대도시와 대도시 아닌 시" 등의 문제 또한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어요.
저렇게 "특별" 이라는 어휘가 만악의 근원인양 주장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정치가들이 해야 하는 것은, 왜 다른 지역이 서울만큼의 매력을 갖지 못하는가를 분석하고 다른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