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많이 다녀 보았고, 대개 이사를 하고 나면 이전에 살았던 곳은 업무상의 필요 등 특단의 사정이 없으면 다시 가지 않는 게 생활상의 원칙이긴 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예전에 살았던 동네에 가 본 적이 몇 번 있기도 했습니다.
최근은 아니고, 이미 5년도 더 전의 어느 휴일의 일인데, 동생과 드라이브를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살았던 동네를 가 보았습니다.
그 동네에는 아주 큰 저수지가 있었고, 그 저수지의 바로 옆은 계속되는 오르막길.
어릴 때에는 그 저수지가 광활한 호수같았고 오르막길 또한 아주 가팔라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때에는 힘들어서 낑낑대고 내려올 때에는 폭주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걸었던 게 기억나는데, 다시 가 본 그 곳은 큰 저수지도 아니었고, 그리 가파른 경사로도 아니었습니다. 비록 갈수기였다고 하더라도 저수지와 경사로의 지형 자체가 바뀐 것도 아니었는데.
성장하면서 지리에 대한 감각도 바뀌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설명은 못하겠는데 뭔가 울컥하는 게 느껴지기도 해서, 결국은 더 있기 뭐해서 돌아왔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는 그 곳에 갈 일도 없어서 더 이상 안 가고 있는데 한참 시간이 지난 뒤인 오늘에야 이렇게 생각이 나고 그렇습니다.
이런 생각 속에 올해 후반기의 첫 밤이 깊어져 갑니다.