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역시 우리나라의 철도시스템은 잘못되어 있다 #13 KTX 만능론 B

마드리갈 2021.01.21 12:03:21

지난 글 序

지난 글 #1 철도통계의 맹점

지난 글 #2 국가별 통계 A

지난 글 #3 국가별 통계 B

지난 글 #4 도로와의 비교

지난 글 #5 동력의 집중과 분산

지난 글 #6 동력집중은 그만

지난 글 #7 관절대차 문제

지난 글 #8 고속선-재래선 혼용

지난 글 #9 비용편익분석 A

지난 글 #10 비용편익분석 B

지난 글 #11 디젤기관차의 위기

지난 글 #12 KTX 만능론 A


지난 2017년 8월에 쓴 KTX 만능론의 후속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늦어졌다가 3년 5개월이 지난 2021년인 지금에야 쓰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KTX 만능론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고, 최근의 변화 하나 덕분에 KTX 만능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임이 명백해진 사안이 있다 보니 역시 우리나라의 철도시스템은 잘못되어 있다는 이 제목이 그대로 유효한 명제로 잔존해 있다는 게 씁쓸하다고 할까요.


사례를 하나 보도록 할께요.

올해 들어서 철도계에 괄목할만한 변화가 하나 있긴 했어요. 그것은 중앙선 계통에서의 여객열차 고속화 달성.

물론 이것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어요. 철도의 고속화는 미룰 수 없는 사안인데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제2의 간선으로서의 중앙선-동해남부선 계통이 이미 선로용량 포화상태를 연속으로 경험중인 경부선 계통을 보조할 수 있게 되었다 보니 이것 자체는 환영할 사안임에 틀림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비판해야 할 이유는 있어요. 기존철도의 개량 노력보다는 그냥 KTX 투입으로 해결했고, 이것이 없었더라면 앞으로도 영원히 저 계통은 투자고 뭐고 없을 것이었으니까요.


2021년 1월 5일부터 신조차량인 EMU-260 열차가 KTX-이음으로 명명되어 중앙선 계통에서 운행되고 있어요.

그리고, 중앙선 및 동해남부선의 복선화가 추진되면 청량리-해운대 구간은 3시간으로 단축된다는데...

관련기사는 아래에 링크로 소개해 두겠어요. 참조를 부탁드려요.

청량리~해운대 3시간, 중부내륙 고속철도 개통…文대통령, 'KTX-이음' 시승, 2021년 1월 4일 조선일보 기사


지도를 한번 볼께요.

지도는 위의 기사에 이미 첨부되어 있는 것을 재인용하는 거니까 따로 출처표기는 하지 않음을 밝혀드려요.


2021010401334_2.jpg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이렇게 선로가 잘 정비되고 열차가 고속으로 다니는 것이 좋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어요.

그런데 이것이 정말 KTX가 아니면 안되었을까를 조금만 더 면밀히 관찰하자면 이야기는 꽤나 달라지게 되어 있어요.


이렇게 중앙선이 복선화되어서 달라진 변화를 정리해 볼께요.

그리고, 올해 12월에 동해남부선 복선화가 완료된 이후에는 청량리-부전 구간은 3시간 6분에 주파가능해지는데...
사실 이것은 KTX가 아니라도 이미 재래선 기술로도 얼마든지 달성가능해요. 그것도 이미 오래전에 이미 가능했을 터인. 그러니 과대포장해서 무슨 득이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예요.

그러면 위의 예시구간의 거리 및 표정속도를 산출해 볼께요. 표정속도는 총주행거리/총소요시간으로 정의되죠.
  • 청량리-제천 구간 : 거리 132.1km, 표정속도 116.56km/h
  • 청량리-안동 구간 : 거리 219.4km, 표정속도 107.02km/h
이에 더해, 청량리-부전 구간의 개수가 완료된다면 전구간의 운행거리는 452.6km가 되고, 3시간 6분 주파가 가능하다면 이 경우 최속 146km/h는 달성된다는 것. 확실히 빠르기는 하지만, 이게 KTX가 아니면 안되는 것인지 의문이 여전히 남아요.

KTX-이음으로 명명된 신조차량 EMU-260은 영업최고속도 260km/h의 철도차량으로, 일본의 JR큐슈의 신칸센차량인 800계와 거의 비슷한 사양이죠. KTX-이음이 설계최고속도 280km/h, 6량편성에 길이 150m, 승차정원 381명에 800계는 설계최고속도 260km/h, 길이 154.7m, 승차정원 384-392명의 것으로 대동소이한 레벨이고, 두 차량 모두 동력분산형 전동차예요. 단 KTX-이음이 동력차 4량에 무동력차 2량인 4M2T 구조, 800계가 모든 차량이 동력차인 6M0T 구조인 것을 보면 800계의 가속도가 조금 더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겠죠.

그러면, 800계가 운행되는 큐슈신칸센의 하카타(博多)-카고시마중앙(鹿児島中央) 구간의 운행상황을 보도록 할께요.
이 구간의 거리는 256.8km임을 감안하고, 2021년 1월 21일 현재 유일하게 해당구간 전체를 운행중인 800계 츠바메인 츠바메 346호(상행시각표, 일본어) 및 츠바메 349호(하행시각표, 일본어)를 보기로 해요.
  • 츠바메 346호 : 카고시마중앙 19:33 → 하카타 21:27(1시간 54분), 135.16km/h
  • 츠바메 349호 : 하카타 22:03 → 카고시마중앙 23:57(1시간 54분), 135.16km/h

표정속도의 차이가 꽤나 크다는 것이 바로 보여요.
게다가, 저 츠바메의 도중 정차역은 신토스(新鳥栖), 쿠루메(久留米), 치쿠고후나고야(筑後船小屋), 신오무타(新大牟田), 신타마나(新玉名), 쿠마모토(熊本), 신야츠시로(新八代), 신미나마타(新水俣), 이즈미(出水), 센다이(川内)의 10개. 그런데도 저 표정속도가 나오고 있어요. 반면에 KTX-이음의 경우는 도중 정차역이 최대 6개. 물론 중앙선의 경우는 화물열차의 운행이 많다든지 하는 운행계통의 복잡성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저 표정속도를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KTX였다는 게 꽤나 씁쓸하게 보이고 있어요.

위에서 인용한 조선일보 기사에 명백히 틀린 것도 있어요.
120-150km/h의 일반열차로 저 표정속도가 달성할 수 없는 것처럼 써놨는데, KTX-이음만큼의 최고속도가 안 나오더라도 표정속도에서 앞서는 열차는 세계의 여러 철도차량에 많이 있어요. 게다가 이미 반세기 전의 서유럽 각국에서도 이미 특급열차의 표정속도는 이미 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KTX-이음의 상업운전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철도시스템의 발전 면에서는 과연 이것이 유일한 정답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겠죠. 게다가,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철도는 더더욱 KTX 만능론으로 기울고, KTX가 아니면 철도의 향상 자체를 기대할 수 없을 위험도 높아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