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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는 마크 레빈슨

마드리갈 2019.11.17 23:17:23

미국의 음향엔지니어이자 오디오 설계자 및 음악가인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1946년생).

그는 오디오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고, 그가 1972년에 설립한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즈(Mark Levinson Audio Systems)는 최고급 오디오의 정점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지금도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하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창업자 마크 레빈슨과 지금의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즈는 완전히 별개의 존재가 되어 있고, 회사는 마크 레빈슨 없는 마크 레빈슨이 되어 있어요.


이 기묘한 일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어요.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즈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43%. 그런데 그 회사의 어떤 투자가는 그 마크 레빈슨을 내쫓고 자신이 경영을 독점하기 위해 일부러 회사를 부도내었고, 결국 1984년에 창업자 마크 레빈슨은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 버렸어요. 그리고 다른 오디오 제작사인 첼로(Cello Ltd., 1998년 해산)를 세웠는데, 자신이 세운 첫 회사에 소송을 당해 버렸어요. 그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즈의 요구사항은 창업자가 평생 오디오 관련에 종사하지 말 것. 마크 레빈슨 본인은 그 소송에서 이겨서 오디오 관련 활동을 금지당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전개할 수는 없게 되었어요.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합법적으로 뺏겨 버린 것이죠.


그는 2007년 스위스에 정착해서 다니엘 헤르츠(Daniel Hertz S.A.)라는 고급 오디오 제작사를 세웠는데, 저 이름의 유래와 함의가 가슴아프게 느껴지고 있어요.

다니엘 헤르츠는 회사 설립에 직접 관여한 인물의 이름이 아니고, 마크 레빈슨의 아버지인 물리학자이자 미국 예일대학 교수였던 다니엘 레빈슨(Daniel Levinson, 1920-1994)의 이름 부분과, 어머니인 마리아 헤르츠(Maria Hertz)의 성씨 부분을 따서 만들어진 것. 참고로 어머니의 가계의 유명인으로서는 주파수의 단위 헤르츠의 기원이 되는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가 있어요.


다재다능하지만 자신의 이름만큼은 내세울 수 없게 된 마크 레빈슨, 그리고 그의 부모의 이름를 이용하여 설립, 운영중인 회사를 보면, 이렇게 얄궂은 운명의 인물이 또 있나 싶기도 해요. 이렇게 현실은 기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