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국내만 하더라도 심청전에서는 심학규의 비참한 생활상과 효녀로 이름난 딸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는 일념에 공양미 300석에 자신을 제물로 팔기로 하는 최악의 형태의 불효를 결심하는 역설이 매우 가슴아프게 묘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어요.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러했어요.
하지만 기술의 힘 덕분에 완전히 잃어버린 시력을 회복할 길이 열렸어요.
미국 유타대학(University of Utah)의 모란아이센터(Moran Eye Center)에서는 시력회복 임상실험의 결과를 10월 19일자 임상조사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해당 저널 바로가기, 영어)에 발표했어요.
임상실험의 대상이 된 58세의 여성 베르나 고메스(Berna Gomez)는 고등학교의 생물교사로 일했인 스페인 거주자로 16년 전에 독성광학신경장애(Toxic Optic Neuropathy)로 완전히 실명되어 버렸어요. 그러나 유타대학에서 개발한 유타 전극집합체(Utah Electrode Array, 약칭 UEA)라고 부르는 장치를 세계최초로 이식받아서 임상실험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그 전극집합체는 4평방mm 면적의 것으로 96개의 전극이 장착되어 있어요. 그것이 외과수술로 뇌에 삽입되어 대뇌피질 표면에 들어간 뒤에 특정 패턴으로 작동하면 뇌가 형상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
위의 이미지 중 가장 오른쪽에 나온 인물사진에는 베르나 고메스가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 거예요.
그것은 스페인의 미구엘 에르난데스 대학(Miguel Hern?ndez University)에서 개발되어 외부세계를 인식하고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메라가 장착된 것이예요.
뇌에 이식된 전극과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을 이용한 6개월간의 실험에서 고메스는 간단한 도형의 모서리나 글자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비디오게임도 할 수 되었어요. 이렇게 16년만에 시력을 찾게 되었어요. 그리고 최종단계에서는 UEA가 제거되었어요.
아직 UEA가 완벽하게 시력회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고 연구자들의 추정으로는 7-10개 정도가 이식되어야 독립적으로 활동할만큼 시각을 부여가능하고 또한 이식된 전극의 수명이나 뇌 속에서 잔존할 경우의 안전성도 검증되어야 할 것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진보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어요.
이 임상실험은 베르나 고메스 이외의 최대 4명을 상대로 2024년까지 실시될 예정에 있어요.
이 기술의 쾌거에 대한 찬사와 16년만에 시력을 회복한 베르나 고메스에의 축복의 의미에서 음악을 한 곡 소개할께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평균율클라비어곡집 제1권의 제1번 C장조 푸가.
19세 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점자로 악보를 익혀 독일 및 네덜란드의 바로크 건반악기 연주에 평생을 바친 독일의 거장 음악가 헬무트 발하(Helmut Walcha, 1907-1991)가 1973년에 연주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