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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붙여진지 모를 제목 이야기

마드리갈 2020.03.17 13:16:20
간혹 어떤 창작물의 제목은 왜 붙여진지 모를 경우가 있어요.
아주 유명한 작품인 프랑스의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 1909-1990)의 1950년작 희곡 대머리 여가수(La Cantatrice chauve)에는 제목의 "대머리 여가수" 가 전혀 등장하지 않죠. 이렇게 이성과 합리가 통하지 않고 모든 것이 해체되었거나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부조리극 덕분에 이런 것들을 보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죠.

이제 시선을 현대로 돌려보죠.
2010년대의 일본의 여러 창작물은 아주 친절할 정도로 길고 내용을 잘 말해주는 문장형 제목이 범람해 있었어요.
이런 것들 속에서 짧은 제목이 오히려 굉장히 신선한데, 한때 유행했던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재유입된 것인지 의미를 알 수 없고 단서조차 얻을 수 없는 게 하나 있어요. 그 중의 하나가 아이돌 애니인 22/7.
22/7은 국내에서는 애니플러스를 통해 "22/7 나나분노 니쥬니"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어요. 나나분노 니쥬니는 분수 22/7의 일본어 독음으로, 이것까지 번역하자면 "7분의 22" 가 되는 것이죠. 일단 22/7이라면 원주율에 가까운 분수이긴 한데 정말 이것에서 유래한 게 정설이 맞기는 한가 싶고...

이름에서 특정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저의 사고방식 자체가 낡은 것인지를 살짝 의심하고 있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